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떡국을 먹으면 올해 몇 살이 되는 거지?"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예전에 계절의 변화를 음력으로 따질 때는 한 해가 시작하는 첫 달을 '정월(正月)'이라 불렀다.
새해 첫 달의 첫날은 '정초(正初)'다. '원단(元旦)' '원일(元日)'이라고도 한다.
이런 말들은 양력으로 바뀐 오늘날에도 관습적으로 이어져 양력 1월을 여전히 정월, 그 첫날을 정초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새해 첫날, 즉 1월 1일을 명절로 이르는 말인 '설'은 지금도 음력을 기준으로 해서 따진다.
따라서 양력 1월 1일은 '설'이라 하지 않고 그냥 새해 첫날일 뿐이다.
다만 과거 오랜 '이중과세' 시절을 지내온 영향으로 요즘도 이날 떡국을 차려 먹는 사람은 꽤 있는 듯하다.
떡국은 예부터 대표적인 설음식이지만 지금은 평소에도 수시로 즐겨 찾는 보편적인 음식이 됐다.
그러나 정초에 특별한 문맥에서 쓰인 '떡국을 먹다'란 표현은 말 그대로 떡국이란 음식을 먹는다는 게 아니라 '설을 쇠어서 나이를 한 살 더 먹다'란 뜻이다.
이처럼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語句)'를 관용구라 이른다.
가령 '발이 넓다'라고 하면 '발바닥이 크게 생겼다'는 게 아니라 '사교적이어서 아는 사람이 많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 등을 말한다.
정초에 떡국을 먹음으로써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는 의미에서 이날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가령 "너 떡국 몇 그릇 먹었냐"라고 하면 "너 나이가 몇이냐"라고 묻는 말이 된다.
조선 순조 때 학자 홍석모가 지은 민속 해설서 '동국세시기'는 예부터 전해 오는 우리나라의 연중행사 및 풍속을 설명한 책이다. 이 책에는 새해 첫날 벌어지는 일 가운데 '세(歲)'자가 붙는 말들에 대한 풀이도 있다.
'남녀 어린이들은 모두 새 옷으로 단장하는데 이것을 세장(歲粧)이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설빔이라고 한다.
집안 친척 어른들을 찾아 뵙고 인사드리는 것을 세배(歲拜)라고 한다.
이날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만든 시절음식을 세찬(歲饌)이라고 하고, 대접하는 술을 세주(歲酒)라고 한다. '(동국세시기,정승모 풀어씀,도서출판 풀빛,2009년)
'세찬'을 우리 사전은 '설에 차리는 음식.이것으로 차례를 지내거나, 세배하러 온 사람들을 대접한다'고 풀고 있다. 세찬과 비슷한 말은 '설음식'인데, 이는 '설에 먹는 색다른 음식'을 이른다.
떡국 수정과 식혜 약식 유밀과 등이 있다. 사전에 올라있는 말이다.
'세장'이란 '설에 옷을 차려입는 일. 또는 그 옷'을 가리킨다. 차례를 지낸 뒤에 정월 대보름날까지 갈아입지 않는 풍습이 있었다. 우리 고유어로 하면 '설빔'이다.
이를 일부 지역에선 '설비음'이라 했는데, 지금도 이처럼 말하고 쓰는 사람이 있으나 우리 사전에서는 '설비음'을 버리고 '설빔'만 쓰도록 했다.
'설빔'의 사전적 풀이는 '설을 맞이하여 새로 장만해 입거나 신는 옷, 신발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까치설빔으로 색동저고리를 입는데 이를 '까치저고리'라 부른다.
요즘은 굳이 설날에만 입는 것은 아니고 다른 명절이나 아기 돌잔치 때도 입는다.
'까치설'은 어린아이의 말로, 설날의 전날 곧 섣달 그믐날을 이르는 말이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로 시작하는 '설날'이란 노래에 나오는 '까치설'은 어원이 분명치 않은 말이다.
국어학자 서정범 교수는 이를 '아치설'에서 왔을 것으로 제시한 적이 있다. '아치'는 '작다(小)'란 뜻을 가진 옛말인데, 설 전날을 작은설이란 의미에서 아치설이라 부르다 음이 바뀌어 까치설이 됐다는 것이다.
설에 쓰는 술을 '세주'라 이르며 우리말로는 '설술'이라 한다. 모두 사전에 올라있는 말이다. 섣달그믐이나 정초에 웃어른께 인사로 하는 절이 '세배'이다.
따라서 정초가 아닌, 다른 명절 때 집안 어른에게 인사로 드리는 절은 세배라 하지 않는다.
새해 초에 쓰이는 말 가운데는 '구랍(舊臘)'도 알아둘 만하다. 보통 '구랍 30일''구랍 31일' 식으로 쓰이는데, 이때의 '구랍'은 '지난해 12월'을 뜻한다.
'랍(臘)'은 한 해의 마지막 달인 '섣달'을 뜻하는 한자어이다. 여기에 '옛 구(舊)'자를 써서 구랍, 즉 새해 초가 되어 '지난해 섣달'을 가리키는 말로 쓰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예전에 계절의 변화를 음력으로 따질 때는 한 해가 시작하는 첫 달을 '정월(正月)'이라 불렀다.
새해 첫 달의 첫날은 '정초(正初)'다. '원단(元旦)' '원일(元日)'이라고도 한다.
이런 말들은 양력으로 바뀐 오늘날에도 관습적으로 이어져 양력 1월을 여전히 정월, 그 첫날을 정초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새해 첫날, 즉 1월 1일을 명절로 이르는 말인 '설'은 지금도 음력을 기준으로 해서 따진다.
따라서 양력 1월 1일은 '설'이라 하지 않고 그냥 새해 첫날일 뿐이다.
다만 과거 오랜 '이중과세' 시절을 지내온 영향으로 요즘도 이날 떡국을 차려 먹는 사람은 꽤 있는 듯하다.
떡국은 예부터 대표적인 설음식이지만 지금은 평소에도 수시로 즐겨 찾는 보편적인 음식이 됐다.
그러나 정초에 특별한 문맥에서 쓰인 '떡국을 먹다'란 표현은 말 그대로 떡국이란 음식을 먹는다는 게 아니라 '설을 쇠어서 나이를 한 살 더 먹다'란 뜻이다.
이처럼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語句)'를 관용구라 이른다.
가령 '발이 넓다'라고 하면 '발바닥이 크게 생겼다'는 게 아니라 '사교적이어서 아는 사람이 많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 등을 말한다.
정초에 떡국을 먹음으로써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는 의미에서 이날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가령 "너 떡국 몇 그릇 먹었냐"라고 하면 "너 나이가 몇이냐"라고 묻는 말이 된다.
조선 순조 때 학자 홍석모가 지은 민속 해설서 '동국세시기'는 예부터 전해 오는 우리나라의 연중행사 및 풍속을 설명한 책이다. 이 책에는 새해 첫날 벌어지는 일 가운데 '세(歲)'자가 붙는 말들에 대한 풀이도 있다.
'남녀 어린이들은 모두 새 옷으로 단장하는데 이것을 세장(歲粧)이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설빔이라고 한다.
집안 친척 어른들을 찾아 뵙고 인사드리는 것을 세배(歲拜)라고 한다.
이날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만든 시절음식을 세찬(歲饌)이라고 하고, 대접하는 술을 세주(歲酒)라고 한다. '(동국세시기,정승모 풀어씀,도서출판 풀빛,2009년)
'세찬'을 우리 사전은 '설에 차리는 음식.이것으로 차례를 지내거나, 세배하러 온 사람들을 대접한다'고 풀고 있다. 세찬과 비슷한 말은 '설음식'인데, 이는 '설에 먹는 색다른 음식'을 이른다.
떡국 수정과 식혜 약식 유밀과 등이 있다. 사전에 올라있는 말이다.
'세장'이란 '설에 옷을 차려입는 일. 또는 그 옷'을 가리킨다. 차례를 지낸 뒤에 정월 대보름날까지 갈아입지 않는 풍습이 있었다. 우리 고유어로 하면 '설빔'이다.
이를 일부 지역에선 '설비음'이라 했는데, 지금도 이처럼 말하고 쓰는 사람이 있으나 우리 사전에서는 '설비음'을 버리고 '설빔'만 쓰도록 했다.
'설빔'의 사전적 풀이는 '설을 맞이하여 새로 장만해 입거나 신는 옷, 신발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까치설빔으로 색동저고리를 입는데 이를 '까치저고리'라 부른다.
요즘은 굳이 설날에만 입는 것은 아니고 다른 명절이나 아기 돌잔치 때도 입는다.
'까치설'은 어린아이의 말로, 설날의 전날 곧 섣달 그믐날을 이르는 말이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로 시작하는 '설날'이란 노래에 나오는 '까치설'은 어원이 분명치 않은 말이다.
국어학자 서정범 교수는 이를 '아치설'에서 왔을 것으로 제시한 적이 있다. '아치'는 '작다(小)'란 뜻을 가진 옛말인데, 설 전날을 작은설이란 의미에서 아치설이라 부르다 음이 바뀌어 까치설이 됐다는 것이다.
설에 쓰는 술을 '세주'라 이르며 우리말로는 '설술'이라 한다. 모두 사전에 올라있는 말이다. 섣달그믐이나 정초에 웃어른께 인사로 하는 절이 '세배'이다.
따라서 정초가 아닌, 다른 명절 때 집안 어른에게 인사로 드리는 절은 세배라 하지 않는다.
새해 초에 쓰이는 말 가운데는 '구랍(舊臘)'도 알아둘 만하다. 보통 '구랍 30일''구랍 31일' 식으로 쓰이는데, 이때의 '구랍'은 '지난해 12월'을 뜻한다.
'랍(臘)'은 한 해의 마지막 달인 '섣달'을 뜻하는 한자어이다. 여기에 '옛 구(舊)'자를 써서 구랍, 즉 새해 초가 되어 '지난해 섣달'을 가리키는 말로 쓰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