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덕여자고등학교에서는 얼마 전 치마 길이에 관한 규정을 다시 정하면서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자 학생들은 치마 길이 결정에 학생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려는 생활지도부의 노력을 반겼다.

며칠 뒤 받은 설문지에는 무릎 위 몇㎝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각각 3㎝,5㎝,8㎝로 나누어진 표기란이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설문지를 작성하면서 의아해했던 것은 설문지에 반과 번호,이름까지 적게 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는 무릎 위 8㎝ 길이로 하겠다는 의견이 한 반당(약 40명) 서른 명 이상일 정도로 지배적이어서 이름을 적은 일이 학생들의 큰 반발을 사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설문조사 후 전반적으로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반영하려 한다는 사실을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학생들을 실망시킨 것은 며칠 뒤 생활지도부가 내린 결정이었다.

규정을 수정하면서 '학생들의 의견과 유행에 따라 규정을 통일성 없이 그때 그때 바꾸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이유로 치마 길이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는 무시되고 단지 처벌에 있어서 그 강도를 약화하는 정도에 그친 것이다.

학생들은 "차라리 설문조사를 하지 않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도 말하며 그 실망감을 드러냈다.

물론 규정은 나름의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다른 규정을 수정하는 일에 대해서는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치마 길이에 대해서만큼은 규정의 기준을 지키는 것이 과연 학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실제로 치마 길이 관련 설문조사를 하기 바로 며칠 전 생활지도부에서는 한 반당 4~5명의 학생들에게 무기명으로 바뀌어야 할 규정들에 대한 건의를 하도록 또 다른 설문지를 배부했었다.

용의복장 이야기만 나오면 문제가 되는 치마 길이는 흔히 학생들의 성품과 성적을 드러낸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너무 짧게 입는 일만 아니라면 멋으로 치마를 조금 줄여 교복을 조금 더 예쁘게 입고 싶어하는 여학생들의 바람이 그렇게까지 문제될 일일까?

또한 이번 설문조사에서처럼 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교하는 것이 아니라,학교가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적인 방법으로 규정을 고치고 학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학생들이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간다면 그보다 멋진 분위기의 학교가 또 어디 있을까?

설문지를 작성하면서 창덕여고 학생들이 잠시나마 꿈꾸었던 일이 실현되길 바란다.

김민선 생글기자(창덕여고 1년) mia8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