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43) 독해의 기본틀, '주장과 근거'
제시문 내의 서술 구성에 대해 살펴본 지난 시간에 이어,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독해의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독해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글쓴이의 핵심적인 주장과 그 논증을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거칠고 쉽게 말하자면 '따라서' '즉' '결국' '그러므로'와 같은 연결어가 이런 힌트를 준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확정적인 정보가 될 수 없습니다.

하나의 글 안에 이런 연결어는 수도 없이 쓰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러 혼동을 주기 위해 '그러나'를 몇 번이나 두고 방향의 전환을 반복하는 제시문도 많이 발견됩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연결어를 찾는 작업이라기보다는 서술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결국, 독해를 하기 위해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사항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두 가지입니다.

읽기 위해서 우리가 사용해야 하는 이해의 틀이 <원인+결과>라는 인과론적 사유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를 위해 문단이라는 구별된 공간을 구분하여 읽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 근거없는 주장이란 없다

무엇보다 <원인+결과> <외연+내연> <부연+핵심>이라는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비단 논술만을 위한 읽기 스킬이 아닙니다.

세상의 어떤 글을 읽더라도 이런 읽기틀은 필요합니다. 물론 설명문이라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특정한 대상이나 사건, 상황을 풀어서 쓸 테니까요. 하지만, 알다시피 논술의 제시문들은 설명문보다 주장이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요.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근거와 주장이라는 큰 틀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다음의 글을 보도록 하지요.

①디카라는 개인기기는 사용자 일인에게 부가된 장비이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것 무엇이든 담을 수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모습(셀프)까지 담아낼 수 있다.

②조그마한 LCD창에 비친 세상은 존재하는 실제 세상에서 떼어내어 자신이 보관하게 된 '자신만의 세상'이 된다.

③거기에 포토샵만 조금 다룰 줄 안다면 그 찍은 사진마저 자르고 붙이고 하여 새로운 세계상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

④실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⑤이 모든 행위는 기본적으로 사용자에게 다른 존재의 개입 없이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최고의 자유로서 드러나게 된다.

⑥결국 디지털 시대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시대이다.

⑦이는 거시적 관점에서 미시적 관점으로의 변이가 일어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도 마땅하다.

⑧무궁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2의 눈으로서 디카는 이미 우리의 삶 속에 깊이 파고 들어와 디지털 라이프의 축이 되고 있다.

⑨우리는 실제로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이용준, <우리들의 디카세상>


모두 2개의 문단, 9개의 문장으로 되어있는 제시문입니다.

우선 첫 번째 문단부터 보도록 하지요. 5개의 문장 중에서 어느 문장이 가장 중요한 문장일까요?

이미 많은 학생이 알고 있듯, 보통은 맨 앞이나 맨 뒤에 핵심 문장이 오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①번 문장은 그런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를 서술하고 있을 뿐더러, 그 뒤에 이어지는 내용(②)을 보았을 때 연쇄적으로 특정한 사실을 설명하는 분위기 속에 있기 때문이지요.

즉,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분석하기보다는 앞의 내용을 받아서 <추가> <확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③,④번에 와서야 겨우 '전지전능한 능력'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의미부여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⑤에 이르러, 드디어 <이 모든 행위>라는 주어가 등장하면서 ①~④번의 내용을 정리해줍니다. 결국 디카를 통해 사진을 찍는 행위가 개인들에게 최고의 자유를 제공해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①~④번은 결국 ⑤번이라는 핵심을 이야기해주기 위한 근거로서의 예시였던 셈이지요.

이런 식으로 글의 내용을 역할과 기능에 맞게 구분지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부분이 어떤 부분을 위해 쓰이는지, 왜 이런 서술이 들어가 있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이지요.

물론 실제 시험장에서 이렇게 촘촘하게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때는 상대적으로 시간의 제약이 있으므로 더 효율적으로 살펴야겠지요. 하지만, 그 효율적으로 살피는 기술 자체는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짧은 글, 짧은 문장부터 하나하나 그 기능을 파악해가면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주장과 근거라는 기본적인 이해의 틀을 사용하여 매 제시문을 촘촘히 분석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 문단을 토대로 확장하며 읽기

⑥번 문장부터는 문단이 바뀌지요. 문단이 바뀌었다는 것은 글쓴이가 말하려고 하는 포인트가 바뀌었다는 신호이지요.

문단이란 기본적으로 <하나의 뜻을 지닌 문장의 집단>이므로, 하나의 뜻이 도출되어야 정상입니다.

그러므로 첫 번째 문단과는 무언가 다른 내용이 나오겠지요. 그렇다면 두 번째 문단과 첫 번째 문단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이것도 기본적으로 주장과 근거의 관계, 원인과 결과의 관계라는 틀을 두고 읽어야 합니다.

이 관계가 <반복/확장>이라든지 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봤자, 전체적인 틀을 보았을 때, 어느 한 문단은 결국 다른 한 문단을 지지하기 위한 근거이자, 부연이 됩니다.

반복이라면 첫 번째 문단의 내용을 토대로 요약이 가능할 것이겠지만, 문장의 내용을 살펴봤을 때 주된 소재가 디카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었군요. 주어 자체가 변했으니까요.

그렇게 본다면, 이 제시문은 디카가 주는 의미를 고찰하는 ①~⑤번 문장, 거기에 시대적 의미까지 고찰하게 되는 ⑥~⑨번 문장이 추가됩니다.

그리고 범위의 특성상, 디카보다는 디지털 시대가 더 큰 범위를 차지하게 되겠지요.

아마도 글쓴이는 디지털 시대의 특징을 이야기하기 위해 디카라는 구체적 예시를 든 것이겠지요. 즉, 이제 첫 번째 문단이 부연(근거), 두 번째 문단이 핵심(주장)이 됩니다.

실제 시험에서 등장하는 제시문의 길이는 물론 이보다 더 깁니다.

가령 고려대 1번 요약 문제의 경우 문단의 수는 10개가 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기본적으로 이해의 기본 틀은 원인과 결과입니다. ①번부터 ⑩번 문단까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는 기본적으로 주장과 근거의 관계가 있습니다.

다만 예시로서, 부연으로서 사용된 비슷한 방향의 확장 문단들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를 쓰기 위한 반례 문단이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종합하여 생겨나는 핵심 문단이 한 개, 혹은 두 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봤자, 결국 모든 구조는 동일합니다. 주장과 근거입니다.

⊙ 요약도 독해의 방식을 따른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잠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제시문을 읽을 때는 글쓴이가 주장하려고 한 바를 찾는 행위이므로, 그 주장과 주장에 사용된 근거를 구분해서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한 문단 내에도, 문단의 모음인 전체글 속에도 들어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원인과 결과>라는 사유의 틀을 사용하여, 문단별로 구분하여 읽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이를 토대로 요약을 하게 됩니다.

이미 독해의 기본 구조를 이해했다면 요약의 기본 구조 역시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가 핵심적으로 담아야 하는 것은 글쓴이가 말하려는 바입니다.

하지만, 논술문제의 출제자들은 단순히 그것만 몇 글자로 적어달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제시문 (가)과 (나)의 차이점을 토대로 (다) 현상을 500자 내외로 분석하시오>와 같은 유형조건과 분량조건이 따라붙습니다.

제시문이 3개에, 500자라고 한다면 제시문 한 개당 떨어지는 요약이 대략 170자는 되겠군요.

그렇다면 문장이 2~3개는 되겠지요.

당연히 요약은 핵심뿐 아니라, 그 핵심이 도출되는 근거까지 적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찬가지로 답안 작성 시에도 독해와 같은 틀을 사용하여 적습니다.

그리고 그 이해의 틀은 복수의 제시문을 사용하고 있는 제시문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제 아무리 긴 제시문이라고 해봤자, 한 문단이란 결국 <하나의 뜻을 지닌 문장의 집단>이므로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가 되어야 정상입니다.

혹시라도 그렇게 정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고 어렵다면, 첫째 글쓴이가 비정상이거나, 둘째 읽는 이가 비정상이겠지요.

아, 여기에 일부러 문단을 없애고 글들을 모조리 붙여놓는 출제본부가 끼어들 수 있겠군요.

특히 서울대의 경우 고전 제시문들을 모조리 문단 없이 붙여놓곤 합니다.

어차피 원문이 한자이니, 한글로 풀어쓸 때 임의로 문단화하는 것이 오히려 원문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일까요?

이런 경우는, 학생 스스로가 문단을 적당히 나눠가며 읽어야겠지요.

다음 시간에는 본격적으로 요약 훈련에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