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토요일, 동작 고등학교에선 이례적으로 학급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자습을 주로 하던 토요일 HR 시간에 학급회의를 하겠다는 소식에 많은 학생을 의아해했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학급회의를 진행한 이유는 요즘 논란이 되는 학생 체벌에 관해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함이었다.

회의는 먼저 각 학급의 임원이 학급 학생들의 의견을 모은 후 그 임원끼리 모여 선생님들과 함께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비록 오랜만에 진행한 학급회의라 해도, 많은 학생과 선생님들은 열정적으로 회의와 토론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체벌을 제한하기 보단 좀 더 적극적인 사제 교류가 가능한 방향의 대안들을 제시하였다.

대부분의 학생은 단순한 체벌 금지가 아닌 학교 상담실 역할 강화, 사제 간 대화 기회 늘리기 등을 통해 '사제 간 벽 무너뜨리기' 등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이 가능한 방안들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학생들 대부분은 선생님의 언어폭력에 대해 얘기하며, 언어폭력이 사실 체벌보다 더 심한 수준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언어폭력으로 입게 되는 정신적 피해가 단순히 육체에 가하는 체벌보다 더 크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언어폭력이 체벌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학생들과 다른 견해를 보여 학생들의 불만을 샀다.

그래도 언어폭력과 관련된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학생들은 기분 좋게 토론장을 떠날 수 있었다.

비록 학생들의 의견이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는 학생 체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여, 체벌 그 자체가 아닌 학생과 스승이라는 더 큰 틀 안에서 사제 간 갈등을 풀어 보겠다는 것을 뜻한다.

어쩌면 단순한 체벌 여부의 문제를 떠나 학생과 스승 간 이질감과 단절감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대화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유경 생글기자(동작고 2년) leeyk9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