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아덴만 여명작전’···첩보 영화 뺨치는 인질 구출 드라마
[Cover Story] “납치범들과 타협은 없다”···돈거래 관행 깨고 전격 군사 작전
우리의 해군특수전요원 작전팀은 지난21일 건국 최초의 대테러 해상인질구조 작전을 완벽히 수행해 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번 작전은 성공자체로도 의미가 크지만 그동안 피랍문제를 돈으로만 해결했던 관행을 깨고 우리의 힘으로 직접 인질을 구출했다는데 더 큰 성과가 있다.

우리군의 강력한 작전 수행능력을 지켜본 해적과 테러집단들이 더이상 우리나라 국민을 ‘봉’으로만 보진 않을것이기 때문이다.

⊙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던 완벽한 작전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명명된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은 한편의 첩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청해부대는 작전명대로 새벽 여명이 밝아 오는 21일 오전 9시58분(현지시간 오전 4시58분)에 작전을 시작했다.

해적 13명과 선원 21명이 뒤엉켜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군사작전은 대규모 인명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군은 6단계로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했다.

최영함(4500t급)은 적을 혼란시키기 위해 엄호사격을 실시했다.

엄청난 함포 소리에 나이가 어린 해적들은 잠에서 깰 여유도 없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고,링스헬기는 갑판의 해적들에게 사격을 실시했다. 이틈을 타 작전팀 20여명이 배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우리 작전팀은 해적들과의 총격전 끝에 8명은 사살하고 5명을 생포했다.

작전 개시 4시간58분이 지난 오후 2시56분(현지시간 오전 9시56분) 상황은 완전히 종료됐다.

⊙ 돈으로 해결하는 관행 깨는 성과

우리 정부는 그동안 인질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인식 하에 피랍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협상을 통한 돈거래로 문제를 해결해 왔다.

지난해 10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돼 지금도 억류 중인 어선 금미305호를 제외한 나머지 6차례의 소말리아 해적 피랍 사례는 모두 몸값을 지불하고 해결했다.

지난해 4월 삼호드림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자 정부는 곧바로 청해부대 소속 충무공 이순신함을 급파했지만 해적들이 인질을 쏘겠다고 위협하는 바람에 철수했고 결국 삼호드림호와 선원들은 사상 최고의 몸값을 주고 216일 만에 석방됐다.

첫 소말리아 해적 피랍 사례인 원양어선 동원호(한국인 8명)는 2006년 4월 납치됐다가 같은 해 7월 석방됐다.

당시 외신은 동원호를 납치한 무장단체 지도자가 "선원들의 몸값으로 80만달러 이상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2007년 5월 원양어선 '마부노 1 · 2호'(한국인 4명)가 납치됐을 때는 선주와 소말리아 해적이 협상을 벌여 약 100만달러에 선원을 풀어주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10월 납치된 골든노리호(한국인 2명),2008년 9월 납치된 브라이트루비호(한국인 8명),2008년 11월 납치된 켐스타비너스호(한국인 5명)도 모두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났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국제사회로부터 불의와 타협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또 몸값은 몸값대로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실제로 최근 소말리아 납치범들은 한국 선박을 주된 표적으로 삼아 대담하게 납치를 자행하고 있다.

한국배를 잡으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너도나도 한국배를 노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부가 전격적인 군사작전을 결정하는 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군사작전을 실시할 경우 인질과 작전 요원의 인명 피해가 예상되고,작전지역 연안 국가들의 반발이 우려되며,선박 파손에 따른 공해 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더 이상 한국 선박에 대한 무차별적인 납치를 방관만 하고 있을 수도 없었다.

해적소탕을 목적으로 파견된 청해부대의 사기 저하도 군사작전 단행의 이유가 됐다.

군 내부에서는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군의 무기력한 대응이 국민의 비판을 받았는데 해적들에게까지 질질 끌려 다닐 경우 군의 위신은 땅에 떨어진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에 성공할 경우 우리의 최신 무기와 고도의 훈련 상황을 적들에게 과시할 수 있어 피랍 예방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실제로 해적에 가장 단호한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는 2008년 선원 30명이 탄 유람선이 납치되자 1주일 만에 특수부대를 투입해 인질을 모두 구조했고,이후 세 차례나 인질 구출 작전을 전개한 프랑스 군의 원칙적 대응 덕분에 소말리아 해적들이 프랑스 선박은 납치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정부,'불법행위와 비타협' 원칙 확인
[Cover Story] “납치범들과 타협은 없다”···돈거래 관행 깨고 전격 군사 작전
이번 작전의 성공으로 테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비타협'으로 확실한 방향을 잡았다.

군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아덴만 여명 작전'을 승인하면서 "나라고 왜 안 불안하겠나.

하지만 실행하는게 옳고 해적과 타협 않는 선례를 이번엔 꼭 만들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삼호주얼리호가 납치된 다음 날인 16일 긴급 관계부처대책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는 외교통상부와 국방부,국토해양부,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여기서 이대로 두면 우리 선박에 대한 해적의 공격이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고리를 끊기 위해 이 대통령에게 무력 진압을 건의하자.

우리가 아무리 70만 대군이 있고 첨단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필요할 때 사용할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면 안보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의견을 모았다.

회의 이후 정부의 대응방침은 '군사작전'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이 대통령의 결단의 배경에는 삼호드림호 사건의 '굴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해적들은 몸값을 공개해 우리를 조롱했다"며 "이 대통령은 이것을 대한민국이 당한 국제적 모욕으로 받아들였고 '다시는 이런 식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는 뜻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비타협' 원칙을 확실히 한 데에는 천안함과 연평도에 이어 이번에도 유약한 모습을 보일 경우 '안보 무능 정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했다.

외교 · 안보 부처 관계자들은 "청와대로부터 '국격(國格)을 위해서라도 구출작전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계속 전달됐다"며 "희생자가 나오더라도 강행해야 한다고 느껴질 정도였다"고 전했다.

구동회 한국경제신문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