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국 시대부터 전승되어 오던 전통문화축제인 ‘탐라 입춘 굿놀이’가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에 걸쳐 개최되었다.

탐라국왕이 백성들 앞에서 몸소 쟁기를 잡고 밭을 가는 새봄갈이를 통해 새해 시작을 알리고 한해를 기원하는 것에서 유래한 입춘굿놀이는 일제 강점기 민족문화말살정책에 의해 맥이 끊겼다가 그 문화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1999년 새롭게 발굴되어 올해로 13회 째 맞는 제주의 귀중한 무형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11일에는 열림굿이라고 하여, 나무로 낭쉐라고 불리는 소를 만들고 금줄을 쳐서 부정을 막는 낭쉐코사를 지냈다.

그 후 제주시청에서 제장이 있는 관덕정까지 낭쉐를 몰고가며 마을의 부정을 씻는 낭쉐몰이를 했다.

본 굿은 12일에 지냈는데, 오전 11시부터 4시까지 관덕정에서 입춘굿이 진행되었다.

입춘굿을 하는 동안 관덕정 내에서 각종 부대행사가 열렸다. 제주의 풍요와 안정을 기원하는 서예퍼포먼스가 펼쳐졌고, 다도체험, 꼬마낭쉐만들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체험마당도 마련되었다.

어린이들은 안내자의 설명에 따라 나무를 이용해 꼬마 낭쉐를 만들었다.

어른들도 옛 추억에 젖어 놀이마당의 널뛰기와 투호를 하면서 어린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던 마당은 먹거리 마당으로 천냥국수라고 더 많이 알려진 입춘국수를 먹으면서 이웃간에 따뜻한 정을 나누고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입춘국수를 드시던 제주도민 한 분은 “이 축제에 오면 반드시 입춘국수를 먹어야 한다”며 자부심을 표하기도 했다.

한국 전통축제를 처음 봤다는 외국인 두 분은 “이런 한국의 전통문화축제가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

참 멋있는것 같다”고 말하며 감탄하였다.

입춘국수를 먹고 나오시던 할머니도 “제주도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전통축제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후세까지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하늘은 도민들의 축제를 순순히 허락하지 않았다.

열림굿을 시작한 11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12일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쳐 전통문화마당의 수가 줄어드는 등 행사진행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극심한 추위로 행사에 참가한 관광객들과 도민들의 수도 눈에 띄게 줄어 눈이 많이 내리던 오전에는 언론사 취재기자들이 더 많았다.

오후에 눈이 그치면서 사람들이 제법 오기는 했지만, 추위 때문에 전통문화체험활동도 하지 못하고 입춘국수만 먹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족들을 데리고 행사에 참가했다는 한 주민은 “너무 추워서 구경할 새도 없이 집에 간다”며 말하며 입춘굿놀이를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입춘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날씨임에도 꿋꿋이 행사를 이끌어가려는 제주도민들의 모습에서 제주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이런 문화적 자산을 보존하려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지 느낄 수 있는 행사였다.

제주도는 탐라국 입춘굿놀이와 같은 제주 고유의 문화축제를 잘 보존하여, 제주를 이끌어갈 후대인들에게 제주문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유산으로 물려줘야 한다.

또한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 외국인들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제주 전통축제에 담겨있는 문화적 의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지나 생글기자(제주외고 3년) sweet928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