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있는 살이라 ‘등살’, 살과 관련이 없어서 ‘등쌀’

'눈곱과 눈꼽.' '등쌀과 등살.' '팔짱과 팔장.'

우리말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단어 형태와 소리가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된소리로 발음되는 말들을 어떤 경우엔 소리 나는 대로 적고 어떤 경우엔 원래 형태를 살려 적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기억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수많은 단어를 무작정 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비교적 일관된 원칙이 있어서 이를 알고 나면 나머지는 응용해 적을 수 있다.

'눈곱'이냐 '눈꼽'이냐를 갈라주는 기준은 합성어 여부에 있다. 피곤하거나 눈병이 있을 때 생기는 '눈곱'은 '눈에 낀 곱'이므로 이를 '눈꼽'으로 적지 않는다.

그래도 헷갈리면 '배꼽'과 구별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배꼽'은 탯줄이 떨어지면서 배의 한가운데에 생긴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배에 생긴 곱'이 아니므로 이를 '배곱'이라 하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배꼽'으로 적는 것이다.

'탐관오리의 등쌀에 시달리는 백성'이라 할 때의 '등쌀' 역시 자칫 '등살'로 적기 쉬운 말이다.

이때도 헷갈리면 이 말이 '등+살'의 합성어인지를 살펴보면 된다. '몹시 귀찮게 구는 짓'을 뜻하는 말인 '등쌀'은 '등에 있는 살'과 관련이 없는 것이므로 소리 나는 대로 '등쌀'로 적는다.

이에 비해 "등살에 소름이 돋았다"라고 할 때의 '등살'은 등에 있는 근육을 뜻하는 말이므로 '등쌀'로 적지 않고 '등살'로 적는 것이다.

'얼음장,구들장'과 '팔짱'을 비교해 보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다.

앞의 '-장'은 '조각'이란 뜻을 담고 있는 독립된 말이므로 '-짱'으로 적지 않는다.

그러나 '팔짱을 끼다'에서 뒤에 붙은 '-짱'은 어디서 온 말인지 근거를 찾을 수 없으므로 '팔장'이라 하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