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국채발행 성공··· 獨 · 佛 "구제금융 받아들여야" 압박
[Global Issue] 유럽 재정위기 한숨 돌렸지만 … '유로화 위기론' 여전
포르투갈이 12일 12억4900만유로의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부터 구제금융 신청 압박을 받던 포르투갈과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우려가 고조되던 금융시장은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올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채가 5000억유로에 달하고 유럽 은행권이 4000억유로의 채권을 차환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정위기가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 10년물 발행금리 연 6.716%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포르투갈은 10년만기 국채 5억9900만유로와 4년만기 국채 6억5000만유로 발행했다.

10년만기 국채 발행금리는 지난해 11월10일의 연 6.806%보다 소폭 낮은 6.716%,4년만기 국채는 지난해 10월27일의 4.041%보다 높은 5.396%에서 결정됐다.

국채를 사겠다는 응찰 규모는 10년물이 매각 예정 규모보다 3.2배,4년물이 2.6배 많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유통시장에서 포르투갈 국채 매입에 나선 것이 이날 발행금리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ECB는 최근 포르투갈 10년만기 국채금리가 연 7%를 넘어서자 포르투갈 국채를 매입하며 지원사격에 나선 바 있다.

전날 일본 정부가 "유로존재정안정기금이 곧 발행할 50억유로 규모 국채 중 10억유로어치를 구매하겠다"고 밝힌 것도 국채 시장에 온기가 돌게 했다.

포르투갈이 국채 발행에 성공함에 따라 시장은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크리스토프 리거 코메르츠방크 채권담당 투자전략가는 "입찰 성공은 시장에 단기적인 안정세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13일로 예정된 최대 30억유로 규모의 스페인 5년만기 국채와 60억유로 규모의 이탈리아 5년 및 15년만기 국채 발행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시장 안정에도 불구하고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제인 폴리 라보뱅크 통화전략가는 "포르투갈 국채 발행 성공은 정부가 시간을 벌었다는 의미일 뿐 구제금융 우려를 완전히 씻어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빈더 시안 RBS 애널리스트도 "연 6.8%에 근접한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EU,포르투갈에 600억유로 지원 검토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유럽연합(EU) 국가들이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포르투갈에 대한 600억유로 지원과 그리스 국채 매입,구제금융 금리 인하 등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EU 재무장관들은 17~18일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독일이 이 계획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EU 정상들이 모이는 다음 달 4일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EU 재무장관회의에선 EU회원국 갹출로 조성된 4400억유로의 유로존재정안정기금을 확충하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올리 렌 EU 경제 · 통화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유럽 재정 지원의 규모 및 범위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추후 발생할 위기에 EU가 보다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현재의 재정안정기금을 해체하고 새로운 대안기구를 만드는 방안까지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주요 국가들은 포르투갈의 자체 해결 능력에 회의적이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독일과 프랑스는 포르투갈에 국제 구제금융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신용평가사들의 냉랭한 평가도 부정적 전망을 부추겼다. 피치는 지난해 12월23일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단계 떨어뜨렸다.

그러면서 "포르투갈 정부가 2010년 재정적자를 GDP 대비 7.3% 수준으로 줄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금 확대와 지출 감축을 핵심으로 한 긴축정책이 고금리에 허덕이는 산업전반에 경기 침체를 촉발하고 결국 세수 감소 및 자금 조달 비용 증가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포르투갈 정부는 구제금융에 대해 "필요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는 "구제금융 논의는 단지 투기세력만 도와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또 고개드는 유로화 위기론

유럽 재정위기로 '유로화 위기론'이 유로화 창설자들 사이에서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12일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오트마 이싱이 최근 작성한 논문에서 '유로존 회원국들이 재정지출 통제 방안을 찾지 못하면 유로화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싱은 "유로존 회원국들의 재정정책이 유로화 사용 지역의 상황과 조화를 이루는 데 실패하면서 통화동맹이 약화됐을 뿐 아니라 생존 가능성까지 의문시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8년부터 ECB에서 유로화 창설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현재는 독일 재정연구센터(CFS)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독일 정부의 재정개혁에 조언하고 있다.

외르크 크래머 코메르츠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유로화 창설 과정에 참여한 인사들 중 이싱만큼 공개적으로 유로화 비관론을 제시한 경우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제인 폴리 라보뱅크인터내셔널 수석 외환전략담당은 "포르투갈은 현재 유로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이하로 미미하지만 스페인 등 주변국들과 밀접한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파급 영향력은 메가톤급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