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부자한테 더 걷은 세금으로 복지 예산 구멍 메워야”

반 “부자 감세 없애자는 주장이야말로 포퓰리즘적 발상”


정부가 2012년부터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33%로,법인세 최고세율은 22%에서 20%로 각각 낮추기로 한 것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 일각에서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면서 소위 '부자 감세'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감세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을 작년과 올해 각각 1%포인트씩 낮췄다.

그러나 최고세율만큼은 인하 시기를 1년 늦춰 지난해가 아닌 올해부터 낮추기로 했다가 경기부양 정책으로 재정 적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최고세율 인하가 부자와 대기업만을 위한 것이라는 야당의 공세에도 밀려 작년 말 시행시기를 2년 더 늦췄다.

논란의 발단은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의원이 지난달 이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면서부터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키로 했다고 발표했다가 몇 시간 뒤 이를 다시 번복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문제는 정부는 물론 청와대에서 일단 '없었던 일'로 하고 원래대로 감세를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으나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의 반발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들은 최근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며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정책에 대해 정치적 고려보다 당 내부의 다른 목소리를 듣고 토의를 거쳐 결정하자고 나섰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의총을 열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혀 부자감세를 둘러싼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됐다. 부자감세를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부자감세 철회 주장 측,"감세 철회로 더 걷히는 세금으로 복지 예산 구멍을 메우자"

논란을 촉발시킨 장본인인 정두언 의원은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가 기업의 투자 확대로 이어져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검증된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며

"마치 한나라당은 재집권을 전제하고 소득세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를 추진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의 발언은 채 2년도 남지 않은 총선과 대선에서 이 같은 부자감세 정책으로는 한나라당이 승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지난 3년간의 감세정책이 경기회복 촉진에 기여했지만 이제 금융위기가 극복되고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감세는 필요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감세 정책을 철회해 2012년부터 3년 동안 7조4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는 것으로 복지 예산의 구멍을 메우자는 주장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특히 부유층과 대기업에 돌아갈 감세를 철회함으로써 실질적인 증세효과를 얻고 이로 인해 생기는 수조원의 예산을 복지에 활용하면 친서민 정책을 실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자 감세'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한편으로는 세금을 줄이는 정책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측면에서 감세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내세우고 있는 소위 친서민 정책이나 공정사회 지향 등의 측면에서 비춰봐도 감세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계층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고 반(反)서민적이라는 주장이다.

⊙ 부자감세 철회 반대 측,"감세 철회 주장이야말로 포퓰리즘적 발상이다"

감세 철회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감세 철회를 주장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전형적인 포퓰리즘에 기대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한다.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부자 감세' 철회 주장에 대해 "감세를 쟁점화하는 사람들은 기업들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라는 것"이라며 "감세 정책은 성공을 통한 증세 정책,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인데도 '부자 감세'라는 정치 논리로 둔갑돼 안타깝다"고 밝힌 뒤 "더 이상 감세가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감세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한데 대선공약을 특정 정치인에 의해 쉽게 바뀔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전 세계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경쟁을 벌이고 소비 증가를 유도하기 위해 소득세 인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뒤로 가자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정책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감세를 할 경우 모든 과세구간에 대해 일률적으로 세금을 깎아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애당초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 납세자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감세를 해주지 않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특정 세율 구간의 적용을 받는 사람이나 법인에 대해서만 감세의 예외를 두는 것인 만큼 예외는 극히 짧은 기간만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정상화해 모든 소득구간 과표에 대해 감세를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 경제논리보다는 정책 신뢰도가 중요

세금 정책은 기본적으로 순수한 경제 논리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

세금만큼 정치적인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과세 정책은 태생적으로 정치적이다.

감세 철회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아무리 세금정책이 정치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정책에는 최소한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의 대상이 되는 납세자들이 극심한 혼란에 빠지는 것은 물론 국가 정책의 근간마저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감세 철회 논란은 감세로 인한 실질적인 경기부양 여부나 감세 철회로 인한 추가적인 재정확보 등 숫자적이고 경제적인 부분보다는 정책 일관성과 정책 신뢰도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증세나 감세 문제를 다룰 경우에는 경제적인 영향도 중요한 부분으로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처럼 소득 · 법인세 전체가 아닌 일부 구간의 비정상적인 감세 예외조치를 원상 회복하는 경우에는 경제논리보다는 정책 신뢰도와 일관성에 좀 더 우선 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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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11월2일자 보도기사

경제계가 최근 정치권의 감세 논쟁과 관련,예정대로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며 강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2일 남대문로 대한상의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감세정책 논란은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업 감세가 마치 부자 감세처럼 인식돼 기업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말했다.

경제계를 대표해 간담회에 나선 그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2010년부터 시행키로 한 것을 지난해 말 국회에서 2년간 유예한 것"이라며 "조세 정책마저 포퓰리즘에 휘둘리고 일관성이 없다면 경제계는 어려운 국면에 직면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감세 정책을 철회하면 서민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국인 일본이나 대만이 좋아한다"며 "소니가 삼성에 진 큰 이유가 한국이 법인세 혜택이 많다는 것이었는데,우리만 시대에 역행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필요한 정부 지출을 축소하고 세원을 발굴해 재정 건전성을 강화해야지,세율을 올려 해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복지지출 확대는 당장은 좋을지 모르지만 포퓰리즘이고,표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자식세대를 위해 산업경쟁력을 바라는 것이 국민의 마음"이라고 주장했다.

또 "불필요한 복지 예산을 늘리느니 연구 · 개발(R&D) 등 필요한 분야를 지원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복지 예산으로 무상급식과 육아보조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