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과 '독고 영재'

'율곡 이이'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이다.

'이율곡'이라 쓰기도 한다.

두 개의 표기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띄어쓰기 규정에는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쓰게끔 돼 있다.

율곡은 이이의 호이다.

호가 성명 앞에 올 때는 성명과 구별해줄 필요가 있으므로 띄어 쓰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성 뒤에 오는 호는 홍길동, 김영철 등에서 성과 이름을 붙여 쓰듯 성과 호를 한 묶음으로 보아 붙여 쓴다.

'충무공 이순신'과 '이충무공'의 띄어쓰기도 마찬가지 원리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충무공'은 나라에 무공을 세워 죽은 후 충무(忠武)라는 시호를 받은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이 앞에 올 때는 뒤의 성명 '이순신'과 구별을 위해 띄어 쓴다.

그러나 성 뒤에 오는 '충무공'은 호처럼 이름 대신에 쓰인 것이므로 성에 붙여서 쓰는 것이다.

본래 성명(姓名)을 표기할 때 띄어쓰기 정신을 충실히 따르면, 성과 이름은 별개 단어의 성격이라 각각을 띄어 써야 맞다.

성은 가문을 나타내는 말이고, 이름은 개개인에게 따로 부여된 고유명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이를 '홍 길동' 식으로 띄어서 쓰기도 했다. 하지만 한자 문화권에 있는 나라들에서 성명을 쓸 때 붙여 쓰는 게 통례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붙여 쓰는 게 관용적으로 굳어져 온 게 현실이다.

그래서 현행 맞춤법에서는 통일적으로 성과 이름은 붙여 쓰는 것을 규범으로 정했다.

이때 이름과 비슷하게 쓰이는 개인의 호나 자 같은 게 성에 붙는 경우에도 이에 준하도록 했다.

따라서 '정송강(송강은 호), 이태백(태백은 자)'처럼 항상 붙여 쓰는 게 바른 표기이다.

한 가지 예외는 '독고 영재' 같은 경우이다. 우리나라 성 가운데 일부 두 글자로 된 것은 성과 이름을 띄어 쓸 수 있게 허용했다.

이는 가령 '남궁진, 황보영' 같은 경우 '남-궁진, 황-보영'인지 '남궁-진, 황보-영'인지 혼동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과 이름은 붙여 쓰는 게 원칙이지만 이를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을 때는 띄어 쓸 수 있도록 했다.

성명 또는 성이나 이름 뒤에 붙는 호칭어나 관직명은 독립적인 단어이므로 앞말과 띄어 쓴다.

따라서 '홍길동 씨, 홍 선생, 홍 과장, 총장 홍길동 박사' 식으로 띄어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