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과 보리도 구별 못하는 사람이 ‘숙맥

"너 같은 쑥맥한테 그런 일을 시킨 내가 잘못이지."

"그는 울쩍한 마음을 달래려고 산보를 나갔다. "

단어 표기에 세심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금세 어디가 틀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쑥맥'과 '울쩍'은 각각 '숙맥''울적'이라 적어야 맞는 말이다.

우리말을 적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소리 나는 대로 적기'이고 다른 하나는 '형태 밝혀 적기'이다.

이 가운데 '숙맥'과 '울적'은 형태 밝혀 적기에 해당하는 말이다.

우리말은 음운 환경에 따라 된소리로 나는 경우가 있는데,'형태 밝혀 적기'란 비록 발음은 된소리로 나지만 원래 말의 형태를 살려 적는 것을 말한다.

대개 합성어의 경우가 그렇고,어원이 드러난 경우도 형태를 밝혀 적는다.

'사리 분별을 못하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숙맥(菽麥)'은 '숙맥불변(菽麥不辨)'이 준 것이다.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한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이를 사람들이 입말에서 잘못 익은 대로 '쑥맥'이라 말하기 쉽지만, 어원이 살아 있는 말이므로 된소리로 적지 않고 형태를 밝혀 적는 것이다.

'울적하다'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이 답답하고 쓸쓸하다는 뜻인 '울적(鬱寂)하다'는 한자에서 온 말이다.

어원이 드러난 말이므로 이를 굳이 소리 나는 대로 '울쩍'이라 적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합성어란 말 그대로 두 개 이상의 단어가 결합해 만들어진 말이므로 그 원형을 살려 적는다.

따라서 '눈곱(눈+곱)' '눈살(눈+살)'을 눈꼽,눈쌀로 적지 않는다.

'눈곱'인지, '눈꼽'인지가 헷갈릴 때는 우리말 '곱'을 떠올리면 된다.

'곱'은 부스럼이나 헌데에 끼는 고름 모양의 물질이다.

이것이 '눈'과 결합해 이뤄진 말이므로 '눈곱'이라 적는 것이다.

'눈살' 역시 두 눈썹 사이에 살이 접혀 생기는 주름이므로 이를 '눈쌀'이라 하지 않고 '눈살'로 적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