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우리나라는 동국대의 한 여교수가 저지른 미 명문대 박사학위 위조로 들썩였다.

이전부터 학력 위조가 의심되었지만 그녀는 문제 없이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으로 선임되었고, 이후 문제가 불거지자 해외로 도피했다.

신정아 전 동국대학교 조교수의 이야기다.

3년이 지난 현재. 이번엔 연예계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가 뜨겁다.

가수 MC몽이 수차례 병역 기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고, 가수 신정환은 해외 원정 도박 및 채무와 관련된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고 있다.

그리고 타블로 학력의 진위를 놓고 발생한 논란을 바라본다.

잘 알려진 것처럼, 타블로(본명 이선웅)는 그간 스탠퍼드대 학위 증명 여부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의 공격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여기서 주목할 것은 타블로의 학력 진위 여부 문제를 두고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느냐가 아니다.

과거 유명인에 대한 신뢰 여부에 물음표를 달아 왔던 우리 스스로에게 신뢰의 물음표가 옮겨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일련의 도덕적 해이 사건의 경우 불신을 제공한 근본 원인은 저명인사들에게 있었다.

공인으로서 사회에 모범이 되기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기는커녕 '모럴 해저드'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우리는 그토록 그들을 비난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 불신의 화살이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간 언론을 통해 보도된 타블로의 학력 진위 여부의 결과는 '진실'로 밝혀졌다.

타블로는 학위증명서와 시민권 복사본을 제시했으며 스탠퍼드대 홈페이지에 직접 관련 게시글까지 올라오면서 진실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수차례 밝혀졌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들은 그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일부 네티즌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서명운동이 일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산업화와 도시화, 그에 따른 핵가족화로 우리 국민은 전통문화로부터 계승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다. 바로 '공동체 의식'과 '도덕성'이다.

예(禮)를 숭상했고 생활함에 있어서도 항상 서로를 배려하고 신뢰하던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현대사회는 경쟁과 불신의 온상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중요시되는 가치가 변했다 해도 '신뢰'라는 기본은 남아 있어야 한다.

우리의 작은 일상부터 한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외교력과 경제까지 모든 것에는 상호간의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물론 공인들이 먼저 의심의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하겠지만, 우리 역시 신뢰가 살아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 논란의 주인공인 타블로, 그가 진정으로 외치고 있는 것은 자신의 결백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신 풍조에 대한 충고가 아닐까.

정재희 생글기자(광남고 2년) fkdleps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