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고등학생들에게 수학여행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학생들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학업을 잠시 멈추고 머리도 식힐 겸,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러가는 거죠!"라고 대답할 것이다.

과연 수학여행의 본래 의미가 이런 것일까? 그렇지 않다.

수학여행이란 학생들이 문화 유적지 등에 실제로 가서 직접 보고 배우도록 하기 위해 교사의 인솔로 실시하는 여행이라고 사전에 등재돼 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의 수학여행은 그저 놀고 오는 여행으로 학생들 머릿속에 남아 있다.

광주에 위치한 살레시오고등학교는 올해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수학여행 테마를 제주도 역사탐방으로 정했다.

제주 4 · 3사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국사 선생님의 제안으로 정해진 것이다.

이에 모든 선생님들은 좋은 취지이기에 동의했고, 수학여행이 있기 몇 달 전부터 제주도에 관한 공부를 하고 현지 답사를 했다. 학생들에게 좀 더 확실히 이해시켜 주기 위해서다.

일부 학생들은 중학교 수학여행이나 다른 학교 수학여행에 비해 좀 더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수학여행이 될 것 같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학생들이 모두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다른 학교처럼 제주도 관광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수학여행을 원했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은 "다른 학교 학생들처럼 힘들고 바빴던 일상을 벗어나 잠시 쉬는 목적으로 수학여행을 갔으면 좋겠어요.

역사탐방이라는 테마도 좋긴 하지만, 고등학교 생활에 단 한 번뿐인 수학여행인데 친구들과 추억을 쌓는 데 더 치중됐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며 이번 수학여행 테마에 대한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평생에 한 번뿐인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누구나 하는 경험이 아닌 정말 특별한 경험을 주고 싶고, 이런 특별한 경험이 학생들의 기억속에 좀 더 오래 남는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학생들을 설득하셨다.

얼마 전 특목고, 자사고와 일반계 고등학교 사이에 수학여행 경비 격차가 약 80배 정도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기 때문인데,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서 해외문화를 배우는 것보다 우리나라 문화와 역사를 먼저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역사 의식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수학여행은 단지 놀다오는 여행이 아닌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사전적인 의미에 부합하는 그러한 수학여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재영 생글기자(살레시오고 1년) wodud712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