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에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이 노래를 아는 청소년이 얼마나 될까.

박두진 작사,김동진 작곡의 6 · 25 노래 후렴구다.

처음 듣는 청소년들은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다. 같은 겨레를 원수라며 무찔러놓고 어찌 겨레를 빛낸다는 것일까.

올해는 6 · 25 전쟁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방부와 상주시는 6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화령장 전투 전승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

화령장 전투는 6 · 25 전쟁 초기에 상주군 화령장 일대에서 있었던 전투로,국군 17연대가 북한군 15사단을 기습해 승리를 거둔 사건이다.

화령장 전투는 낙동강 방어선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 전쟁의 판도를 바꾼 중요한 전투라고 평가받는다.

전승행사는 8일 낮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는 상주에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로 육군참모총장,육군본부 참모 등 장성급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으며 일반 군인과 시민 등도 2만여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2만명 중 4분의 1인 5000명이 학생들을 동원해 채워졌기 때문이다.

행사 당일은 금요일 오후 2시로,평일 오후수업이 진행되어야 할 때였다.

또 중간고사 기간이기 때문에 행사 참석을 위해 아예 시험을 앞당겨 치른 학교도 있다.

무엇보다 행사 자체에 대한 비판이 많다. 행사 자체는 볼거리가 다양하고 재미있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행사 전반에서 지나치게 반공의 분위기가 풍긴 것이 문제였다.

최지원 학생(17)은 "몇 시간 전까지 도덕시험을 치면서 통일과 민족화합에 대해 공부하고 왔는데 이 행사를 보니 혼란스럽다"며 "북한군도 같은 우리 민족인데 그 시체 앞에서 이겼다고 통쾌해하는 모습을 보고 국군에 대한 자랑스러움보다는 도리어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정민 학생(17) 역시 "6 · 25 노래를 처음 들어봤는데 가사가 끔찍하고 어이없다"고 밝혔다.

천안함 사태부터 김정은의 권력 세습,황장엽 전 비서의 사망 등 여러 사건으로 인해 최근 우리 국민들은 북한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시기에 다분히 반공 · 반북한적인 행사를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 치를 필요가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전투에서 승리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국군은 훌륭하다.

그분들 덕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6 · 25 전쟁 60주년을 맞은 이 시점에서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기보다는 동족상잔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는 게 올바른 순서 아닐까.

이날 참석한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북한과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지 궁금하다.

이지수 생글기자(상주여고 1년) sksfh01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