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선왕실의궤 등 1205권반환···프랑스도 외규장각도서 돌려줘
[Focus] 외국에 빼앗긴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재가 돌아온다!
최근 외국에 빼앗긴 국내 문화재와 관련한 희소식 두 건이 동시에 날아들었다.

하나는 일제 강점기 일본이 수탈한 조선왕조의궤를 비롯한 문화재급 도서 1205권이 우리나라로 돌아올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외규장각 관련 도서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이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무상은 최근 일본 요코하마(橫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한반도에서 유래(수탈)한 도서 1205권을 인도(반환)한다'는 내용의 협정문에 서명했다.

협정문에는 협정 발효 후 6개월 내에 도서를 인도하며 양국 간 문화 교류를 발전시키고자 협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정상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기본적으로 5년간 대여계약을 맺고 5년마다 갱신하는 형태로 한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잃어버렸던 문화재 환수가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이 문화재들은 어떻게 반출됐나

프랑스와 일본에 유출된 문화재들은 모두 19세기 말 나라가 혼란한 틈을 타 모두 유출됐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프랑스에 유출된 도서들은 모두 외규장각에 있던 문헌들이다.

외규장각은 1782년 정조가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설치했으며,왕립 도서관인 규장각의 부속 도서관 역할을 한 곳이다.

이곳에는 왕실이나 국가 주요 행사 내용을 정리한 의궤를 비롯해 총 1000여권의 서적이 보관돼 있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말기인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습격하면서 일부 서적을 약탈했으며 나머지 책들은 불에 타 모두 사라졌다.

약탈당한 도서들은 프랑스군이 가져가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이 도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했던 박병선씨가 1975년 별관 서고에서 먼지에 쌓여 있는 형태로 발견해 세상에 알림으로써 화제가 됐다.

일본에 유출된 도서들은 일본 궁내청에서 보관하는 도서들이다. 이들은 1906년부터 초대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반출한 도서들이 대부분이다.

이토는 명목상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 사항을 조사한다는 목적으로 이 책들을 궁내청으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토 히로부미는 수로 따지면 반환도서 중 80%에 이르는 분량을 반출했다.

반출 시기는 1906~1909년이 대부분이며,그의 사후 궁내청으로 들어간 것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요한 책들은 무엇인가

특히 이번 반환에서 주목할 분야는 의궤 2권이 동시에 들어온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궁내청소장 조선왕조 의궤가 들여오며 프랑스에서는 외규장각 의궤가 들어온다.

의궤(儀軌)는 각종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으로 조선시대의 의식의 기준을 정한 책이다.

국가나 왕실에서 거행한 주요 행사를 낱낱이 기록해 후세 사람들이 참고하도록 한 책들이다.

당시 관청 사이 업무 상황,물자와 인건비,생활상 등을 그대로 담아 조선왕조 600년 기록 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의궤는 우리나라에서만 발간되는 독특한 형식의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의궤는 글과 그림으로 이뤄져 있으며 특히 국가의 문물과 제도를 재정비했던 18세기에 많이 제작됐다.

이 중에서 '외규장각 의궤'는 강화도에 있던 외규장각에서 소장했던 의궤를 말한다.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는 1782년 더욱 안전하게 왕실의 기록물을 보존하기 위해 강화도에 외규장각을 짓고 의궤 일부와 문집,서화 등을 보관하도록 했다.

특히 외규장각 의궤는 왕이 친히 열람하는 '어람용'이었기 때문에 표지와 종이 질 등 문화재로서도 뛰어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종이도 초주지(草注紙)라는 뛰어난 한지를 사용했고,장정 또한 놋쇠 물림(경첩) 등을 사용하는 등 철저했다.

표지 역시 비단으로 화려하게 만들어 왕실의 품격을 한껏 높였다.

보관을 위한 '분상용' 의궤가 초주지보다 질이 떨어지는 종이를 사용하고,표지는 삼베를 썼던 점과 다른 부분이다.

이 밖에 일본에서 들어오는 책들 중에서 '무신사적(戊申事績 · 1책)'과 '을사정난기(乙巳定難記 · 1책)''갑오군정실기(甲午軍政實記 · 10책) 등 6종 28책은 국내에도 없는 유일본이다.

또 '영남인물고(嶺南人物考 · 7책)'와 '여사제강(麗史提綱 · 14책)''동문고략(同文考略 · 35책) 등 7종 180책은 국내에 있는 도서와 판본이 다르거나 국내에 일부만 있어 이번 도서 반환으로 유일본으로서 전질(全帙)을 갖출 수 있게 됐다.

⊙ 문화재 반환의 의미

프랑스에서 반환을 약속한 의궤는 프랑스 고속철 TGV의 한국 판매를 앞두고 1993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반환을 약속한 지 17년 만에 돌아오는 셈이다.

이 책들은 국내에 없는 유일본이 30책이나 돼 문화재적 가치와 사료적 가치가 뛰어나다.

정부는 프랑스에 끊임없이 환수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정작 프랑스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 약탈된 문화재를 반환 소송을 통해 100% 되돌려 받았다.

한국의 약탈된 문화재들도 프랑스로부터 오래전에 돌려받았어야 마땅했지만 이후 협상은 쉽게 진전되지 않았다.

1991년 서울대 규장각 도서관리실장으로 외규장각 도서 반환 요구를 정부에 처음 건의했던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은 "영구대여가 프랑스 국내법에 저촉된다면 현재 상황에선 일단 받아놓는 것이 최선"이라며 "오랫동안 기다린 낭보라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화재는 조상의 얼이 깃든 문화유산으로 돈으로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이번 문화재 환수를 계기로 아직 외국 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는 국내 문화재들도 하루빨리 국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그동안 국립문화재연구소,한국국제교류재단 등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온 결과 현재 20개국에 7만4000여점의 우리 문화재가 유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숫자는 대부분 박물관,전시관 등 공공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로,비교적 소재 파악이 손쉬운 대상들이다. 반면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 문화재는 소재 파악이 매우 힘들다.

따라서 이들을 감안하면 실제로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알려진 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