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경제’ 용어 만든 월터 더즈코 토론토대 교수 / 인터뷰
[Focus] “인재대국 되려면 모든 학생들에게 ‘생각기술’ 가르쳐라”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월터 더즈코 교수는 몇 차례 '히트'를 친 미래학자다.

'스마트 이코노미'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1990년대 중반이었다. 이후 스마트폰,스마트홈 등 스마트를 붙인 각종 용어들이 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그의 블로그 카테고리 중 88개는 스마트 디자인,스마트칩,스마트 우주기술 등 '스마트' 개념을 활용한 것이다.

2005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하기도 했던 더즈코 교수가 최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한국경제신문 교육과학기술부, 직업능력개발원 공동주최)에 참가, 창의성교육을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생각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강의 기적에 대해,한국의 교육에 대해 그가 수없이 많은 질문을 하는 바람에 인터뷰를 하는 사람과 인터뷰를 당하는 사람이 바뀌는 상황도 여러 차례 생겼다.

▼'스마트 이코노미'라는 말을 가장 먼저 썼다.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린 배경은.

"1990년대 중반부터 스마트 이코노미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메일을 쓰기 시작하고 휴대폰 등 새로운 기기가 나타났던 시기다. 앞으로 미래의 생산품은 이런 신기술을 활용해 지금과 완전히 다른 디자인으로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존 제품의 기능들이 통합되고 훨씬 지능적으로 변하리라고 예상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면 디자인의 폭이 훨씬 넓어지게 된다.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호텔,가정집,직장도 모두 바뀔 수 있다.

이런 트렌드를 한 단어로 표현하기 위해 '스마트'를 쓰게 됐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 이코노미가 '양날의 칼'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기기의 발전이 일종의 감시사회,빅 브라더를 만들 수도 있다.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연구 대상이다. "

▼한국에선 주입식 교육 때문에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키울 방법은.

"창의성은 다른 데서 나오는 게 아니다. 기존의 사고를 깨는 능력이 창의성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과 캐나다의 많은 학교에서는 '기존 관습을 깨고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특별한 아이들,예술적이거나 머리가 좋은 아이들을 위한 영재교육엔 이런 프로그램이 있지만,보통 학생들을 위한 교육엔 없는 경우가 많다. 이게 바뀌어야 인재 대국이 가능하다. 모든 아이들에게 사물을 새롭게 인지하도록 하는 '생각 기술(thinking skill)'을 가르쳐야 한다. "

▼생각 기술이란 무슨 뜻인가.

"전통 라켓(아래)의 디자인 문제를 분석한 결과 손목을 위로 덜 꺾고도 공을 쉽게 칠 수 있는 신형 라켓(위)이 만들어졌다. (

가방을 꺼내 테니스 라켓 2개를 들어 보이며)여기 2개의 테니스 라켓이 있다.

하나는 평범한 라켓이고 하나는 인체공학적으로 모양을 바꾼 것이다.

테니스 선수들이 '테니스 엘보(팔꿈치 통증)'에 시달리는 이유는 기존 라켓의 모양이 손목을 과도하게 꺾어야 공을 받을 수 있게 생겼기 때문이다.

수백년 테니스 역사 동안 아무도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던 라켓 모양을 '바꿀 수 있는 대상'으로 인지하고,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이 생각 기술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의문갖기'부터 시작하는 8가지 단계를 밟도록 가르치고 있다. "

▼지금 가장 당신을 사로잡고 있는 분야는 뭔가.

"나노 테크놀로지다.

요즘 우크라이나의 과학자들과 치유 기능이 있는 물의 상업화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물의 분자를 변화시켜 의학적 효과를 낼 수 있게 한다는 아이디어인데 아주 재미있다. 성공했으면 좋겠다. "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개도국들이 참여하고,중국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국제관계도 바뀌고 있다. 미래를 이끌 나라의 조건은 뭐라고 보나.

"과학기술을 주도하는 나라가 경제적으로도 세계의 슈퍼 파워가 될 것이다.

나는 이걸 'S&T 벤치 스트렝스(science and technology bench strength)'라고 부른다.

지금까지는 어떤 분야에서든 가장 혁신적인 기술을 파악하고 배우기 위해선 미국을 보면 됐다. 앞으로는 아니다. "

▼S&T 벤치 스트렝스는 어떻게 따지나.

"주로 학술적 과학 논문의 동료 평가 횟수를 본다. 이걸 보면 미국이 연간 25만여건으로 아직 1위다.

중국의 2배 정도다. 그리고 5만~6만건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 영국 독일이다.

그 다음에 3만~3만5000건인 곳이 프랑스 캐나다 인도 한국 등이다.

브라질은 2만2000건 정도다. 그러나 이것만 보면 안 된다. 지난 30년간 과학기술 부문 지표의 성장률로 줄을 세워보면 미국 유럽 등은 대부분 지지부진해서 꼴찌에 가깝다. 반면 1등은 놀랍게도 이란이었다.

원자력 관련 기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위가 한국,3위가 터키였다. 이 말은 사업 기회를 찾는 이들이나 정치가들이 중동이나 옛 소련 지역 등 과거 변방국들의 가능성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더즈코 교수는 인터뷰 중 "포럼 기간 중 판문점에 가 봤다"며 "생각보다 상업화된 공간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북한을 오가는 통근열차 등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며 "북한에 가려고도 생각해 봤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그만뒀다"고 그다운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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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더즈코 교수는 …

월터 더즈코 교수는 캐나다 출신 미래학자다.

토론토대에서 1974년부터 1978년까지 과학을 전공했고,이후 경영·미래학자로 방향을 틀어 다양한 곳에서 강연하거나 컨설팅 활동을 했다.

지금은 ‘스마트 이코노미’ 라는 경영컨설팅 회사를 소유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온타리오 예술 디자인대(OCAD)에서 운영하는 전략적 이노베이션랩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는 거의 매일 블로그(http􁽛//smarteconomy.typepad.com)에 장문의 글을 올린다.

최근의 관심사는 ‘더블딥’ 이다.

그는 글로벌 인재포럼에 참석한 뒤 블로그에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인재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긍정적으로 경기를 전망한 데 대해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스마트에너지’ 와 ‘스마트 메디컬(의료)’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더즈코 교수는 세상과 소통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1990년대 초부터 대량 이메일을 보내 아이디어를 구하거나 사람들과 토론을 즐기고 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일방적인 의견개진 장소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광장” 이라고 표현한다.

아예 자신의 휴대폰 번호도 게시해 뒀다.

“누구든 언제든 내게 연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