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idol)은 이제 단순히 아이들의 우상이 아니라 누군가의 조카, 누군가의 아들, 딸로 그 위치를 확장시키고 있다.

가끔 노인정에서 청소년들의 동경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던 걸그룹 원더걸스의 '텔미'나 '노바디' 같은 노래가 나올 때면 이런 현실을 실감하게 된다.

듣고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가사가 어르신들께서 좋아하시는 이유일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드라마와 뮤지컬에서는 배우로, 각종 프로그램에서는 MC로까지.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돌들은 여러 분야에서 불철주야 뛰고 있다.

이러한 걸 그룹의 성공은 천부적인 재능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아이돌들은 최소 14시간 이상의 연습을 하며 그만큼 많은 돈을 지불하여 재능을 키운다.

유닛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 아이돌 그룹 '파이브돌스'의 한 달 생활비는 총 1800만원으로 숙소비, 레슨비, 식비, 차량 대여비를 모두 합친 금액이다.

앨범 활동을 할 때는 더 많은 비용이 든다.

한 유명 여성 아이돌 그룹이 앨범 활동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은 자그마치 4억3000만원으로 뮤직비디오 제작비 1억5000만원, 의상제작비 1억2000만원을 합산한 금액이다.

이렇듯 한 아이돌 스타의 성공에는 막대한 금전적, 시간적 투자가 요구된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돌들이 아이돌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평범한 아이돌이 슈퍼스타가 되는 것은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더불어 아이돌 시장에서 한 그룹이 성공하면 다른 그룹은 잊혀지는 것처럼 누군가의 대박은 누군가의 쪽박으로 이어진다.

소수 스타들의 소득이 전체시장 대부분의 수입을 가져가는 게 아이돌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를 테면, 우리는 아이유가 각종 음악차트를 석권하고 있을 때 '좋은날'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음악방송,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광고에서도 볼 수 있다.

반대로 그 자리에서 성공하지 못한 다른 아이돌들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물론 다른 아이돌의 열렬한 팬인 경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겠지만, 전체 인구비율로 따졌을 때 그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 가수가 흥하면 '대세'에 따르게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기획사 입장에서는 평균적으로 안정된 수입을 보장받기 위해 최대한 많은 연습생을 키워낸다.

말하자면 분산투자, 포트폴리오 전략을 시행하여 '쪽박'을 찰 위험을 줄이는 셈이다.

기획사가 분산투자로 수익의 평균 기대치를 높였다 하더라도 전속계약이 없으면 꿔다 논 보릿자루에 불과하다.

전속계약이 없는 상태에서 기획사가 많은 자본을 투자해서 스타를 키워냈다고 가정하자.

스타가 된 아이돌은 자신이 독점적인 지위에 올라섰기 때문에 강력한 협상력을 지닌다.

이 협상력을 바탕으로 아이돌은 수익의 대부분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획사에서는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전속계약이 되어 있지 않다면 얼마든지 돈을 더 주겠다는 다른 기획사로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획사는 처음부터 아이돌들이 부담하는 비용을 없애는 대신 만약 스타가 되었을 경우 자신들이 소비한 비용과 다른 연습생들의 비용까지 부담하는 구조로 계약을 체결한다.

더불어 기획사는 계약기간을 7년에서 최대 13년까지 길게 만든다.

다른 소속사로 옮겨서 비용을 갚지 않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계약 당시에는 아이돌들도 이런 계약사항에 만족한다.

자신들의 자비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막대한 비용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돌시장에서 실패해도 지불해야 할 비용이 없고 성공하면 자신에게 이익만 있는 구조의 계약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슈퍼스타가 된다는 확신이 없는 것도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을 체결한 아이돌은 막상 자신이 슈퍼스타가 되었다면 계약에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다.

"왜 내가 다른 사람의 몫까지 부담해야 하나?"

"7년 동안이나 다른 연습생들을 먹여 살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기획사 입장에서는 가수 자신의 과거를 망각한 일방적 주장이라고 여긴다.

연습생 때는 어떻게든 슈퍼스타가 되고 싶어 기획사의 요구에 부응했던 가수가 막상 스타가 되고나서는 마음이 바뀌니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하다.

각종 언론매체는 이와 같은 전속계약을 노예계약이라고 규정하며 감성적으로 대중들을 자극하고 있다.

총수입의 1%도 채 받지 못하고 일본에서 활동을 한 카라의 이야기가 뉴스에 크게 보도된 적도 있다.

그러나 전속계약이 존재하지 않으면 결국 아이돌 시장은 많은 비용과 불투명한 수익성 때문에 아무도 투자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전속계약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기획사가 아이돌에게 계약 고지의 의무를 수행하였는가다.

지난달, 갑작스럽게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던 카라 멤버 3인의 변호사는 소송제기의 이유가 소속사의 인격모독, 그리고 멤버들에게 알리지 않은 각종 무단계약 체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 전속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조항을 어긴 것으로 아이돌에게 불합리한 대우이며 우리가 진정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기도 하다.

부당한 수익배분, 불합리한 계약기간을 담은 노예계약을 철폐하라고 기획사의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기보다는 아이돌가수들이 마땅히 알아야 할 권리를 침해당했는가에 대해 명확한 규명이 필요할 것 같다.

김태환 생글기자(화곡고 2년) strong9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