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와 날카로운 신경전··· 자금풀어 親중국세력 확보
[Global Issue] 中 반체제인사 류샤오보 노벨평화상··· 위안화· 인권 협공받는 중국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 · 55)가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중국과 국제사회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 8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2010년 노벨 평화상 발표식에서 류샤오보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그는 중국에서 기본적인 인권을 위해 오랫동안 비폭력적인 투쟁을 벌였다"며 "인권과 평화는 긴밀히 관련됐으며 이 권리는 알프레드 노벨이 유언장에서 쓴 '국가들 간의 형제애'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노벨상 소식이 전해진 후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류샤오보를 즉각 석방하라는 요구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중국은 그러나 '류샤오보는 범법자'(장위 외교부 대변인)라며 위안화 절상 요구와 마찬가지로 외국의 압력을 일축하는 상황이다.

"중국과 중국 바깥 세계의 대립구도가 위안화 환율에 더해 인권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블룸버그통신)"는 분석이다.

한편 중국은 그리스 등 서방의 비주류 국가에 돈을 퍼부으며 각개격파를 시도,친중국 세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톈안먼사태 주도한 반체제 인사

20년간 중국의 반체제 인사로 활동해온 류샤오보는 톈안먼(天安門) 사건 당시 민주화세력을 대표해 인민해방군과 마지막까지 협상을 벌였던 4명 중 1명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톈안먼 사태 당시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교환교수로 있다가 급거 귀국해 단식투쟁 등을 주도했다.

이때 경찰에 체포돼 20개월간 수감됐으며 1996년부터 3년간 재교육 캠프(노동교양소)에 갇힌 바 있다.

그는 2003년 중국 펜클럽 회장을 맡으면서 영향력 있는 민주화 인사로 부각됐다.

이후 2008년 12월 △언론 자유 보장 △인권 개선 △다당제 도입 △자유선거 등의 요구를 담은 '08 헌장'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해 12월 정부로부터 국가권력 전복 선동죄로 징역 11년을 선고받아 현재 랴오닝성 감옥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은 류샤오보의 수상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류샤오보의 수상은 곧 중국의 인권탄압이 국제적인 '공인'을 받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8일 수상자 발표 직후 류샤오보는 죄인이라고 선을 긋고 곧바로 베이징 주재 노르웨이 대사를 소환해 노벨위원회의 결정에 항의했다.

또 지난 13일 노르웨이 어업연안부 장관과 예정돼 있던 회담을 잇따라 취소했다.

중국은 "인권문제에 대해 각국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류샤오보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하는 행위는 중국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한다.

⊙위안화 · 인권 협공 받는 중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류샤오보의 석방과 중국 내 인권개선 요구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류샤오보를 "보편적 가치의 진전을 설득력 있고 용감하게 대변해 온 인물"로 높이 평가하면서 그의 즉각적인 석방을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류샤오보가 중국인의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평화적인 정치개혁을 일관되게 주창해왔다면서 "중국은 지난 30년간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정치개혁에는 뒤처져 있다"고 비판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대표는 "수감 중인 류샤오보가 직접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캐나다 등에서도 그의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위안화 평가 절상을 놓고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은 중국은 류샤오보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연타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은 지난 5~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 · 유럽정상회의(ASEM)와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세계를 상대로 싸워야 했다.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각국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위안화 가치를 올리면 중국 회사 대부분은 도산한다"(원자바오 중국 총리)며 급격한 위안화 절상에 반대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이 겉으로는 당차게 위안화 절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세계 대 중국이라는 대립 구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가 부각되면서 협공을 받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류샤오보에 대한 노벨평화상 수여가 국제사회의 가장 강력한 질책"이라며 "중국은 동시에 환율,기후변화 등과 관련해 각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버티기와 각개격파 병행

중국은 겉으로는 완고하다.

"류샤오보는 범법자이며 그가 노벨상을 받는 것은 상의 취지에 어긋난다"(장위 외교부 대변인)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 내에선 인터넷 검색을 차단,류샤오보가 국민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원천봉쇄했다.

현지 공안당국은 경찰병력을 진저우 감옥 인근과 진입도로에 배치해 외부인의 접근을 완전 차단했다.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 류샤오보의 석방 촉구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당국의 철저한 감시로 활동은 공개되지 못한다.

각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과 석방 요구에는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한편으로는 친중국 세력을 적극 끌어모으고 있다.

원 총리는 ASEM정상회의를 전후로 서방의 비주류인 그리스,터키,이탈리아 등을 방문해 돈보따리를 풀었다.

지난 2일 그리스를 방문해 "중국은 그리스 국채를 매입해 보유하고 있으며 새로 발행되는 그리스 국채도 추가로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리스가 중국 선박을 사들이는 것을 지원할 5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설립하고 △조선 건설 기술 등 10여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에도 서명했다.

지난 6일 이탈리아에서는 양국 간에 태양에너지와 인터넷 분야 등에서 약 240억홍콩달러(3조4670억원) 규모의 합작사업 계약식을 체결했다.

양국 총리는 '경제합작 강화 행동계획'을 마련하고 현재 400억달러 규모인 양국의 연간 무역액을 1000억달러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터키와도 무역,에너지,운송,통신 등 분야에서 8건의 합작계약을 맺었고,올해 170억달러로 추정되는 양국 교역량을 2015년 5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서방의 일방적인 요구를 거부하면서도 세계로부터 고립도 원치 않고 있다"며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친중 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유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