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경제학은 개별 경제 주체의 합리적 선택을 도와주는 학문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29) 미시경제학 총정리
'경제교과서 뛰어넘기'는 지난 호의 공공재에 대한 칼럼까지 총 28편의 칼럼을 통해서 개별 경제주체들의 경제행위와 상호작용에 대해 설명하였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개별 경제주체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논의를 미시경제학이라고 부르는데, 이번 시간에는 '경제교과서 뛰어넘기' 칼럼을 통해서 지금까지 나온 미시경제학적 논의들을 돌아보고, 각각의 논의들이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서로 어떠한 관계 속에 놓여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미시경제학의 내용들을 총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미시경제학의 내용들을 한마디로 종합하자면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선택을 위한 논의'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각 경제주체들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통해서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경제주체가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경제행위를 통해 얻게 되는 만족은 높이고, 경제행위에 들어가는 비용은 줄여야 하는데, 이때 고려해야 할 비용은 통상 우리가 비용이라고 말하는 회계학적 비용과는 다르다.

때문에 통상의 비용 개념과 구분하기 위해서 경제적 비용이라고 부른다.

미시경제학은 의사결정 시 어떤 선택으로 인해 포기한 것들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을 말하는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하며, 이미 발생하여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인 매몰비용은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특정 경제 행위를 한 단위 추가할 때 발생하는 수입과 비용을 의미하는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동일해질 때 이윤이 극대화된다는 사실도 제시해 준다.

이러한 일련의 개념들을 제시해 줌으로써 개별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선택을 돕고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거나 판매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이기도 한다.

거래가 각 경제주체에게 이러한 기능을 제공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경제학이 거래에 주목하고 거래행위를 분석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거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있어야 하는데, 경제학은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의사가 반영된 수요곡선과 공급을 통해서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생산자의 의사가 반영된 공급곡선을 통해서 거래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유용한 분석 도구를 제공한다.

먼저 수요곡선은 '소득효과'와 '대체효과'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되는데, 물건의 가격이 떨어지면,이는 실질적으로 소득이 증가했을 때와 같은 현상을 가져와 물건을 더 구매할 수 있게 되며, 합리적인 경제주체라면 가격이 싼 재화를 가격이 비싼 재화보다 더 사려 들 것이다.

이러한 일상의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각각 '소득효과'와 '대체효과'라 칭하고, 이를 통해 수요곡선을 도출해 낸다.

경제학은 우리가 제품을 구매할 때 가격 이외에도 다른 사람들의 구매 패턴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남들이 산 물건을 덩달아 사는 구매 현상을 편승효과로 분석하였으며, 이와는 반대로 친구가 산 물건을 따라 사기 싫어 하는 현상을 스놉(snob) 효과로 규명하였다.

개별 경제주체가 거래에 참여하는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경제학에서는 거래를 통해서 각 경제주체들이 얼마만큼의 혜택을 얻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분석 도구인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소비자잉여란 구입자의 지불 용의에서 구입자가 실제로 지불한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말하며, 생산자잉여란 공급자가 실제로 받은 금액에서 공급자가 그 물건을 제공하고자 했던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말한다.

즉 거래를 통해서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싸게 구매한 만큼 소비자는 자신의 만족을 높일 수 있으며, 자신이 판매하고자 하는 물건을 비싸게 판매할 수 있다면 비싸게 판매한 만큼 판매자는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된다.

미시경제학은 경제활동의 대상물이자, 매개체 역할을 하는 개별 재화와 서비스의 특성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경제학적 논의가 필요한 대상을 경제재(economic goods)라 부르는데, 경제재 중에서는 경제주체가 가진 소득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는 재화들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돈이 더 많아지면 더 사고 싶어지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돈이 많아지면 오히려 구매를 꺼리게 되는 상품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를 각각 정상재와 열등재로 구분하였다.

경제학은 이제 사람들이 거래를 수행하는 장소인 시장에도 주목한다.

상이한 특성을 보이는 시장을 분석해야만 개별 경제주체의 합리적 선택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판매자와 공급자의 수, 거래되는 물건의 특성에 따라서 각각 다른 특성을 갖는데, 먼저 다수의 공급자와 판매자가 존재하고 거래되는 물건이 동일한 특성을 갖고 있는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한다.

완전경쟁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개별 기업이 시장가격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단 하나의 공급자로부터 물건이 공급되는 시장을 독점시장이라 한다.

독점시장의 공급자는 오직 자신만이 시장에 물건을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활용하여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그 방법이 가격차별인데, 가격차별이란 수요자의 유형 또는 시장이 분리될 수 있을 경우,가격을 소비자에 따라 달리 받는 것을 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가격탄력성이 큰 시장에서는 싸게,가격탄력성이 작은 시장에서는 비싸게 판매함으로써 이윤 극대화를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독점과 완전경쟁이 있다면 독점에 가깝지만 경쟁의 성격이 약간 있는 과점이 있고,완전경쟁에 가깝지만 독점의 성향이 있는 독점적 경쟁이 있다.

독점적 경쟁시장은 '진입과 탈퇴'의 자유가 있다는 점에서 완전경쟁시장과 닮았으며, 시장에서 가격 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점과 닮아 있다.

이러한 각각의 시장 특성에 대한 이해는 개별 경제주체가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내용들이다.

개별 경제주체들이 시장과 재화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거래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시장이 모든 경제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경제학은 그 대표적인 원인을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의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먼저 도덕적 해이는 정보의 비대칭 상황을 이용하여 부정직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하는 사례를 말하며, 역선택은 정보가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과를 유도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미시경제학은 개별 경제주체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수행하기 위해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방증하고 있다.

위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미시경제학은 개별 경제주체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는 데 필요한 일련의 개념들을 제시해 주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전부 효율성을 잣대로 판단하는 데 유용한 도구일 뿐이지, 경제학에서 중요시 생각하는 또 다른 도구인 형평성을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도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례로 시장이 소수의 대기업에 의해서 장악되고 있는 상태에서 중소기업이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나 제품을 고안해 냈다 하더라도 이를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기는 힘들고, 이로 인해 더 이상 새로운 제품을 연구하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태동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형평성이 무시될 경우 이는 결국 사람들이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하려는 노력을 등한시하게 만들어 경제적 효율성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지나치게 형평성만을 강조하는 것도 경제적 유인을 감소시킬 수 있는 문제를 갖고 있다.

즉 경제학이 각 경제주체의 합리적 선택에 있어 지속적으로 유용한 도구를 제시해 주기 위해서는 그간의 논의가 효율성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한계에서 벗어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형평성과 효율성에 대한 조화. 그것이 미시경제학이 앞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주요한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