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는 학원이나 과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업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사교육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또한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이기 때문에 학생에 대한 정보가 풍부해서 해당 학생에게 맞춤 교육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그리고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어 제대로 된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외곽지역의 학생들이나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방과후 학교의 매력 중 하나이다.

그러나 방과후 학교가 긍정적인 측면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비강제적으로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정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방과후 학교는 많은 고등학교에서 반강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고 다시 학원을 가야 되기 때문에 학업 스트레스가 2배, 3배 늘어난다는 것이 일반 학생들의 심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규수업시간의 진도를 나가기 위한 보충수업에 불과한 방과후 학교도 여럿이다.

또 학생과 학부모의 방과후 학교에 대한 요구 반영이 미비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국영수 일색으로 방과후 학교를 편제하여 예체능 수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예체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교과의 보충심화학습을 병행하기 때문에 특기적성 계발과 더불어 학력신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safe haven'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나라의 방과후 학교도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부응하는 수업을 만들어서 사교육 비중을 공교육으로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측은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옛날처럼 학교와 학생의 정형적인 관계의 당위성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교육을 하나의 서비스 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교육윤리를 내세우며 이 주장에 일침을 가할 수 있고 그런 비판은 그르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사교육을 줄이고 교육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좀 더 현실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냉정하게 사교육기관과 비교해보았을 때 질적 우위를 가져야만 학생들은 학교로 고개를 돌릴 것이다.

교육 서비스의 질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방과후 학교는 실력 있는 외부 강사에 대한 적극적인 초빙과 해당 학교 교사들의 끊임없는 연수활동을 통해 교육의 경쟁력을 신장시켜야 한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학원을 가지 않고도 방과후 학교에서 원하는 수업을 듣는다면 그들은 굳이 비싼 교육비를 지출하면서 학원을 가지 않을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식도 문제가 있다. 사교육과 공교육에 대한 일방적인 착각에 의해 그들은 공교육은 무조건 열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학생과 학부모, 즉 교육서비스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도 절실히 필요하다.

최병진 생글기자(압구정고 2년) bjchoe21@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