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품은 공급자가 하나 이상인 것이 대부분이다.
먹고 자고 입는 인간다운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상품에서부터 여가나 취미활동에 필요한 상품까지 오히려 공급자가 하나인 상품을 찾는 것이 어려울 지경이다.
이는 수많은 공급자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공급자가 오직 하나인 상품도 여전히 시장에는 존재하고 있다.
어떤 산업에서 오직 하나의 공급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우리는 '독점'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담배와 관련된 사업은 KT&G(한국담배인삼공사)만이 수행할 수 있고,TV를 보거나 전등을 켜는데 필요한 전기는 한국전력공사만이 생산 · 공급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운영체제는 아마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개발한 윈도 프로그램의 어떤 버전일 것이고,사랑을 고백하거나 결혼 예물로 널리 애용되는 보석인 다이아몬드의 십중팔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드비어스(DeBeers)사의 제품일 것이다.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분야의 수없이 많은 생산자가 전 세계 수십억명의 잠재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상품을 생산 · 공급하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이러한 독점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첫째,독점은 정부가 재정 수입 등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정 상품의 생산과 판매를 특정 기업이나 특정인에게 부여할 경우 발생하며,우리나라의 담배가 대표적인 예이다.
둘째,여러 기업이 특정 상품을 나누어 생산하는 것보다 한 기업이 시장이 필요로 하는 모든 양을 생산할 때 단위당 비용이 적게 드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성립될 때도 독점은 발생하며,한국전력공사가 전기를 독점 생산 · 공급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셋째,어떤 기업이 특정 상품에 대한 특허권이나 저작권을 획득했을 때에 독점은 발생하며,MS사의 윈도가 특허권의 좋은 예이다.
마지막으로 독점은 특정 기업이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생산요소를 독점하는 경우에도 발생하며,세계 원광석 시장을 장악한 드비어스사가 다이아몬드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독점이 발생할 경우,이것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처럼 하나의 기업이 해당 상품의 전체 수요량을 생산할 때 규모의 경제가 발생할 경우 독점은 경제적 관점에서 허용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독점기업이 독점으로 인해 발생한 초과이윤을 기술개발에 투자할 경우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회 전체적 입장에서 독점 기업이 얻는 이득이 높은 독점가격으로 인해 소비자가 입는 손해보다 클 경우 독점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독점의 긍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독점이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상당히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는 독점이 불러오는 경제적 손실이 긍정적인 영향보다 월등히 크고 빈번하기 때문이다.
독점이 발생한 상품의 시장가격은 대부분 완전경쟁 하에서의 시장가격보다 높게 책정된다.
이는 독점기업이 자신들의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시장가격을 한계비용보다 높게 설정하고 있기 때문으로,이 경우 소비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여력이 부족한 소비자들은 소비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완전경쟁 하에서의 생산량은 수요곡선과 한계비용곡선이 교차하는 점에서 결정되는 반면,독점기업은 한계수입곡선과 한계비용곡선이 교차하는 점에서 생산량을 결정한다.
이로 인해 독점이 발생한 산업의 생산량은 사회적으로 최적인 상태보다 적게 된다.
이와 같은 높은 시장가격과 낮은 생산량으로 인해 독점 체제 하에서는 경제적으로 순손실이 발생하게 되며,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독점은 사회 전체적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독점은 경쟁의 실종으로 인해 종종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주범이 되기도 하며, 이윤극대화를 위해 생산시설의 가동이 최적화되지 않아 유휴설비 발생과 자원배분의 효율성도 떨어뜨린다.
이와 같은 독점으로 인한 시장의 비효율을 우리는 고대 문학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이며 사상가였던 연암 박지원은 정조 4년(1780년) 팔촌형인 박명원을 따라 청나라 건륭제의 고희를 축하하기 위해 중국 열하로 향했다.
그는 기행하며 견문한 청나라의 발달된 문화를 풍속,경제,병사,천문,문학 등의 분야로 나누어 기록하였다. 이 책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열하일기(熱河日記)'다.
'열하일기'는 총 26권 10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국의 역사와 지리뿐만 아니라 경제와 종교 그리고 문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열하일기는 문물의 단순한 설명과 묘사에 그치지 않고 청조의 번창한 문화와 문물을 본받을 것을 주장한 실학사상의 주요 작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열하일기'의 10권에 실려 있는 '허생전'은 허생의 상행위를 통해 허례허식에 빠진 양반사회를 비판하고 부국이민(富國利民)의 경제사상을 내세운 사회 개혁적인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허생전'의 주인공인 허생은 글공부에 빠져 사느라 가정을 보살피는 데 소홀한 서생이었다.
가난에 시달리던 그의 부인이 책만 읽던 허생에게 "벼슬도 못하는 공부는 해서 무엇하겠느냐"고 하자, 이에 허생은 책을 덮고 그 길로 한양에서 제일 큰 부자인 변씨를 찾아가 장사밑천으로 할 돈 만 냥을 빌렸다.
허생은 만 냥을 입수하자마자 다시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경기도 안성으로 내려갔다. 안성은 경기도와 충청도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이자 삼남의 길목으로,안성에서 허생은 대추 밤 감 배 석류 귤 유자 등 온갖 과일을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허생이 과일을 몽땅 사들였기 때문에 온 나라가 잔치며 제사를 못 지낼 형편에 이르렀고,얼마 지나지 않아 두 배의 값으로 과일을 팔았던 상인들이 허생에게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과일을 되사가게 되었다.
허생은 다시 칼 호미 포목 따위를 가지고 제주도로 건너가 상투를 만드는 데 쓰이는 말총을 죄다 사들이면서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과연 망건 값이 열 배로 뛰어 올랐다. >>
허생전은 독점이 시장에 가져다주는 폐해를 극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온갖 과일과 말총을 모조리 사들인 허생은 시장에서 유일하게 과일과 말총을 공급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지위를 바탕으로 허생은 자신이 사들인 가격보다 열 배나 높은 가격으로 과일과 말총을 되팔 수 있었다.
즉,허생(독점기업)은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완전경쟁체제 하에서의 시장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반 상인(완전경쟁체제 하에서의 기업)들과는 달리 자신이 설정한 가격(독점 하에서의 시장가격)에 상품을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분명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백성들도 발생했을 것이고,돈이 없어 상투를 틀지 못한 양반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허생의 독점 행위로 인한 높은 가격과 낮은 공급량으로 인해 당시 백성들의 후생은 크게 후퇴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독점으로 인해 백성들의 후생이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선왕조가 펼쳤어야 할 선제적 대응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연암 박지원은 허생전에 이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싣고 있다.
변산에 창궐한 군도들을 회유하여 무인공도에 들어간 허생은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대를 엮어 울을 만들었다.
땅기운이 온전하기 때문에 백곡이 잘 자라서,한 해나 세 해만큼 걸러 짓지 않아도 한 줄기에 아홉 이삭이 달렸다.
3년 동안의 양식을 비축해 두고,나머지를 배에 싣고 장기도로 가져가서 팔았다.
장기라는 곳은 삼십만 여 호나 되는 일본의 속주이다. 그 지방이 한참 흉년이 들어서 규휼하고 은 백만 냥을 얻게 되었다.
위 대목에서 우리는 연암 박지원이 해외무역(경쟁 촉진,낮은 진입장벽)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허생이 온갖 과일을 사들였을 당시 조선의 과일시장이 개방되어 있었더라면 이웃 국가로부터 부족한 과일을 들여와 과일의 공급을 늘림으로써 독점의 발생을 막고 과일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조선왕조가 과일과 말총 등 독점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의 공급을 국유화하였거나, 현재의 공정거래법과 같은 법률 또는 가격규제 등의 정부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면 허생의 독점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원식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먹고 자고 입는 인간다운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상품에서부터 여가나 취미활동에 필요한 상품까지 오히려 공급자가 하나인 상품을 찾는 것이 어려울 지경이다.
이는 수많은 공급자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공급자가 오직 하나인 상품도 여전히 시장에는 존재하고 있다.
어떤 산업에서 오직 하나의 공급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우리는 '독점'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담배와 관련된 사업은 KT&G(한국담배인삼공사)만이 수행할 수 있고,TV를 보거나 전등을 켜는데 필요한 전기는 한국전력공사만이 생산 · 공급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운영체제는 아마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개발한 윈도 프로그램의 어떤 버전일 것이고,사랑을 고백하거나 결혼 예물로 널리 애용되는 보석인 다이아몬드의 십중팔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드비어스(DeBeers)사의 제품일 것이다.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분야의 수없이 많은 생산자가 전 세계 수십억명의 잠재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상품을 생산 · 공급하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이러한 독점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첫째,독점은 정부가 재정 수입 등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특정 상품의 생산과 판매를 특정 기업이나 특정인에게 부여할 경우 발생하며,우리나라의 담배가 대표적인 예이다.
둘째,여러 기업이 특정 상품을 나누어 생산하는 것보다 한 기업이 시장이 필요로 하는 모든 양을 생산할 때 단위당 비용이 적게 드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성립될 때도 독점은 발생하며,한국전력공사가 전기를 독점 생산 · 공급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셋째,어떤 기업이 특정 상품에 대한 특허권이나 저작권을 획득했을 때에 독점은 발생하며,MS사의 윈도가 특허권의 좋은 예이다.
마지막으로 독점은 특정 기업이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생산요소를 독점하는 경우에도 발생하며,세계 원광석 시장을 장악한 드비어스사가 다이아몬드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독점이 발생할 경우,이것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처럼 하나의 기업이 해당 상품의 전체 수요량을 생산할 때 규모의 경제가 발생할 경우 독점은 경제적 관점에서 허용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독점기업이 독점으로 인해 발생한 초과이윤을 기술개발에 투자할 경우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회 전체적 입장에서 독점 기업이 얻는 이득이 높은 독점가격으로 인해 소비자가 입는 손해보다 클 경우 독점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독점의 긍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독점이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상당히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는 독점이 불러오는 경제적 손실이 긍정적인 영향보다 월등히 크고 빈번하기 때문이다.
독점이 발생한 상품의 시장가격은 대부분 완전경쟁 하에서의 시장가격보다 높게 책정된다.
이는 독점기업이 자신들의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시장가격을 한계비용보다 높게 설정하고 있기 때문으로,이 경우 소비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여력이 부족한 소비자들은 소비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완전경쟁 하에서의 생산량은 수요곡선과 한계비용곡선이 교차하는 점에서 결정되는 반면,독점기업은 한계수입곡선과 한계비용곡선이 교차하는 점에서 생산량을 결정한다.
이로 인해 독점이 발생한 산업의 생산량은 사회적으로 최적인 상태보다 적게 된다.
이와 같은 높은 시장가격과 낮은 생산량으로 인해 독점 체제 하에서는 경제적으로 순손실이 발생하게 되며,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독점은 사회 전체적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독점은 경쟁의 실종으로 인해 종종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주범이 되기도 하며, 이윤극대화를 위해 생산시설의 가동이 최적화되지 않아 유휴설비 발생과 자원배분의 효율성도 떨어뜨린다.
이와 같은 독점으로 인한 시장의 비효율을 우리는 고대 문학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이며 사상가였던 연암 박지원은 정조 4년(1780년) 팔촌형인 박명원을 따라 청나라 건륭제의 고희를 축하하기 위해 중국 열하로 향했다.
그는 기행하며 견문한 청나라의 발달된 문화를 풍속,경제,병사,천문,문학 등의 분야로 나누어 기록하였다. 이 책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열하일기(熱河日記)'다.
'열하일기'는 총 26권 10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국의 역사와 지리뿐만 아니라 경제와 종교 그리고 문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열하일기는 문물의 단순한 설명과 묘사에 그치지 않고 청조의 번창한 문화와 문물을 본받을 것을 주장한 실학사상의 주요 작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열하일기'의 10권에 실려 있는 '허생전'은 허생의 상행위를 통해 허례허식에 빠진 양반사회를 비판하고 부국이민(富國利民)의 경제사상을 내세운 사회 개혁적인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허생전'의 주인공인 허생은 글공부에 빠져 사느라 가정을 보살피는 데 소홀한 서생이었다.
가난에 시달리던 그의 부인이 책만 읽던 허생에게 "벼슬도 못하는 공부는 해서 무엇하겠느냐"고 하자, 이에 허생은 책을 덮고 그 길로 한양에서 제일 큰 부자인 변씨를 찾아가 장사밑천으로 할 돈 만 냥을 빌렸다.
허생은 만 냥을 입수하자마자 다시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경기도 안성으로 내려갔다. 안성은 경기도와 충청도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이자 삼남의 길목으로,안성에서 허생은 대추 밤 감 배 석류 귤 유자 등 온갖 과일을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허생이 과일을 몽땅 사들였기 때문에 온 나라가 잔치며 제사를 못 지낼 형편에 이르렀고,얼마 지나지 않아 두 배의 값으로 과일을 팔았던 상인들이 허생에게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과일을 되사가게 되었다.
허생은 다시 칼 호미 포목 따위를 가지고 제주도로 건너가 상투를 만드는 데 쓰이는 말총을 죄다 사들이면서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과연 망건 값이 열 배로 뛰어 올랐다. >>
허생전은 독점이 시장에 가져다주는 폐해를 극단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온갖 과일과 말총을 모조리 사들인 허생은 시장에서 유일하게 과일과 말총을 공급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지위를 바탕으로 허생은 자신이 사들인 가격보다 열 배나 높은 가격으로 과일과 말총을 되팔 수 있었다.
즉,허생(독점기업)은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완전경쟁체제 하에서의 시장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반 상인(완전경쟁체제 하에서의 기업)들과는 달리 자신이 설정한 가격(독점 하에서의 시장가격)에 상품을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분명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백성들도 발생했을 것이고,돈이 없어 상투를 틀지 못한 양반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허생의 독점 행위로 인한 높은 가격과 낮은 공급량으로 인해 당시 백성들의 후생은 크게 후퇴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독점으로 인해 백성들의 후생이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선왕조가 펼쳤어야 할 선제적 대응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연암 박지원은 허생전에 이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싣고 있다.
변산에 창궐한 군도들을 회유하여 무인공도에 들어간 허생은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대를 엮어 울을 만들었다.
땅기운이 온전하기 때문에 백곡이 잘 자라서,한 해나 세 해만큼 걸러 짓지 않아도 한 줄기에 아홉 이삭이 달렸다.
3년 동안의 양식을 비축해 두고,나머지를 배에 싣고 장기도로 가져가서 팔았다.
장기라는 곳은 삼십만 여 호나 되는 일본의 속주이다. 그 지방이 한참 흉년이 들어서 규휼하고 은 백만 냥을 얻게 되었다.
위 대목에서 우리는 연암 박지원이 해외무역(경쟁 촉진,낮은 진입장벽)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허생이 온갖 과일을 사들였을 당시 조선의 과일시장이 개방되어 있었더라면 이웃 국가로부터 부족한 과일을 들여와 과일의 공급을 늘림으로써 독점의 발생을 막고 과일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조선왕조가 과일과 말총 등 독점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의 공급을 국유화하였거나, 현재의 공정거래법과 같은 법률 또는 가격규제 등의 정부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면 허생의 독점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원식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