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한센병 또는 나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염' 또는 '위험'이라는 단어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한센병은 나균에 의해 감염돼 발생하는 병이다.

나균이 피부,말초신경계,상기도의 점막을 침범해 조직을 변형시킨다.

한센병에 감염된 이후에는 피부의 감각을 느끼는 정도가 저하되고,신경의 감각마비와 운동장애가 동반돼 얼굴과 손,발 등에 변형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균에 대한 강한 면역을 가지고 있어 한센병에 전염되지 않는다.

또한 면역이 약해 한센병에 감염된다 하더라도 한센병 치료약 리팜피신 600㎎을 한 번만 복약하면 99.9%의 나균이 사멸해 전염성이 없어진다.

특히 1941년 특효약 DDS가 발명되면서 한센병의 완치가 가능해짐에 따라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한센병 퇴치국가로 공식 선언을 받았다.

사실 현재 한센인 요양시설에서 치료받고 있는 한센병 환자 및 병력자 또한 한센병으로 인한 후유증을 가졌을 뿐 나균 및 한센병 전염력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한센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는 한센병의 전염 여부에 상관없이 계속되어 왔다.

한센병을 가진 부모가 아이들이 자신의 병력 때문에 피해를 입을까봐 고아원에 보내고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다반사다.

특히 1992년도 대구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은 한센병에 대한 무지가 한센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를 잘 나타낸다.

당시 40대 남성이 "실종된 개구리 소년들이 칠곡군 지천면 나환자촌 건물 지하에 암매장돼 있다"는 거짓 제보를 한 후 주요 언론사들은 이를 여과없이 보도했다.

결국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이로 인해 그 지역의 한센인 정착촌의 한센병 환자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최근에는 과거 한센인들에게 가해졌던 집단학살,강제 격리,폭행 등 피해사건들에 대해 진상 규명을 하고 생활지원금과 의료지원금을 지원하는 한센특별법 제정과 '나병'이라 불리던 병명을 '한센병'으로 개칭함으로써 편견과 인권 침해를 없애려는 노력 또한 있어왔다.

그 결과 한센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최근 한센인과 한센병에 대한 조사에서 한센병에 대해 올바로 인지하고 있는 국민이 52.4%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센인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는 아직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자녀가 한센인의 자녀와 결혼 시 찬반을 묻는 질문에는 반대 86.7%,찬성 7.1%로 반대 의견이 월등히 높았고,한센인과 생활 편의시설 공동 이용에 관한 설문에는 '이용하겠다' 19.6%,'이용하고 싶지 않다' 78.9%로 나타났다.

한센병은 전염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센인들과의 직접적 접촉은 석연치 않다는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대해 안동 성좌원 신현숙 홍보팀장은 "혹시 한센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거나 불편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한센인 요양시설에서 한번 봉사를 해 보면 그러한 편견이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은 한센병 환자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우리 학생(풍산고 1년)은 "처음 성좌원에 갔을 때는 한센병에 대해 조금은 무서운 마음이 들었지만 교육을 받으며 그런 편견이 사라졌고, 그곳에 계신 할머니,할아버지들의 따뜻한 정을 많이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경북 안동 성좌원,전남 고흥 국립소록도병원 등 7개의 요양시설에서 1448여명의 한센인들이 지내고 있다.

이번 주말,가까운 한센인 요양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차정 생글기자(풍산고 1년) ab63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