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신흥국들‘, 너 죽고 나 살자’ 식 정책 비판… 선진국도 합류해 美 공격 움직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000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하기로 하는 2차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FRB가 돈을 찍어내 시장에 있는 국채를 매입하려는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해 수요를 확충하려는 게 목표다.
수요가 살아나면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는 달러 약세를 가속화시켜 한국 일본 등 주요국 통화당국으로서는 자국의 화폐 가치 급등에 비상이 걸리게 된다.
중국이 미국에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하면서 연일 공세를 강화하고,독일 브라질 등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너 죽고 나 살자'식 정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진정 기미를 보이던 글로벌 환율전쟁이 재연될 조짐도 나타난다.
양적완화를 둘러싼 공방은 11~12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이어졌다.
⊙ 비전통적 수단 동원…효과는 미지수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는 급작스러운 위기가 닥칠 때 쓰는 비 전통적 수단이다.
앞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확산되면서 FRB는 기준금리를 내리는 동시에 국채를 사들이며 1조7000억달러의 1차 양적완화를 펼쳤다.
이를 다시 들고 나온 건 현재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라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대표적 경기 조절 수단은 기준금리다. 경기가 과열되면 금리를 올리고,식으면 금리를 내린다. 금리가 떨어지면 가계는 미래를 위해 돈을 저축하기보다 당장 소비하고,투자로도 눈을 돌린다.
이뿐 아니라 자국 화폐 가치가 떨어져 수출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
한마디로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FRB는 이번 양적완화 조치가 단기 금리를 0.75%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정한다.
정상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연방기금 금리를 0.75%포인트 낮추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금리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정책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조사회사인 매크로이코노믹어드바이저스는 FRB가 1조5000억달러어치의 국채를 매입해도 내년 말까지 미 실업률을 0.2%포인트 낮추는 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5조달러 규모의 경제를 6000억달러 국채 매입으로 움직이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FRB 내부에서조차 회의론이 나온다.
케빈 워시 FRB 이사는 양적완화 정책에 찬성표를 던졌음에도 지난 8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이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시 이사는 "양적완화 조치가 반드시 제한적으로 시행돼야 하고,정기적으로 이 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도 이날 샌앤토니오에서 금융인들과 만나 "의회가 재정 및 규제 부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때에만 이 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양적완화 정책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 뿔난 신흥국들,美에 연일 난타
미국이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한 이튿날인 5일 중국이 먼저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추이톈카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이날 외교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세계 금융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며 "미국은 주요 기축통화국으로서 이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도 "(미 양적완화 조치가) 미국엔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세계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중국이 미국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번 조치에 따른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 국채 8684억달러(8월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 채권국이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이로 인한 손실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국이 시중에 풀어놓은 돈이 중국 등 신흥시장국으로 밀려들어 거품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성장률과 금리 수준이 높은 데다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중 대부분은 단기성 투기자본(핫머니)으로 선진국의 경제상황이 풀리거나 금리를 올리면 한꺼번에 빠져나가 증시 폭락,외환 유동성 악화 등을 가져올 수 있다.
인플레와 투기자금 유입 방지에 비상이 걸린 다른 신흥국들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콘 차티카와닛 태국 재무장관은 자국 중앙은행 총재가 이웃 중앙은행 총재들과 핫머니 유입 대응 논의를 했다며 이들 국가는 투기자금의 아시아 유입을 막기 위해 공동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에 대해 비판했다.
인도 재무부의 한 관리는 "미국이 자국 경제를 부양할 권리를 갖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도 각자 이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며 자국의 이익만 고려한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선진국도 합류
FRB의 2차 양적완화 논란과 대립은 환율전쟁 종식을 선언할 것으로 기대되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서울회의에서 미국의 2차 양적완화 반대 움직임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양적완화 조치를 빌미로 각국의 불만이 G20 회의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일에도 류전민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주광야오 재정부 부부장(차관),이샤오쥔 상무부 부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외신기자 회견을 열어 "미국의 양적완화는 신흥국 자본시장에 파동을 일으킬 것"이라며 "미국이 주요 기축통화국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도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엔화 가치 상승은 약달러 때문이며 일본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명분이 충분하다"고 양적완화 조치를 겨냥했다.
미국에 우호적이던 캐나다 호주 역시 자국의 재정적자 문제 등을 이유로 양적완화 조치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서울회의에서 19개 국가들이 미국을 공격하는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다시 한번 경제외교 시험대에 오르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유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yjlee@hankyung.com
FRB가 돈을 찍어내 시장에 있는 국채를 매입하려는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해 수요를 확충하려는 게 목표다.
수요가 살아나면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는 달러 약세를 가속화시켜 한국 일본 등 주요국 통화당국으로서는 자국의 화폐 가치 급등에 비상이 걸리게 된다.
중국이 미국에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하면서 연일 공세를 강화하고,독일 브라질 등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너 죽고 나 살자'식 정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진정 기미를 보이던 글로벌 환율전쟁이 재연될 조짐도 나타난다.
양적완화를 둘러싼 공방은 11~12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이어졌다.
⊙ 비전통적 수단 동원…효과는 미지수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는 급작스러운 위기가 닥칠 때 쓰는 비 전통적 수단이다.
앞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확산되면서 FRB는 기준금리를 내리는 동시에 국채를 사들이며 1조7000억달러의 1차 양적완화를 펼쳤다.
이를 다시 들고 나온 건 현재 사실상 제로금리 상태라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대표적 경기 조절 수단은 기준금리다. 경기가 과열되면 금리를 올리고,식으면 금리를 내린다. 금리가 떨어지면 가계는 미래를 위해 돈을 저축하기보다 당장 소비하고,투자로도 눈을 돌린다.
이뿐 아니라 자국 화폐 가치가 떨어져 수출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
한마디로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FRB는 이번 양적완화 조치가 단기 금리를 0.75%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정한다.
정상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연방기금 금리를 0.75%포인트 낮추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금리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정책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조사회사인 매크로이코노믹어드바이저스는 FRB가 1조5000억달러어치의 국채를 매입해도 내년 말까지 미 실업률을 0.2%포인트 낮추는 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5조달러 규모의 경제를 6000억달러 국채 매입으로 움직이기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FRB 내부에서조차 회의론이 나온다.
케빈 워시 FRB 이사는 양적완화 정책에 찬성표를 던졌음에도 지난 8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이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시 이사는 "양적완화 조치가 반드시 제한적으로 시행돼야 하고,정기적으로 이 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도 이날 샌앤토니오에서 금융인들과 만나 "의회가 재정 및 규제 부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때에만 이 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양적완화 정책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 뿔난 신흥국들,美에 연일 난타
미국이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한 이튿날인 5일 중국이 먼저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추이톈카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이날 외교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세계 금융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며 "미국은 주요 기축통화국으로서 이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도 "(미 양적완화 조치가) 미국엔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세계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중국이 미국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번 조치에 따른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 국채 8684억달러(8월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 채권국이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이로 인한 손실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국이 시중에 풀어놓은 돈이 중국 등 신흥시장국으로 밀려들어 거품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성장률과 금리 수준이 높은 데다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중 대부분은 단기성 투기자본(핫머니)으로 선진국의 경제상황이 풀리거나 금리를 올리면 한꺼번에 빠져나가 증시 폭락,외환 유동성 악화 등을 가져올 수 있다.
인플레와 투기자금 유입 방지에 비상이 걸린 다른 신흥국들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콘 차티카와닛 태국 재무장관은 자국 중앙은행 총재가 이웃 중앙은행 총재들과 핫머니 유입 대응 논의를 했다며 이들 국가는 투기자금의 아시아 유입을 막기 위해 공동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에 대해 비판했다.
인도 재무부의 한 관리는 "미국이 자국 경제를 부양할 권리를 갖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도 각자 이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며 자국의 이익만 고려한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선진국도 합류
FRB의 2차 양적완화 논란과 대립은 환율전쟁 종식을 선언할 것으로 기대되는 G20 서울 정상회의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서울회의에서 미국의 2차 양적완화 반대 움직임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양적완화 조치를 빌미로 각국의 불만이 G20 회의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일에도 류전민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주광야오 재정부 부부장(차관),이샤오쥔 상무부 부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외신기자 회견을 열어 "미국의 양적완화는 신흥국 자본시장에 파동을 일으킬 것"이라며 "미국이 주요 기축통화국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도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엔화 가치 상승은 약달러 때문이며 일본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명분이 충분하다"고 양적완화 조치를 겨냥했다.
미국에 우호적이던 캐나다 호주 역시 자국의 재정적자 문제 등을 이유로 양적완화 조치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서울회의에서 19개 국가들이 미국을 공격하는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다시 한번 경제외교 시험대에 오르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유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