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위니아만도(당시 이름은 만도기계)는 지금까지 소비자에게 선보인 적이 없는 신제품 개발에 골몰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 전역의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주거문화 변화에 주목했다.
전통적인 음식문화에 회사가 갖고 있는 냉각 냉동 관련 기술을 접목한 제품이 아이디어로 제시됐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95년 드디어 김치냉장고가 탄생했다.
이제 새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 마지막 과제로 이름을 달아주는 일이 남았다.
외부 컨설팅과 사내 공모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마케팅부의 한 직원이 제안한 '딤채'라는 제품명이 채택됐다.
그해 11월 우리나라에 김치냉장고 시장을 열면서 등장한 '딤채'는 이후 폭발적인 호응 속에 지금까지 소비자 선호도 1위를 자랑하는 효자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위니아만도는 홈페이지에서 제품명 '딤채'를 조선시대 중종 때 쓰이던 김치의 고어(古語) 형태라고 소개하고 있다.
'딤채'냉장고 덕분에 잊혀가던 우리말 하나가 살아난 경우이다.
해마다 겨울을 앞두고 가정의 큰 행사처럼 치르는 '김장'은 순우리말 같지만 어원적으론 한자에서 온 말이다.
김장의 사전적 풀이는 '겨우내 먹기 위하여 김치를 한꺼번에 많이 담그는 일'을 말한다.
옛날에는 '침장(沈藏)'이라 쓰던 것이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김장으로 변한 것이다.
김장이 '침장'에서 온 것은 김장의 핵심인 '김치'의 어원 변천과 관계가 깊다.
김치라는 말은 소금에 절인 채소를 뜻하는 '침채(沈菜)'에서 시작됐다.
김치는 <소학언해>에 보면 '沈菜'로 나오는 데 당시는 발음이 '팀채' 정도였던 것이 '딤채→짐채→짐치'를 거쳐 지금의 '김치'로 굳어진 것이다.
그러니 김장이나 김치는 모두 한자에서 시작해 시일이 흐르면서 지금은 어원의식이 거의 없어지고 완전히 우리말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치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해먹던 우리 고유음식이다.
그러다보니 김치 종류도 수없이 많다.
들어가는 재료나 담그는 방법에 따라 열무김치, 배추김치, 오이김치, 갓김치, 고들빼기김치, 총각김치, 포기김치, 나박김치, 물김치, 백김치 등 1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 가운데 '총각김치, 총각무'는 어원이 시중에 엉뚱하게 알려져 재미있는 얘기로 꾸며진 경우이다.
'총각'은 어원의식이 약해져 자칫 우리 고유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한자로 쓰면 '총각(總角)'이다. 총(總)은 지금은 주로 '모두, 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본래 '꿰매다, 상투 틀다'라는 뜻도 갖고 있다.
각(角)은 물론 '뿔 각'이다.
그래서 '총각'이란 장가가기 전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뿔 모양으로 동여 맨 머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조선시대 때 혼인을 하지 않아 상투를 틀지 못하는 남자들이 하던 풍습으로, 머리를 가운데서 두 갈래로 나누어 양쪽에 뿔처럼 맨 것을 가리켰다.
여기서 파생된 게 '총각김치'다.
손가락 굵기보다 조금 큰 무를 무청째로 양념에 버무려 담근 김치인 총각김치는 재료로 쓰는 무의 모습이 마치 '총각'과 같다고 해서 생긴 말이라는 게 정설이다.
꼭지미역을 총각미역이라고 하는 데서도 '총각'의 비슷한 쓰임새를 찾을 수 있다.
'총각무, 총각 김치'란 말은 속설에 총각의 '거시기'(남성의 상징) 모습과 비슷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 김치 버무리던 아낙네의 얼굴을 괜스레 붉어지게 했다는 우스갯말도 있지만 이는 근거 없는 것이다.
이를 예전에는 '알타리무, 알타리김치'라고도 했는데 지금은 '총각무'로 통일됐다.
1988년 개정 표준어 규정에서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생명력을 잃고 그에 대응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면 한자어 계열의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알타리무'니 '알타리김치'니 하는 말은 쓰지 않는다.
김치를 담글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젓갈'이다.
이 젓갈 중 '황새기젓'이란 것도 있는데 이 역시 사람들이 무심코 잘못 쓰는 말이다.
이 음식의 바른말은 '황석어젓'이다.
'황석어(黃石魚)'란 참조기를 가리키는 한자어이다.
'조기'를 한자어로 '석수어(石首魚)'라 이르는데 이 말이 준 게 '석어'다.
조기 가운데 참조기는 누런 빛을 많이 띤다고 해서 한자어로 '황석어'가 된 것이다.
이 역시 어원의식이 약해져 받침이 흘러내리면서 일부 사람들이 발음까지 '황새기젓' 또는 '황세기젓'으로 바꿔 말하곤 하지만 바른말은 여전히 '황석어젓'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이 회사는 우리나라 전역의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주거문화 변화에 주목했다.
전통적인 음식문화에 회사가 갖고 있는 냉각 냉동 관련 기술을 접목한 제품이 아이디어로 제시됐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95년 드디어 김치냉장고가 탄생했다.
이제 새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 마지막 과제로 이름을 달아주는 일이 남았다.
외부 컨설팅과 사내 공모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마케팅부의 한 직원이 제안한 '딤채'라는 제품명이 채택됐다.
그해 11월 우리나라에 김치냉장고 시장을 열면서 등장한 '딤채'는 이후 폭발적인 호응 속에 지금까지 소비자 선호도 1위를 자랑하는 효자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위니아만도는 홈페이지에서 제품명 '딤채'를 조선시대 중종 때 쓰이던 김치의 고어(古語) 형태라고 소개하고 있다.
'딤채'냉장고 덕분에 잊혀가던 우리말 하나가 살아난 경우이다.
해마다 겨울을 앞두고 가정의 큰 행사처럼 치르는 '김장'은 순우리말 같지만 어원적으론 한자에서 온 말이다.
김장의 사전적 풀이는 '겨우내 먹기 위하여 김치를 한꺼번에 많이 담그는 일'을 말한다.
옛날에는 '침장(沈藏)'이라 쓰던 것이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김장으로 변한 것이다.
김장이 '침장'에서 온 것은 김장의 핵심인 '김치'의 어원 변천과 관계가 깊다.
김치라는 말은 소금에 절인 채소를 뜻하는 '침채(沈菜)'에서 시작됐다.
김치는 <소학언해>에 보면 '沈菜'로 나오는 데 당시는 발음이 '팀채' 정도였던 것이 '딤채→짐채→짐치'를 거쳐 지금의 '김치'로 굳어진 것이다.
그러니 김장이나 김치는 모두 한자에서 시작해 시일이 흐르면서 지금은 어원의식이 거의 없어지고 완전히 우리말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치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해먹던 우리 고유음식이다.
그러다보니 김치 종류도 수없이 많다.
들어가는 재료나 담그는 방법에 따라 열무김치, 배추김치, 오이김치, 갓김치, 고들빼기김치, 총각김치, 포기김치, 나박김치, 물김치, 백김치 등 1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 가운데 '총각김치, 총각무'는 어원이 시중에 엉뚱하게 알려져 재미있는 얘기로 꾸며진 경우이다.
'총각'은 어원의식이 약해져 자칫 우리 고유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한자로 쓰면 '총각(總角)'이다. 총(總)은 지금은 주로 '모두, 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본래 '꿰매다, 상투 틀다'라는 뜻도 갖고 있다.
각(角)은 물론 '뿔 각'이다.
그래서 '총각'이란 장가가기 전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뿔 모양으로 동여 맨 머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조선시대 때 혼인을 하지 않아 상투를 틀지 못하는 남자들이 하던 풍습으로, 머리를 가운데서 두 갈래로 나누어 양쪽에 뿔처럼 맨 것을 가리켰다.
여기서 파생된 게 '총각김치'다.
손가락 굵기보다 조금 큰 무를 무청째로 양념에 버무려 담근 김치인 총각김치는 재료로 쓰는 무의 모습이 마치 '총각'과 같다고 해서 생긴 말이라는 게 정설이다.
꼭지미역을 총각미역이라고 하는 데서도 '총각'의 비슷한 쓰임새를 찾을 수 있다.
'총각무, 총각 김치'란 말은 속설에 총각의 '거시기'(남성의 상징) 모습과 비슷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 김치 버무리던 아낙네의 얼굴을 괜스레 붉어지게 했다는 우스갯말도 있지만 이는 근거 없는 것이다.
이를 예전에는 '알타리무, 알타리김치'라고도 했는데 지금은 '총각무'로 통일됐다.
1988년 개정 표준어 규정에서 '고유어 계열의 단어가 생명력을 잃고 그에 대응하는 한자어 계열의 단어가 널리 쓰이면 한자어 계열의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알타리무'니 '알타리김치'니 하는 말은 쓰지 않는다.
김치를 담글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젓갈'이다.
이 젓갈 중 '황새기젓'이란 것도 있는데 이 역시 사람들이 무심코 잘못 쓰는 말이다.
이 음식의 바른말은 '황석어젓'이다.
'황석어(黃石魚)'란 참조기를 가리키는 한자어이다.
'조기'를 한자어로 '석수어(石首魚)'라 이르는데 이 말이 준 게 '석어'다.
조기 가운데 참조기는 누런 빛을 많이 띤다고 해서 한자어로 '황석어'가 된 것이다.
이 역시 어원의식이 약해져 받침이 흘러내리면서 일부 사람들이 발음까지 '황새기젓' 또는 '황세기젓'으로 바꿔 말하곤 하지만 바른말은 여전히 '황석어젓'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