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조1000억弗 감축 선언…사회보장비는 ‘그대로’

[Global Issue] 오바마  ‘재정적자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총 3조7290억달러 규모의 2012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임기 내에 연간 재정적자를 현수준에서 절반으로 감축하고 향후 10년간 적자 1조1000억달러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불요불급한 지출항목을 없애고 과도한 세금공제를 폐지하는 한편 전소득계층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2년후 폐기하는 식으로 적자를 줄어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병력 철수에 따른 전쟁수행 비용 절감으로 전체 국방예산이 9·11테러 이후 처음으로 감축된다.

그러나 재정지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퇴직연금과 저소득층 및 노령계층의 건강보험 지원 등 사회보장비 항목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아 의회 심의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 사상 최고치 재정적자… 적자감축 계획


백악관은 올해 10월부터 시작되는 2012회계연도의 예산을 전년 대비 3.4% 축소된 3조7290억달러로 책정하면서 이에 따른 재정적자가 1조10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9월로 마감되는 2011회계연도의 재정적자는 1조64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12회계연도까지 4년 연속으로 1조달러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1회계연도의 재정적자 추정액은 미 국내총생산(GDP)의 10.9%에 달하며 2012회계연도의 적자는 GDP 대비 7%에 해당한다.

그러나 2013년에는 재정적자가 GDP 대비 3.2% 수준인 6070억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백악관은 전망했다.

적자감축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백악관은 저소득층에 대한 난방비 보조금과 공항시설에 대한 보조금 삭감,석유·가스·석탄회사들에 대한 세액공제 폐지,고소득층에 대한 세금감면 폐지 등을 제시했다.

대학생 학비 지원도 줄이는 등 교육부문도 예산삭감 대상에 포함시켰다.

국방분야에서는 인건비와 군수조달 등의 기본예산이 5530억달러로 2010회계연도의 의회 승인 예산보다 4% 증액됐지만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해외 전비지출을 포함할 경우 전체 예산이 6706억달러로 3% 줄어들었다.

이는 9·11테러 이후 전쟁을 위해 매년 두자릿수로 늘어나던 전비예산 확대 현상이 끝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공화당 질타 “심의과정에서 대폭 바꿀 것”


오바마 대통령은 TV생중계 연설을 통해 “적자감축을 위한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지만 미국의 미래를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말해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면서까지 지출을 대폭 삭감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은 이번 예산안의 지출삭감 노력이 미흡하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앞으로 심의과정에서 대폭적인 손질을 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과도한 지출과 지나친 세금,막대한 차입으로 인해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예산안”이라며 “미래를 일궈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허비하는 내용”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의 일부 중도성향 의원들도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다할 개선책을 제시하지 않은 점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현재 14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2012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9월말 16조700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현재 GDP 대비 72%수준인 정부 부채규모는 2021년에는 GDP 대비 77%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등 한국 언급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과 한국의 높은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을 언급했다.

‘세계 경제에서 경쟁해 승리하기’라는 제하의 문건에서 21세기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초고속 인터넷망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미국 가정의 초고속 인터넷 및 브로드밴드 가입률은 고작 63%에 그치고 있는 반면 한국은 95%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의회에 보내는 ‘예산 메시지’를 통해 “우리 행정부는 세계 12위의 경제국인 한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에 서명하는 등 미국 상품 및 용역의 수출을 늘리고 해외 시장을 개방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FTA’를 별도의 소주제로 다루면서 “우리는 한국과 새로운 무역합의에 도달함으로써 중요한 시장의 개방을 이뤄냈으며 다른 나라가 우리에 앞서 한국에서 우대를 받는 일을 막게 됐다”고 밝혔다.

한·미FTA 내의 관세 인하만으로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이 연간 110억달러 늘어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美국무부 대북지원 예산 삭감


[Global Issue] 오바마  ‘재정적자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미 국무부가 예산 감축 분위기 속에서 내년 예산안 중 북한 민주화 증진 관련 부분을 전액 삭감했다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RFA는 “2012회계연도 예산안 가운데 경제지원기금(ESF) 항목의 대북지원 예산에 한 푼도 배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기금은 북한의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데 주로 사용돼 왔다”고 밝혔다.

한 당국자는 “국무부 예산의 전반적 삭감 분위기 탓에 관련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의 민주화를 계속 지원할 의사가 있고 기존 경제지원기금 대신 긴급구호기금 등을 활용해 대북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경제지원기금을 통해 매년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 증진에 250만~350만 달러를 배정해 왔다고 RFA는 설명했다.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