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80%이상 합격 시켜야” vs 변협 "지금도 변호사 많아 50%면 충분"
[Focus] 로스쿨 졸업생 변호사 시험 합격률 놓고 날카로운 대립
로스쿨(Law school) 졸업자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로스쿨은 2009년 전국 25개 대학에 개원한 법학전문대학원(교육과정 3년)이다.

로스쿨 1기 입학생(현재 2학년)들은 2012년 변호사시험을 보게 되며,시험 통과자들은 변호사로 활동할 자격을 얻는다.

로스쿨과 재학생들은 "변호사 숫자를 늘려 국민에게 충분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로스쿨 졸업자들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적어도 응시생 대비 80% 이상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변호사들을 대변하는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의 주장은 정반대다.

대한변협은 "지금도 변호사들은 충분히 많다"면서 "변호사 숫자를 급격하게 늘리면 법률시장에서 감당이 안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정원 대비 50% 합격률이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일단 2012년 합격률을 확정했다.

법무부는 지난 7일 로스쿨 1기 졸업생이 배출되는 2012년에 한해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입학정원의 75% 이상'으로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2년에는 로스쿨 1기생 중 최소 1500명,사법연수원생 1000명을 합쳐 2500명 이상이 변호사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2013년 이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어떻게 결정될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변호사 업계, 로스쿨과 재학생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새 법조인 숫자는 한 해 얼마가 적정한가

최근 '로스쿨 분쟁'에서 가장 큰 쟁점은 합격률과 합격률 산정 기준이다.

전국 25개 로스쿨 연합체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는 '변호사시험 응시자 대비 80% 이상 합격'을 주장하고 있다.

로스쿨협의회의 주장이 채택된다면 2013년부터는 로스쿨 졸업생 중 2000명 이상이 매년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된다.

사법연수원생까지 합치면 2013년에는 최소 2800명, 2014년 2700명, 2015년 2500명, 2016년 2300명이 신규 법조인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대한변협은 '로스쿨 입학정원 대비 50%가 합격률 적정선'이라는 입장이다.

대한변협의 안에 따르면 로스쿨 졸업생 중 절반인 1000명 정도가 매년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된다.

사법연수원생을 고려하면 2013년 1800명, 2014년 1700명, 2015년 1500명, 2016년 1300명이 변호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쿨의 안과 대한변협의 안은 숫자상으로도 2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대한변협은 사법연수원과 로스쿨에서 동시에 법조인이 배출되는 과도기에는 한 해 1000명 정도 로스쿨 출신 신규 법조인이 나오도록 하되,2018년께부터는 로스쿨 입학 정원의 70%(1400명) 선까지 합격률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평우 대한변협 회장은 "지금도 한 해 배출되는 신규 인력(1000명)도 일자리가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로스쿨은 정반대 입장이다. 대한변협의 안대로 로스쿨 입학 정원 기준으로 50% 합격률이 확정된다면 제2의 '고시 폐인'이 양산될 거라고 반박하고 있다.

졸업하는 해 변호사시험에서 떨어진 로스쿨 학생들이 다음 해에도 시험에 도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2016년에는 5500명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이 중 합격자 1000명을 제외한 4500명이 '낭인'이 될 거라는 우려다.

2013년부터 정원 대비 50% 합격률이 적용되면 2016년에는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는 전체 로스쿨 졸업자 중 18.2%만이 합격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명기 로스쿨협의회 사무국장은 "지금도 변호사 숫자가 적은 상황"이라며 "45세 이상 변호사가 50% 이상인 현실을 감안할 때 젊은 법조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변호사시장 상황은

변호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대한변협 측은 변호사 초봉에 대해 "과거 실수령액 기준으로 500만~600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300만원까지 낮아진 상황"이라며 변호사 1만명 시대에 업계가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회원 변호사들의 월 평균 수임건수(소액사건 제외)는 2008년 1.37건,2009년 1.61건에서 올해 1건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김두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국내 변호사 1인당 매출이 미국보다 1.3배 높은 수준인 만큼 변호사 증가에 따른 평균수입 하락은 시장이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국내 변호사들은 세무사나 변리사 자격이 자동 부여되는 등 외국에 비해 활동영역도 넓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호사 공급이 늘면 다양한 분야에서 법률 전문가로 참여,시장은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스쿨 학생들의 자질을 두고도 변호사업계와 로스쿨은 대립하고 있다.

로스쿨 측은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낮아지면 재학생들이 시험 준비에만 매달려 파행 교육 · 학습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격률을 보장하면 로스쿨 교육을 수료한 학생들에게 특성화 교육을 시키는 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장재옥 중앙대 로스쿨 원장은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어차피 변호사업계도 경쟁체제로 들어가게 된다"면서 "로스쿨 교육은 학생들이 법조인으로서 전문화가 가능하도록 초석을 다져주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유급 의무화 등 엄격한 학사관리가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반면 변호사업계는 의구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로스쿨의 실무 교육이나 특성화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승철 변호사는 "로스쿨 교육 수준이 기존 법대 학부보다 우수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변호사로서의 자질을 마지막으로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며 변호사시험 합격률 조정을 요구했다.

나 변호사는 "자질이 뛰어나지 않은 변호사가 다수 배출될 경우에는 피해를 보는 의뢰인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뛰어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가 오히려 도태되고 낮은 가격에 불충분한 서비스를 하는 변호사들만 살아남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고운 한국경제신문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