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선진국 경제 해법 대결·올해 의제는 ‘새로운 현실의 공동규범’
[Global Issue] “포스트금 융위기를 대비하라”…다보스 포럼 개막
정치 · 경제 · 사회 각 분야의 글로벌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제41회 세계경제포럼(WEF · 다보스포럼)이 26일 스위스 동부 휴양지 다보스에서 닷새 일정으로 개막했다.

WEF는 올해 포럼의 주제를 '새로운 현실의 공통규범'(Shared Norms for the New Reality)으로 정했다.

정치와 경제 권력의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북반구에서 남반구로 이동하고 있는 시대 변화를 감안한 결정이다.

세부적으로는

△새로운 현실에의 대응

△경제 전망과 포괄적 성장을 위한 정책

△주요 20개국(G20) 아젠다 지원

△위험 대응 네트워크(Risk Response Network) 구축 등이 논의된다.

한편 주요 참석자들은 이번 포럼에서 자국이 처한 상황 대응에 유리한 쪽으로 토론을 이끌어갈 움직임을 보여 자칫 이렇다 할 결론은 내지 못한 채 '갑론을박'만 되풀이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중국 · 인도 부상에 관심

올해 최대 현안은 중국과 인도 등 국제 사회의 중심으로 떠오른 신흥국가의 역할 확대 방안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에서는 천더밍 상무부장(차관)이 참석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10년간의 중국 경제 변화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인도에서는 내무 · 재정 · 상무 · 산업부를 비롯해 장관급 인사만 5명이 참여한다.

다보스에서는 첫날부터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이 토론주제로 올랐다.

이날 오전 '새로운 경제 현실'이라는 주제로 열린 첫 번째 세션에서 인도의 대표적 IT기업인 위프로의 아짐 프렘지 회장은 "10년 안에 신흥경제국가의 경제 규모가 20조달러에 달하면서 미국(지난해 14조달러)과 맞먹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인도 출신 경영자인 키란 마줌다르 쇼 비오콘 최고경영자(CEO)는 신흥경제국의 위상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서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서구는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중국과 인도에 더 많이 의존해야만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참석자들도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고 서구 중심 세계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광고업계의 거물인 마틴 소렐 WPP그룹 CEO는 "이제 사전에서 '개발도상(developing)'이나 '신흥(emerging)'이라는 단어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세계는 선진7개국(G7)도 G20의 시대도 아니다"며 "글로벌 리더십이 부재하는 G0 시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흥국의 부상은 올해 이들 국가 기업 총수들의 참석 규모에서도 확인됐다.

조제 세르지오 가브리엘리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CEO를 비롯해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회장,왕젠저우 중국 차이나모바일 회장 등 총 365명에 이르는 신흥국 기업 총수와 CEO들이 회의 기간 참석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신흥국 기업 관계자들의 참석 규모는 다보스포럼 사상 최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권력 판도변화를 상징하고 있다"고 전했다.

⊙ 유럽 재정위기 해법 찾을까

이번 포럼에는 전 세계 100여개국 2500여명의 정치 · 경제 · 학계 · 문화계 등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각국 정상 중에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비롯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30여명이 참석 명단에 속해 있다.

재계 인사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풀 불케 네슬레 회장,요리히코 고지마 미쓰비시 이사회 의장,엘렌 쿨만 듀폰 CEO 등 1400여명이 참여한다.

특히 유럽 각국 주요 지도자가 총 출동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정위기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G20의 올해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등이 다보스에서 이와 관련해 긴밀하게 대화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다보스에서 "유로존 채무위기가 여전히 세계 경제에 주요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금융위기 발발 수년 전 이를 예견해 유명해진 인물이다. 한편 트리셰 ECB 총재는 WEF 개막 연설을 통해 "현재 정책금리가 적절한 수준이며 ECB가 현재 인플레이션 수준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서로 다른 관심사… 결론없이 끝날 수도

다보스포럼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비정부기구라는 평가를 받는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이 1971년 창설할 당시에는 유럽 기업인들이 스키 휴양지에서 심신의 여유를 찾고 미국 기업과 어떻게 경쟁할지 토론하는 사교 모임에 불과했지만,1976년 후원제에서 회원제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세계적인 포럼으로 변화했다.

특히 글로벌 의제를 선점하고 이슈화하는 데 다보스포럼은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일례로 1982년 17개 선진국 통상장관을 초청,자유무역 확대 방안을 논의하면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계기를 마련했다.

1988년에는 에게해 영해 다툼 등으로 전쟁 직전까지 갔던 그리스와 터키의 총리 회담을 주선해 화해의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직후인 2009년에는 '위기 이후의 세계질서 개편'을, 지난해에는 '더 나은 세계:다시 생각하고,다시 디자인하고,다시 건설하자'를 주제로 다뤘다.

그러나 주요 참석자들이 이번 포럼에서 자국이 처한 상황 대응에 유리한 쪽으로 토론을 이끌어갈 움직임을 보여 이렇다 할 결론없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인도 일간 이코노믹타임스는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부상한 신흥국들은 치솟는 물가를 잡으면서도 살아나는 글로벌 경기도 죽이지 않는 방안을 주요 세부 토론 주제로 삼고 싶어하는 반면 유로존 주요 국가와 미국 등 선진국은 고용없는 성장을 타파할 해법과 관련한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역할 확대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참가 규모가 커진 금융계 인사들의 로비 행보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는 존 맥 모건스탠리 회장을 비롯해 브라이언 모니헌 신임 뱅크오브아메리카 CEO,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CEO 등 235명의 금융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위스행 비행기를 탄 금융계 인사와 이들이 고용한 로비스트들의 가방에는 시행을 막거나 늦춰야할 새로운 금융 규제 목록이 가득 들어있다"고 전했다.

이유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