찬 “풍부한 오일머니 유치…외자조달 창구 다변화”

반 “특정 종교 과도한 혜택…테러단체 돈줄 가능성도”

지난해말 한창 가열되던 이슬람채권(수쿠크)의 국내 도입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최근 다시 재점화되고 있다.

임시국회가 지난주 개회되면서 정부는 이번 회기 내에 이슬람채권 도입 관련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치권은 여야할 것 없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쿠크는 이슬람 율법에 맞게 발행한 채권을 말한다.

그런데 이슬람교의 율법인 샤리아는 이자를 주고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쿠크는 사실상 채권이지만 이자가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수쿠크로 모인 돈을 특정 사업에 투자하고 그 사업수익을 나중에 일정한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수쿠크의 발행과 운용은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이면서 법률 회계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된 샤리아 위원회가 맡는다.

수쿠크의 도입이 국내에서 계속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이 채권이 갖는 다소 특별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슬람이라는 우리와는 다소 생소한 종교권에서 나온 금융상품인데다 실제 운영에서도 이슬람 율법을 따라야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 알카에다와 같은 과격 이슬람 단체로 이슬람채권 수익이 흘러들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이슬람채권 발행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측, “풍부한 오일머니 유치를 위해 필요하다”

이슬람채권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기획재정부로 대표되는 정부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정부가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소위 ‘오일머니’로 불리는 풍부한 중동계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외자조달 창구를 다변화하는데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외환위기 때는 물론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우리나라는 미국 달러화 조달이 일시적으로 막히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하는 등 크게 고생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수쿠크를 통해 풍부한 오일머니를 유치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으면 이런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급격한 선진국계 자금의 유출입으로 환율과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인 이슬람 자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원유 수입으로 대 중동 경상수지가 매년 큰 폭으로 적자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서도 이슬람채권 발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수쿠크를 발행하면 원유를 사면서 지불한 달러를 다시 우리나라로 끌어들일 수 있게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금융기법 도입은 금융시장 발전에도 도움이 되며 세계적인 추세에도 따르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 2000년대 이후 오일 머니가 축적되면서 수쿠크 발행 규모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행된 수쿠크 규모는 390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40% 넘게 늘었고 올해는 4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인데 이런 흐름에 우리도 하루 빨리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 반대측,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건 안된다”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하는 대가로 공사비를 대출해주기로 했는데 이에 소요될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슬람채권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특정 종교의 채권에 특례를 줘가면서 이 채권을 도입하려는 데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정부가 이슬람채권에 대해 관련된 모든 세금을 면제해준다고 하는데 이는 특정 종교에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이슬람율법에 따르면 수쿠크 거래 수입의 2.5%를 자카트란 명목으로 이슬람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송금 즉시 송금내역을 없애도록 되어 있는데 이 자금이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지원하는 자금줄이 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며 만약 테러단체의 돈줄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제도 도입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신교 쪽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종교계는 “이슬람 사회에서 종교와 정치 경제는 분리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이슬람 세력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쿠크의 발행과 운용이 독실한 이슬람 신자들로 구성된 샤리아 위원회의 통제를 받는 만큼 종교적 색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이다.

⊙ 경제논리로 결정해야


이스람채권의 국내 도입에는 위에서 살펴 본 대로 여러 측면의 쟁점이 있다.

하지만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경제논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말해 이의 도입이 우리 경제에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반대하는 측의 목소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이슬람 쪽 자금이 국내에 다른 경로를 통해 상당 규모 들어와 있는 만큼 수쿠크 발행으로 국내에 이슬람의 영향력이 확대된다는 주장은 다소 과장이 있어 보인다.

또 테러자금에 대한 우려는 수쿠크에 대한 배당으로 유출되는 금액이 수쿠크 발행으로 국내에 유치되는 자금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점에 비춰 보면 크게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결국 경제적으로 수쿠크 발행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할 필요가 있다.

다만 수쿠크와 관련된 모든 세금을 면제해주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다소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현재 일반 외화표시 채권의 이자에 대해 비과세되는 것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배당소득세 양도소득세 취득및 등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수쿠크 관련 모든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수시로 외화표시 채권 이자와 비교해 비과세 범위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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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2월 18일자 A 28면

“점점 양치기 소년이 돼 가고 있습니다. ”(증권사 관계자)

이슬람 채권(수쿠크)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처리가 또 지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인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수쿠크법안 처리를 놓고 반대의견이 형성돼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개정 반대를 주도했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와 관련,정부가 대출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 법안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가세했다.

이 개정안은 수쿠크에도 다른 외화표시채권과 같은 비과세 혜택을 주자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2009년과 작년 말 두 차례 법 개정 시도가 다른 투자상품과의 형평성,테러자금화 가능성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증권업계는 이슬람 금융시장에서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A증권 관계자는 “2008년부터 말레이시아와 중동의 금융회사 담당자들에게 이번에는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수차례 했다”며 “담당자들은 ’말로만 된다 그러지 말고 실제 채권을 가지고 오라‘는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B증권 관계자는 “수쿠크 발행으로 지불한 돈이 테러자금으로 쓰이는 게 걱정이라면 중동국가에서 석유 수입은 괜찮은 것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박민제 한국경제신문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