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4일 헝가리의 서부 데베체르 마을. 평화롭기만 하던 이곳에 '붉은' 재앙이 온 마을을 덮쳤다.
알루미늄 공장의 저수조 댐이 무너지면서 독성 슬러지(산업폐기물)가 유출된 것이다.
붉은 슬러지가 마을을 휩쓰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분에 지나지 않았다.
헝가리 사상 최대의 환경재앙으로 기록된 이날 사고는 며칠 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에까지 재난의 그림자를 던졌다.
#지난 4일(현지시간) 헝가리에서 발생한 알루미늄 공장 폐기물 댐 붕괴 사고로 유출된 독성 산업폐기물 찌꺼기(슬러지)가 마침내 도나우강 지류로 대거 유입되기 시작해 동유럽 국가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헝가리 알루미늄 공장에서 유출된 독성 산업슬러지(찌꺼기)가 7일 다뉴브강 본류에 진입함에 따라 수도 부다페스트와 하류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고를 통해 가장 크게 우려된 부분은 유럽의 젖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도나우'강의 오염 여부였다.
유럽 대륙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흑해로 흘러드는 '도나우'강의 또 다른 이름은 '다뉴브'강이다.
'도나우,다뉴브,두나이,두나, 두나브,두너레아,두나비우스.' 이들은 모두 도나우 강을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다.
독일 남부의 알프스 북부 산지에서 발원해 여러 나라를 거치며 장장 2850㎞를 흐르다보니 나라마다 이름도 제각각 붙여 부르게 된 것이다.
도나우(Donau)는 발원지에서 가까운 독일/오스트리아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이 강을 체코어로는 두나이(Dunaj)라 하고,헝가리 평야를 적시면서 두나(Duna)라는 이름을 얻는다.
세르비아/불가리아 지역을 흐르면서 다시 두나브(Dunav)라 불리다가 루마니아에서는 두너레아(Dunerea)란 이름으로 통한다.
나라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이들 이름은 모두 라틴어 두나비우스(Dunaviu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오히려 '다뉴브'란 이름이 제일 익숙할 것 같다. 그것은 '다뉴브'가 영어식 이름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바로 이 영어식 이름인 '다뉴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나우'도 꽤 알려져 있는데 이는 우리 외래어 표기 규범이 현지음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지은 유명한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도 이 강을 '도나우'로 기억하게 하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이에 비해 북한에서는 '두나이'강으로 부른다는 것도 특이하다.
이는 북한에서 과거 같은 공산권인 체코어로 읽은 것이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다.
물론 남한에선 오랫동안 영어 이름인 '다뉴브'강으로 배워왔기 때문에 이 말에 익숙한 사람들이 가장 많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지명이 영어식 표기 위주로 돼 있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것은 '영어'라는 언어의 힘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에베레스트'이다.
히말라야 산맥의 에베레스트는 접하고 있는 나라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티베트에서는 예로부터 이 산을 초모랑마('대지의 여신'이란 뜻)로,네팔에서는 사가르마타('세계의 정상'이란 뜻)로 불러왔으며,중국에서는 초모랑마를 음차해 주무랑마(珠穆朗瑪)라고 부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에베레스트는 영어식 이름으로 이 산을 가리키는 여러 이름 중 하나일 뿐이다.
1852년 영국이 식민 지배하고 있던 인도에서 이 산봉우리가 세계 최고봉임을 확인한 뒤 인도에 주재했던 영국 측량국장 조지 에베레스트 경의 이름을 따 에베레스트 산이라고 명명한 것이 시초다.
이후 영어가 세계적으로 공통어가 되다시피 할 정도로 세력이 커지면서 에베레스트란 이름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지명이 됐다.
이번에 사고가 난 '헝가리'란 국가 이름에도 영어의 힘이 작용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헝가리란 이름의 유래는 중앙아시아의 스텝 지대에서 활약하던 유목 민족인 '훈족(族)'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세기 중엽 유럽에 침입해 게르만 민족 대이동을 유발한 이들은 지금의 헝가리 평원에 정착했는데,이로부터 '훈족의 땅'이라는 의미로 헝가리(Hungary)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헝가리인의 중심을 이루는 민족은 마자르족(族)이다.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 부를 때 내부적으론 지금도 '마자르인의 나라' 즉 '마자르 오르스자크(Magyar-orszag)'라 칭한다.
헝가리는 대외용,마자르는 대내용인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
알루미늄 공장의 저수조 댐이 무너지면서 독성 슬러지(산업폐기물)가 유출된 것이다.
붉은 슬러지가 마을을 휩쓰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분에 지나지 않았다.
헝가리 사상 최대의 환경재앙으로 기록된 이날 사고는 며칠 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에까지 재난의 그림자를 던졌다.
#지난 4일(현지시간) 헝가리에서 발생한 알루미늄 공장 폐기물 댐 붕괴 사고로 유출된 독성 산업폐기물 찌꺼기(슬러지)가 마침내 도나우강 지류로 대거 유입되기 시작해 동유럽 국가들에 초비상이 걸렸다.
#헝가리 알루미늄 공장에서 유출된 독성 산업슬러지(찌꺼기)가 7일 다뉴브강 본류에 진입함에 따라 수도 부다페스트와 하류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고를 통해 가장 크게 우려된 부분은 유럽의 젖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도나우'강의 오염 여부였다.
유럽 대륙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흑해로 흘러드는 '도나우'강의 또 다른 이름은 '다뉴브'강이다.
'도나우,다뉴브,두나이,두나, 두나브,두너레아,두나비우스.' 이들은 모두 도나우 강을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다.
독일 남부의 알프스 북부 산지에서 발원해 여러 나라를 거치며 장장 2850㎞를 흐르다보니 나라마다 이름도 제각각 붙여 부르게 된 것이다.
도나우(Donau)는 발원지에서 가까운 독일/오스트리아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이 강을 체코어로는 두나이(Dunaj)라 하고,헝가리 평야를 적시면서 두나(Duna)라는 이름을 얻는다.
세르비아/불가리아 지역을 흐르면서 다시 두나브(Dunav)라 불리다가 루마니아에서는 두너레아(Dunerea)란 이름으로 통한다.
나라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이들 이름은 모두 라틴어 두나비우스(Dunaviu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오히려 '다뉴브'란 이름이 제일 익숙할 것 같다. 그것은 '다뉴브'가 영어식 이름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바로 이 영어식 이름인 '다뉴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나우'도 꽤 알려져 있는데 이는 우리 외래어 표기 규범이 현지음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지은 유명한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도 이 강을 '도나우'로 기억하게 하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이에 비해 북한에서는 '두나이'강으로 부른다는 것도 특이하다.
이는 북한에서 과거 같은 공산권인 체코어로 읽은 것이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다.
물론 남한에선 오랫동안 영어 이름인 '다뉴브'강으로 배워왔기 때문에 이 말에 익숙한 사람들이 가장 많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지명이 영어식 표기 위주로 돼 있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것은 '영어'라는 언어의 힘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에베레스트'이다.
히말라야 산맥의 에베레스트는 접하고 있는 나라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티베트에서는 예로부터 이 산을 초모랑마('대지의 여신'이란 뜻)로,네팔에서는 사가르마타('세계의 정상'이란 뜻)로 불러왔으며,중국에서는 초모랑마를 음차해 주무랑마(珠穆朗瑪)라고 부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에베레스트는 영어식 이름으로 이 산을 가리키는 여러 이름 중 하나일 뿐이다.
1852년 영국이 식민 지배하고 있던 인도에서 이 산봉우리가 세계 최고봉임을 확인한 뒤 인도에 주재했던 영국 측량국장 조지 에베레스트 경의 이름을 따 에베레스트 산이라고 명명한 것이 시초다.
이후 영어가 세계적으로 공통어가 되다시피 할 정도로 세력이 커지면서 에베레스트란 이름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지명이 됐다.
이번에 사고가 난 '헝가리'란 국가 이름에도 영어의 힘이 작용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헝가리란 이름의 유래는 중앙아시아의 스텝 지대에서 활약하던 유목 민족인 '훈족(族)'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세기 중엽 유럽에 침입해 게르만 민족 대이동을 유발한 이들은 지금의 헝가리 평원에 정착했는데,이로부터 '훈족의 땅'이라는 의미로 헝가리(Hungary)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헝가리인의 중심을 이루는 민족은 마자르족(族)이다.
그래서 이들은 스스로 부를 때 내부적으론 지금도 '마자르인의 나라' 즉 '마자르 오르스자크(Magyar-orszag)'라 칭한다.
헝가리는 대외용,마자르는 대내용인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