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여고등학교의 문학수업 시간에 주로 배우는 것은 문학작품의 창작이나 비평하는 활동이 아닌 문학작품을 해석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교육의 원인이자 목표는 수능 언어영역에서의 고득점이다.

하지만 이런 해석위주의 문학수업은 오히려 아이들로 하여금 문학을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게 할 뿐이다.

이런 점은 소설이나 수필보다 시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아이들은 시를 교과서와 참고서, 시험지에서 접하는 것 이상으로 가까이 하려하지 않는다.

실제로 부여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우석군(18)은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시가 읽고 느낄 수 있는 문학작품이 아니라 해석하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 대상으로만 느껴진다.

소설의 경우에는 때때로 시간이 날 때 읽고는 하지만 시집은 어렵게만 느껴져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현 수업의 문제점은 실제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올해로 교직생활 30년째를 맞는 부여고등학교의 한 문학 교사는 "30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쳤지만 요 근래 몇년간은 자신이 원하는 문학수업다운 문학수업을 제대로 진행한 적이 극히 드물다"며 "현재의 교육방식이 실질적인 시인을 기르는 데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학교에서 수능 문제풀이 교육을 요구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수업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전의 K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지난 10월7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페루의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선정됐다.

올해는 유럽 언론을 중심으로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던 터라, 고은 시인이 또다시 노벨상 수상에 실패한 아쉬움은 컸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고은 시인은 2000년대 초부터 해마다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문학계는 한국 문학의 계속되는 노벨문학상 수상의 실패 원인으로 번역의 어려움을 꼽았다.

한국 문학 번역가인 안선재(본명 브러더 앤서니) 서강대 명예교수는 최근 2010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에서 열린 문학 강연에서 "한국의 시를 아무리 훌륭하게 번역해도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은 결코 한국 독자들이 반응하는 것처럼 즉각적이고도 강렬한 반응을 할 수 없고, 이를 기대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한국 문학의 한계를 설명했다.

분명 한국 문학이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 번역의 문제는 하루빨리 풀어내야 할 숙제다.

하지만 그 이전에 번역할 가치가 있는 문학 작품을 창작하는 문학가들을 배출할 수 있는 교육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주인공 키팅 선생은 시를 단순한 해석의 대상으로 보고 점수를 매기는 교과서를 찢어버리라고 가르친다.

현재 한국의 학생들은 살아있는 시를 느끼지 못하고 죽어있는 시를 해석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문학이 더 발전하고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 이러한 교육환경의 변화는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박해원 생글기자(부여고 2년) espresso03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