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기술공작실’ 짓는 김용근 산업기술진흥원장
스티브잡스, 빌게이츠도 아버지 창고에서 시작 "우리 기술 교육은 재미가 너무 없고 암기 위주입니다. 어릴 때부터 직접 물건을 만들고 부숴보기도 해야 기술에 재미가 붙고 창의적 아이디어도 나오는 법인데…."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한국의 교육 현실에 불만이 많다.
"아이폰처럼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한국에서 안 나오는 것은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기술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 5월부터 중 · 고등학교에 기술 공작실을 짓는 사업을 시작했다. 기술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실습형 학습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17개 학교를 지원했다.
김 원장은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아버지 차고에서 기계를 만져보며 기술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며 "우리는 그런 문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세상을 바꾸는 기술은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나야 나온다"며 "연구 · 개발(R&D) 과정에서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동반성장지수를 점수화해 발표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방식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 원장은 지난 13일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24명 가운데 1명이다. 지난달 17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3층 집무실에서 김 원장을 1시간30분 동안 만났다.
▼중 · 고등학교 기술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초등학생 중에는 과학자나 기술자가 꿈이라고 말하는 어린이가 많습니다.
그런데 중 · 고등학교에 가보면 그런 학생이 거의 없습니다. 입시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면서 기술이 변방 과목으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입시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나라의 기술 장래는 결코 밝지 않습니다. "
▼기술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재미 없는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아이폰이 나오는 세상인데 기술 교과서에는 여전히 오래된 컴퓨터 얘기만 있고,수업은 실습 없이 설명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학생들이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 교사가 푸대접을 받는 것도 문제입니다.
기술 교사가 없어 가정 교사가 기술을 대신 가르치는 학교가 적지 않고,기술 교사가 규율 교사 노릇을 하는 학교도 많습니다. "
▼기술 공작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합니까.
"학교별로 15명가량의 학생을 뽑아 방과 후 실습형 기술 교육을 제공합니다.
실습 재료비와 교육용 기자재 구입비,외부 강사비,산업 현장 체험활동비,멘토링 지원비 등을 산업기술진흥원에서 지원합니다. "
▼기술 선생님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처음 기술 교사들을 만났을 때 '1년에 얼마를 지원하면 좋겠습니까'하고 물었더니 '500만원만 달라'고 그럽디다.
그래서 '500만원 가지고 대체 뭘 하시게요'라고 반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학교별로 연간 3000만원 정도를 지원하는데 이 분들은 그동안 이런 지원을 한번도 안 받아봐서 500만원도 큰돈으로 생각한 겁니다.
지식경제부 R&D 예산이 한 해 5조원에 육박하는데 다른 데 몇백억원 쓰는 것보다 중 · 고등학교 기술교사들에게 몇십억원만 지원해줘도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
▼사업을 더 확대할 계획입니까.
"내년에는 대상 학교를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 단지에 의무적으로 기술 공작실을 만들자는 캠페인을 벌일 생각입니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은 대부분 차고에서 시작했습니다. 반면 우리는 주로 아파트에 살면서 그런 문화가 없습니다. "
▼기술 교과서도 펴낸 것으로 압니다.
"'테크놀로지의 세계'라는 기술 보조 교재를 만들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수업에 참고할 수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검정한 기존 교과서와 달리 스토리텔링(이야기) 중심으로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게 특징입니다.
예컨대 '루이 14세는 작은 키를 감추기 위해 하이힐을 신었다'는 에피소드를 통해 중세부터 현대까지 하이힐의 유행을 설명하는 식이죠.중 · 고등학교 교사들이 이 교과서를 기존 정규 교과서의 보조 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국내 R&D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기존 제품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는 세계 최고이지만,창의적인 부분에선 약합니다.
아이폰을 뜯어보면 부품의 30% 가까이가 한국산입니다.
하지만 아이폰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추격은 잘하지만 앞서가는 기술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앞으로 국민소득이 4만달러,5만달러로 커지려면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 쪽으로 R&D가 바뀌어야 합니다. "
▼왜 그런 한계가 생기는 걸까요.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술에 플러스 알파(+α)가 있어야 합니다.
'누구를 위해 왜 만드는지'에 대한 철학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기술에 인문학과 사회학 같은 것이 결합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그런 생각을 잘 못하는 거죠.좀 심하게 말하면 R&D 활동의 대부분이 장비를 구입하고 실험 일지를 쓰고,영수증을 처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R&D 연구비 중 일부를 창의적인 생각을 키우는 활동에 쓸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는데,연구원들은 '겁이 나서 못쓰겠다'고 합니다.
나중에 감사받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죠."
▼플러스 알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로 다른 생각들이 융합돼야 합니다.
우리 연구자들의 문제는 개인적으로 보면 다들 똑똑한데,서로 만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실험실 벽을 트고 각 학과 간의 경계를 허물어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생각은 자기 분야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다른 분야와 만날 때 스파크가 튀는 겁니다. "
▼칸막이식 정부 조직이나 예산도 문제 아닙니까.
"정부 R&D 과제를 보면 사무관별로 사업을 나누고 사업 공고를 냅니다.
그렇다보니 사업이 너무 잘게 쪼개집니다. 정부가 매년 3월 사업 공고를 내는데,이때가 되면 대한민국은 '공고 공화국'이 될 정도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갑갑할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젝트는 하나인데 돈은 여기저기서 받아야 하니 말이죠.
정부 조직과 예산 구조가 그렇게 돼 있으니 공무원들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 행정 프로세스를 고쳐야 합니다. 외국에선 대부분 프로젝트 단위로 R&D 예산을 집행합니다. "
▼동반성장위원회는 어떻게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애플이 앱 개발자와 3 대 7의 성과 배분 구조를 통해 윈-윈 관계를 만들어낸 것처럼,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적정한 성과 배분 구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동반성장의 핵심은 중소기업들이 자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대기업들은 동반성장 실적이 점수화돼서 발표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부담을 느끼면 동반 성장이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점수화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
▼최근 보수 · 직급 체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산업기술진흥원은 지식경제부 산하 5개 R&D 지원기관이 통합해 지난해 5월 출범했다. 조직 통합 이후 출신 기관에 따라 비슷한 경력의 직원 연봉이 1600만원가량 벌어질 정도로 보수 · 직급체계가 달라 '한지붕 다섯가족'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
"노조에서 사내 게시판에 '새로운 CEO가 필요하다'는 글을 띄우기도 했습니다.
노-노 갈등도 있었고요. 지난 여름까지 계속 대립하다 외부 전문가의 중재를 받기로 노사가 합의하면서 이견이 좁혀지기 시작했습니다. "
▼노사 합의 이후에는 모든 게 잘 풀렸습니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임금 총액은 그대로 두고 보수 · 직급체계를 조정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직원들을 어떻게 설득하셨습니까.
"올해 1년간 호프 데이만 60번 넘게 했습니다. 노조는 물론 직원들과도 팀별,개인별로 계속 만났습니다.
노조와는 서로 몸을 가누지 못하도록 마시고 나서도 다음날 또 싸웠습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논리는 기본이고,인간적 교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
주용석 한국경제신문기자 hohoboy@hankyung.com
스티브잡스, 빌게이츠도 아버지 창고에서 시작 "우리 기술 교육은 재미가 너무 없고 암기 위주입니다. 어릴 때부터 직접 물건을 만들고 부숴보기도 해야 기술에 재미가 붙고 창의적 아이디어도 나오는 법인데…."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은 한국의 교육 현실에 불만이 많다.
"아이폰처럼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한국에서 안 나오는 것은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기술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 5월부터 중 · 고등학교에 기술 공작실을 짓는 사업을 시작했다. 기술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실습형 학습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17개 학교를 지원했다.
김 원장은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아버지 차고에서 기계를 만져보며 기술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며 "우리는 그런 문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세상을 바꾸는 기술은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나야 나온다"며 "연구 · 개발(R&D) 과정에서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동반성장지수를 점수화해 발표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방식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 원장은 지난 13일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24명 가운데 1명이다. 지난달 17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3층 집무실에서 김 원장을 1시간30분 동안 만났다.
▼중 · 고등학교 기술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초등학생 중에는 과학자나 기술자가 꿈이라고 말하는 어린이가 많습니다.
그런데 중 · 고등학교에 가보면 그런 학생이 거의 없습니다. 입시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면서 기술이 변방 과목으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입시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나라의 기술 장래는 결코 밝지 않습니다. "
▼기술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재미 없는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아이폰이 나오는 세상인데 기술 교과서에는 여전히 오래된 컴퓨터 얘기만 있고,수업은 실습 없이 설명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학생들이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 교사가 푸대접을 받는 것도 문제입니다.
기술 교사가 없어 가정 교사가 기술을 대신 가르치는 학교가 적지 않고,기술 교사가 규율 교사 노릇을 하는 학교도 많습니다. "
▼기술 공작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합니까.
"학교별로 15명가량의 학생을 뽑아 방과 후 실습형 기술 교육을 제공합니다.
실습 재료비와 교육용 기자재 구입비,외부 강사비,산업 현장 체험활동비,멘토링 지원비 등을 산업기술진흥원에서 지원합니다. "
▼기술 선생님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처음 기술 교사들을 만났을 때 '1년에 얼마를 지원하면 좋겠습니까'하고 물었더니 '500만원만 달라'고 그럽디다.
그래서 '500만원 가지고 대체 뭘 하시게요'라고 반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학교별로 연간 3000만원 정도를 지원하는데 이 분들은 그동안 이런 지원을 한번도 안 받아봐서 500만원도 큰돈으로 생각한 겁니다.
지식경제부 R&D 예산이 한 해 5조원에 육박하는데 다른 데 몇백억원 쓰는 것보다 중 · 고등학교 기술교사들에게 몇십억원만 지원해줘도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
▼사업을 더 확대할 계획입니까.
"내년에는 대상 학교를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 단지에 의무적으로 기술 공작실을 만들자는 캠페인을 벌일 생각입니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은 대부분 차고에서 시작했습니다. 반면 우리는 주로 아파트에 살면서 그런 문화가 없습니다. "
▼기술 교과서도 펴낸 것으로 압니다.
"'테크놀로지의 세계'라는 기술 보조 교재를 만들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수업에 참고할 수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검정한 기존 교과서와 달리 스토리텔링(이야기) 중심으로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게 특징입니다.
예컨대 '루이 14세는 작은 키를 감추기 위해 하이힐을 신었다'는 에피소드를 통해 중세부터 현대까지 하이힐의 유행을 설명하는 식이죠.중 · 고등학교 교사들이 이 교과서를 기존 정규 교과서의 보조 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국내 R&D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기존 제품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는 세계 최고이지만,창의적인 부분에선 약합니다.
아이폰을 뜯어보면 부품의 30% 가까이가 한국산입니다.
하지만 아이폰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추격은 잘하지만 앞서가는 기술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앞으로 국민소득이 4만달러,5만달러로 커지려면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 쪽으로 R&D가 바뀌어야 합니다. "
▼왜 그런 한계가 생기는 걸까요.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술에 플러스 알파(+α)가 있어야 합니다.
'누구를 위해 왜 만드는지'에 대한 철학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기술에 인문학과 사회학 같은 것이 결합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그런 생각을 잘 못하는 거죠.좀 심하게 말하면 R&D 활동의 대부분이 장비를 구입하고 실험 일지를 쓰고,영수증을 처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R&D 연구비 중 일부를 창의적인 생각을 키우는 활동에 쓸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는데,연구원들은 '겁이 나서 못쓰겠다'고 합니다.
나중에 감사받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죠."
▼플러스 알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로 다른 생각들이 융합돼야 합니다.
우리 연구자들의 문제는 개인적으로 보면 다들 똑똑한데,서로 만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실험실 벽을 트고 각 학과 간의 경계를 허물어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생각은 자기 분야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다른 분야와 만날 때 스파크가 튀는 겁니다. "
▼칸막이식 정부 조직이나 예산도 문제 아닙니까.
"정부 R&D 과제를 보면 사무관별로 사업을 나누고 사업 공고를 냅니다.
그렇다보니 사업이 너무 잘게 쪼개집니다. 정부가 매년 3월 사업 공고를 내는데,이때가 되면 대한민국은 '공고 공화국'이 될 정도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갑갑할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젝트는 하나인데 돈은 여기저기서 받아야 하니 말이죠.
정부 조직과 예산 구조가 그렇게 돼 있으니 공무원들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 행정 프로세스를 고쳐야 합니다. 외국에선 대부분 프로젝트 단위로 R&D 예산을 집행합니다. "
▼동반성장위원회는 어떻게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애플이 앱 개발자와 3 대 7의 성과 배분 구조를 통해 윈-윈 관계를 만들어낸 것처럼,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적정한 성과 배분 구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동반성장의 핵심은 중소기업들이 자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대기업들은 동반성장 실적이 점수화돼서 발표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부담을 느끼면 동반 성장이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점수화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
▼최근 보수 · 직급 체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산업기술진흥원은 지식경제부 산하 5개 R&D 지원기관이 통합해 지난해 5월 출범했다. 조직 통합 이후 출신 기관에 따라 비슷한 경력의 직원 연봉이 1600만원가량 벌어질 정도로 보수 · 직급체계가 달라 '한지붕 다섯가족'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
"노조에서 사내 게시판에 '새로운 CEO가 필요하다'는 글을 띄우기도 했습니다.
노-노 갈등도 있었고요. 지난 여름까지 계속 대립하다 외부 전문가의 중재를 받기로 노사가 합의하면서 이견이 좁혀지기 시작했습니다. "
▼노사 합의 이후에는 모든 게 잘 풀렸습니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임금 총액은 그대로 두고 보수 · 직급체계를 조정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직원들을 어떻게 설득하셨습니까.
"올해 1년간 호프 데이만 60번 넘게 했습니다. 노조는 물론 직원들과도 팀별,개인별로 계속 만났습니다.
노조와는 서로 몸을 가누지 못하도록 마시고 나서도 다음날 또 싸웠습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논리는 기본이고,인간적 교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
주용석 한국경제신문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