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디지털방송 전환에 드는 막대한 돈 마련 위해 불가피”

반 “광고는 그대로 하고 수신료 올리는건 이치에 안맞아”


KBS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1981년 이후 30년간 2500원에서 동결돼 온 수신료를 1000원 인상키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KBS 이사회는 2007년 1500원 인상을 의결한 적이 있으나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수신료 인상을 그동안 관철시키지 못했다.

KBS는 수신료 인상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과 재원 확보로 인한 방송 운영 청사진을 공개했다.

김인규 KBS 사장은 "진정한 공영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건전한 재정 확보가 필요한데 KBS의 수신료는 영국 BBC의 9분의 1,일본 NHK의 7분의 1 수준이라며 그 결과 공영방송으로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어렵고 더 나은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힘들다"고 인상 이유를 밝혔다.

현재 KBS의 수신료 비중은 총 재원의 40%에 불과하고 광고를 비롯한 상업적 수입에 재정을 의존해왔다고 그는 소개했다.

KBS 이사회는 수신료 인상을 의결하면서 광고비 중에는 따로 손을 대지 않았다.

따라서 광고 영업 여하에 따라 KBS의 광고수입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수신료 인상과 함께 광고 수입도 확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KBS는 수신료가 1000원 오르면 전체 재원 중 광고 비중이 현재의 41.6%에서 34.9%로 떨어진다고 밝혔지만 이 수치는 광고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동이 가능하다.

이런 점 때문에 광고는 줄이지 않으면서 수신료만 올리는 행태가 공영방송으로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BS의 수신료 인상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측,"디지털 방송 전환에 따른 막대한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불가피하다"

김인규 사장은 "KBS가 2012년 말까지 디지털 전환 작업을 하려면 5500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현재의 KBS 재원으로는 도저히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현 시점에서 수신료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BS가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리면 연간 늘어나는 수입은 292억원이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앞으로 2년간 연간 2726억원이 필요한데 수신료 인상분을 제외한 634억원은 인건비 비중을 2014년까지 30% 아래로 낮추는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통해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광고를 줄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수신료를 더 인상하고 광고는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에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초미의 과제가 있기 때문에 적은 액수나마 수신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광고를 대폭 축소 또는 폐지하고도 KBS를 운영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이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신료를 얼마 내느냐는 국민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고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안심하고 볼 수 있는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의 염원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그간 정파적인 이유로 수신료가 오르지 못했다"며 KBS 이사회와 국회가 수신료 인상을 결정하는 현 구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지역 방송 편성 비율을 현재의 9%에서 2014년까지 15%로 높이고 EBS에 대한 지원도 두 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 반대 측,"광고는 그대로 하면서 수신료만 올리는 것은 공영방송이 아니다"

이 같은 인상논리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방송계와 시청자 단체들을 중심으로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광고 축소 계획은 거의 밝히지 않고 수신료만 올리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영성 강화 취지는 사라지고,시급한 구조조정 노력도 없이 국민 부담만 늘리겠다는 식이라는 얘기다.

당장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특히 KBS 2TV가 상업방송 채널과 다름없이 선정적인 오락프로그램과 드라마를 내보내는 것도 결국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것인데 이는 공익성과 상업성을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넘나드는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난도 있다.

디지털 방송 전환에 따른 비용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며 정작 KBS는 민영방송인 SBS보다 직원 수가 6배나 많고,이들의 평균 급여수준이 연간 7800만원으로 일반 기업보다 훨씬 높은 데다 올해 1000억원 이상의 흑자가 예상되는데 수신료 인상은 적절치 않으며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수신료 인상 저지에 나서고 있다.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은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수신료 수입이 적은 탓이 아니다"며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밀어붙인다면 시청료 거부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총장은 "KBS는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숙고해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 수수료 인상은 안된다는 게 국민의 뜻이라면 이를 따라야 한다"면서 수신료 인상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 다채널 다매체 시대 수신료 과연 필요한지 근본적으로 검토해봐야

KBS 수신료가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실제 TV를 보든 안 보든 집에 TV 수상기가 있으면 이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TV는 보지만 KBS는 안 보더라도 무조건 내야 한다는 점에서 KBS 수신료는 일종의 조세와도 같다.

TV 수상기가 있는 집에는 한전에서 전기료를 청구할 때 아예 함께 청구되기 때문에 거의 모든 가정에서 TV 시청 여부와 관계 없이 내야 하는 돈이다.

과거 TV 보급 대수가 많지 않고 TV 수상기만으로 볼 수 있었을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요즘처럼 TV 수상기가 아닌 컴퓨터나 휴대폰 등을 통해 TV를 볼 수 있게 된 상황에서 TV 시청료가 과연 필요한지는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TV 수상기는 있어도 한 달 내내 TV를 안 보는 사람은 수신료를 내야 하지만 집에 TV 수상기는 없지만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통해 거의 하루 종일 KBS를 시청하는 사람은 수신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는 게 요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KBS가 공영방송이라면 수신료 인상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광고축소 내지는 폐지 계획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차제에 다채널 다매체 시대를 맞아 과연 수신료가 필요한 것인지,지금과 같은 부과방식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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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11월 20일자 A1면

KBS 이사회(이사장 손병두)가 19일 월 2500원인 수신료를 35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 비중은 현행 수준(40% 이하)으로 유지하는 안을 의결했다.

KBS 이사회는 이날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야당 측 이사들이 주장해온 '수신료 3500원으로 인상+광고비중 현행유지안'을 여당 측 이사들이 전격 수용함으로써 5개월간 끌어오던 인상안을 합의 · 처리했다.

이 같은 인상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돼야 효력이 발생하나 이미 여야가 합의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최종 결론이나 다름없다.

앞서 KBS 이사회는 지난 6월 말 '수신료 6500원으로 인상+광고 전면 폐지안'과 '수신료 4600원으로 인상+광고비율 20% 축소안' 등 두 가지 안을 여당 측 이사들만의 합의로 상정했다.

하지만 야당 측 이사들이 '수신료 3500원으로 인상+광고 현행 유지안'을 주장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

KBS 이사회는 야당 측 안을 수용한 것에 대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광고 비중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인상폭을 낮추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계와 시민단체에서는 구조조정 없이 수신료만 올리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유재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