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줄여 경쟁력 확보…대규모 감원 등 어두운 측면도
[Global Issue] ‘뭉쳐야 산다’? … 전세계 항공업계 거센 인수합병(M&A)바람
전 세계 항공업계에 유례없는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다.

항공업계 '합종연횡'은 유가 상승과 경기 침체,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미국 항공산업은 최근 경기침체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항공업체들은 올 2분기에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 뒤에는 어두운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저가항공사까지…항공업계 '합종연횡'

매년 1억명을 실어나르는 미국 최대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이 경쟁업체를 인수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에어트랜항공사를 14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8일 보도했다.

게리 켈리 사우스웨스트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에어트랜항공 인수합의로 애틀랜타,워싱턴 DC,보스턴,볼티모어,뉴욕 등 남동부와 동부 지역의 주요 공항에 취항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멕시코,남미,카리브해 등 국제선 노선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두 항공사 모두 미국 국내선에만 취항해왔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3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저가 항공사의 성공 모델로 꼽힌다고 NYT는 전했다.

기내식과 좌석 등급제를 없앴으며 음료과 간식도 유료다.

기내 안전수칙을 힙합 스타일로 설명하며 티셔츠 차림의 스튜어디스가 마술을 선보이는 등 기발한 서비스로도 유명하다.

에어트랜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본사가 있으며 애틀랜타발 항공편이 일평균 200여편 정도로 남동부 지역에 많이 취항한다.

지난 5월엔 미국 콘티넨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이 합병해 세계 최대 민간 항공사가 탄생했다.

시카고 소재 유나이티드항공 본사를 합병사 본부로 하고 유나이티드항공의 이름도 유지하는 데 동의했다고 WSJ가 보도했다.

시카고 소재 유나이티드항공 본사를 합병사 본부로 하고 유나이티드항공 이름은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미국 내 6위 항공사인 US에어웨이즈와도 합병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UAL과 US에어웨이즈는 최근 다시 합병 협상을 시작했다.

양사는 지난 10년간 간헐적으로 합병을 저울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유럽 최대 항공사인 독일의 루프트한자항공이 덩치 키우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2008년 12월 오스트리아 국영 항공사인 오스트리아항공의 지분 41.56%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6월 벨기에 브뤼셀항공과 영국 브리티시미들랜드항공을 인수했다.

남미 대륙도 예외는 아니다. 라틴아메리카 최대 항공사 란에어는 브라질의 탐항공을 인수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란에어는 두 달 전 탐항공을 약 37억달러에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아시아에선 지난해 중국 3위 항공사였던 둥팡항공이 상하이항공을 인수해 2위 항공사로 부상했다.

미국 항공사 스카이웨스트는 콤에어의 M&A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스카이웨스트항공,애틀랜틱사우스이스트 항공 등을 거느린 항공 지주회사로 얼마 전 저가 항공사인 익스프레스제트를 인수했다.

델타항공은 3년 전 콤에어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델타와 노스웨스트의 합병 논의가 시작되자 이를 연기했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 일자리 감소 등 어두운 면도

M&A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 지난 6월 미 항공산업의 일자리 수는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후 항공업체들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일자리를 계속 줄이고 있는 것이다.

미 수송통계국(BTS)에 따르면 6월 미 항공산업의 일자리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56만3551개였다. 13년 만에 최저치다.

일자리 감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됐으며 최근 2년 동안 줄어든 일자리는 전체의 16%인 5만4000개에 달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M&A 후 항공사들은 앞다퉈 일자리 삭감에 나섰다.

콘티넨털은 지난해 대비 일자리 수가 7.6%,UA는 3.4% 줄었다.

델타,콘티넨털 등 항공업체들이 지난 2분기에 흑자전환한 이유도 결국은 대규모 감원과 노선 축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데이비드 월시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는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더라도 항공업계는 일자리 수를 계속 줄여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노선을 축소하면 그만큼 직원 수는 줄어들게 된다.

경기 회복으로 승객 수가 늘면 노선이 축소되더라도 남아 있는 비행기의 좌석 예약률을 끌어올릴 수 있어 회사에 오히려 이익이 된다는 얘기다.

그는 "항공업체들이 주장하는 효율 개선은 일자리 수를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항공업체 직원들은 죽을 맛이다. AP통신은 "경기 회복으로 승객 수는 늘어나는 반면 감원이 계속돼 남아 있는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저가항공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덧붙였다.

저가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이 최우선이라서 직원 수도 최소화할 뿐 아니라 급료까지 적게 주기 때문이다.

얼마 전 "승객이 열받게 한다"며 비상탈출구로 나가버려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던 승무원의 소동도 결국 이런 스트레스에서 비롯됐다.

소동이 벌어진 제트블루는 저가항공업계에서도 가장 급료를 적게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정기 휴가도 없으며 다른 항공사들과 달리 노조도 없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항공업계가 파일럿이나 승무원 수를 일정 수준까지 줄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바람에 비행기 밖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감원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예약 카운터 직원이 대표적으로 온라인 항공예약 비중이 늘어나면서 업체마다 이들 직원을 대폭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최근 파산 신청을 한 멕시코 최대 항공사인 '멕시카나항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쟁사 대비 지나치게 높은 직원 임금을 멕시카나항공의 부실 원인으로 꼽았다.

이 회사는 미국의 대형 항공사들에 비해 평균 급료가 49% 높았다.

승객 수요는 경기 회복에 힘입어 늘어났지만 고(高)임금에 따른 경쟁력 하락이 회사의 부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