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 은 구하고 ‘사달’ 은 나는 것

'4대강 사업 낙동강 공구에서 결국 사단이 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면충돌한 것이다. '

'전통의 야구 명문고교들이 일반고에서 자율고로 전환하면서 사단이 났다. '

'5년 전 이 회사는 신약 특허를 전 세계에 동시에 냈다. 그런데 한글로 된 논문 한 편이 사단을 일으켰다. '

글쓰기에서 조심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무심코 입말에서 잘못 쓰는 말을 그대로 글에 옮기는 경우이다.

구어에서 흔히 '사단이 났다''사단을 냈다''사단을 일으켰다'라고 하는 표현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사단(事端)'은 '일이나 사건을 풀어 나갈 수 있는 첫머리'를 뜻하는 말이다.

같은 한자어로는 '단초(端初)'와 비슷하고, 우리 고유어로는 '실마리'로 바꿔 쓸 수 있다.

이 말은 '사단을 찾다''사단을 구하다''사단이 되다'처럼 주로 '~찾다/~구하다/~되다'와 어울려 쓰인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두 사람 간의 애증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사단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

"그 회사는 무분별한 사업영역 확대가 사단이 되어 부도까지 가는 파국을 초래했다. "

여기에 보이는 '사단'이 바른 쓰임새이다.

그런데 이 '사단'을 동사 '나다'와 어울려 구어에서 '사단(이) 나다/사단(을) 내다/사단을 일으키다'라고 하기 십상인데 이는 '사달'을 써야 바른 말이 된다. '

'사달'은 '사고나 탈'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일이 꺼림칙하게 되어 가더니만 결국 사달이 났다. " "아유…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더니 기어코 사달이 났어, 사달이…"처럼 쓰인다.

'사달 나다'라고 할 때의 '나다'는 여러 쓰임새 가운데 '발생하다/생기다/일어나다'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탈이 나다, 몸살이 나다, 난리가 나다, 화재가 나다, 사고가 나다, 큰일이 나다'에 보이는 '나다'가 그런 예이다.

이에 비해 '사단'은 '사건의 단서 또는 일의 실마리'를 뜻하므로 서술어 '나다'와 어울려 쓰는 게 자연스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