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조항은 사라지는게 당연”

반 “허위사실 유포 처벌 못하면 사회질서 유지못해”



법무부가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전기통신기본법의 대체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 법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큰 논란이 됐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32) 의 처벌 근거가 됐던 법으로 속칭 '미네르바법'으로도 불린다.

헌재는 당시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사람은 처벌한다'고 규정한 전기통신기본법 관련 조항은 위헌이라며, 미네르바 박 씨가 낸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공익의 의미가 모호해 사람마다 가치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해당 조항은 법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대검찰청은 헌재 결정 직후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경우는 공소를 모두 취소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사건 등과 관련해 시중에 허위사실과 유언비어를 유포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 근거 역시 사라져 표현의 자유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게 됐다.

새 법안을 마련 중인 법무부는 허위사실 유포 행위의 처벌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할 뿐 아니라, 어떤 입법 형식을 취할 것인지도 아직 정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호되어야 할 공익을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등 '미네르바법' 위헌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헌재 결정 찬성 측,"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애매한 조항이었던 만큼 위헌은 당연하다"

헌재 결정에 찬성하는 측은 시대에 뒤떨어진 법 조항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던 관행이 사라지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헌재의 '허위사실 유포죄' 위헌 결정에 적극 환영한다"며 "이번 헌재의 결정은 지난 대법원의 긴급조치 1호 위헌 판결에 이어 민주주의 사회라면 당연히 사라졌어야 할 구시대의 악법이 뒤늦었지만 사라지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군사정권 시절 제정된 뒤 오랫동안 사문화되다시피한 전기통신법 조항이 현 정부 들어 촛불시위 참가자들과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구속하는데 악용돼 왔다며 주요한 여론매체로 자리잡은 인터넷상의 표현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근거가 됐던 만큼 헌재의 위헌 결정은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공익을 해한다는 명분으로 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억제하려던 시도를 일단 막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개인의 권리와 공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느 쪽을 강조할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이 사건처럼 형벌 법규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명확성 요청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죄형법정주의의 의미가 유명무실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포괄적인 '공익'보다는 구체적인 보호법익을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 헌재 결정 반대 측, "사회를 혼란케 하는 거짓말을 처벌할 수 없다면 질서는 어떻게 유지하나"

헌재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거짓말로 사회를 혼란케 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면 사회 기본질서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헌재의 결정으로 국가안보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법 공백이 생겼다는 것이다.

고영주 변호사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표현'이란 진실인 경우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행위까지 무제한적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 '공익'의 개념이 추상적이어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헌재의 입장이지만 현재 시행 중인 다른 법률 315개의 823개 조문에서 공익이라는 용어를 이미 사용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공익이라는 개념은 이미 구체화된 개념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 프랑스 등 선진 외국을 보더라도 전쟁이나 테러, 항공기나 선박의 운항에 관한 사항 등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가뜩이나 온갖 허위사실과 엉터리 폭로 등으로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사이버 공간이 헌재의 결정으로 더욱 질서가 없는 난장판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이들은 인터넷의 허위 글은 여론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걸러져야 한다는 헌재의 입장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로 인터넷이 무법천지화하는 것을 방조할 뿐이라며 사이버 모욕죄 등을 신설하는 것이 오히려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어떻게 보완 입법을 마련하느냐가 관건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해서는 찬반이 나뉘지만 양쪽 모두 종전의 전기통신법 관련 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목소리를 같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요한 것은 헌재의 결정이 옳았는지를 다투기보다는 어떻게 관련 조항을 개정해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국가안보 등을 해치는 유언비어와 허위사실 유포를 막느냐 하는 점이다.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인 법무부에 따르면 전쟁 및 테러와 같은 국가의 중대한 사안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안까지는 대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전쟁 · 테러 외 어느 사안까지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할지가 여전히 논란 중이며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경제에 커다란 파장을 미칠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등 쉽지 않은 문제가 많다.

중요한 원칙은 전쟁 테러 등 이외에 처벌하는 경우에는 해당 행위를 가능한 구체적으로 적시해 불필요한 확대해석으로 인한 표현자유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풀이

◆명확성 원칙=형벌법규는 범죄의 구성요건과 그 법적 결과인 형벌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형법의 법리.

법률에 범죄와 형벌을 가능한 한 명확하게 확정하여야 법관의 자의를 방지할 수 있고, 국민으로서도 어떤 행위가 형법에서 금지되고 그 행위에 대하여 어떤 형벌이 과하여지는가를 예측토록 하는데 의의가 있다.

◆과잉금지 원칙=비례의 원칙이라고도 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목적이 정당하고 방법이 적절해야 하며 필요 최소한이 되어야 하고 침해하는 개인의 기본권과 이로 인해 확보되는 법익간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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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2010년 12월28일자 보도기사

미네르바 박대성 사건이 위헌 결정됐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에 허위 내용의 글을 게재하면 처벌하도록 한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32)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28일 위헌 결정했다.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해 공공연히 허위의 통신(인터넷)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규정한다.

박씨는 2008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고갈돼 외화예산 환전 업무가 중단된 것처럼 허위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헌법소원을 냈다.

김동훈 한경닷컴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