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발효···자동차 등 공산품 관세 철폐로 교역 활성화
[Focus] 한·EU FTA승인··· ‘메이드 인 코리아’, 유럽 시장서 ‘빛’ 낼까
한국과 유럽연합(EU)이 가서명한 자유무역협정(FTA) 승인을 거부하던 이탈리아가 지지로 돌아서면서 조만간 정식 서명이 이뤄진다.

지난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특별외교이사회가 한 · EU FTA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 승인은 EU가 한 · EU FTA를 하기로 공식 결정을 내린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협정이 효력을 발생하는 시기는 당초 일정보다 6개월 늦춰진 내년 7월1일이다.

자국의 자동차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승인을 반대하던 이탈리아를 설득하기 위해 시기를 늦춘 것이다.

이사회 승인이 남에 따라 한국과 EU는 다음 달 6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FTA에 정식 서명하기로 했다.

정식 서명 이후에는 양측 의회의 비준 동의만 이뤄지면 발효를 위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EU의 경우 모든 회원국들의 개별 동의 절차를 생략하고 의회 비준만 거쳐서 잠정 발효에 나설 계획이다.

'잠정'이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효력은 정식 발효와 사실상 동일하다.

개별 회원국들의 동의를 받으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절차를 생략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한 · EU FTA는 2007년 5월 1차 협상을 시작해 2009년 3월 8차 협상에서 대부분 쟁점을 마무리했고 그 해 7월 이명박 대통령과 프레데리크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가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작년 10월15일 가서명이 이뤄졌지만 남유럽 경제위기와 이탈리아의 반대 등으로 EU 이사회 승인이 계속 미뤄졌다.


⊙ 한 · EU FTA의 효과는

EU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크다.

작년 양측의 교역 규모는 수출 466억달러 및 수입 322억달러로 총 788억달러에 달한다.

한 · EU FTA가 내년 7월 발효되면 한국과 EU 양측은 공산품 전 품목에 대한 관세를 없앤다.

한국은 7년에,EU는 5년에 걸쳐 각각 관세를 철폐한다.

품목 수 기준으로 한국은 3년 내에 철폐하는 비중이 95.8%,EU는 99.4%다.

한국은 8%의 관세를 매기는 자동차부품과 계측기(8%) 직물제 의류(8~13%) 등의 관세를,EU는 자동차 부품(4.5%) 무선통신기기 부품(2~5%) 스웨터(12%) 등의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

이 외 항목별로 철폐 시기가 다르게 정해져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측 모두 중 · 대형(배기량 1500cc 초과)은 협정 발효 후 3년 내,소형(배기량 1500cc 이하)은 5년 내에 관세를 철폐한다.

EU의 중 · 대형 승용차 관세 10%를 3년 내에 철폐한다면 매년 3.3%의 관세가 내리는 효과가 있다.

즉 그만큼 차 가격이 싸지는 것이다.

한국은 3년 철폐 대상인 중 · 대형 자동차 수출 비중이 대 EU 자동차 수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은 민감한 품목은 개방 대상에서 빼거나 10년 이상의 긴 관세 철폐 기간을 적용한다.

우선 쌀과 쌀 관련 제품은 개방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냉동 · 냉장 삼겹살과 냉장 기타 부위의 관세 철폐 기간은 10년으로 했다.

낙농제품도 마찬가지로 10년이다.

포도와 오렌지는 계절에 따른 다른 관세를 적용받으며 쇠고기와 냉장 돼지고기,맥주맥 · 맥아,사과,설탕,인삼 등 9개 품목은 세이프가드 대상이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마다 미리 정해둔 물량을 초과해서 수입될 경우에 발동하는 것이다. 관세 부담을 높여 수입이 너무 많이 늘어나는 것을 막는다.

주류(술)와 관련해서는 EU 측은 한국산 주류 대부분(99%)에 대해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

한국은 EU산 포도주(관세율 15%)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지만 보드카 브랜디 데킬라 등은 5년,맥주는 7년,위스키는 3년 내 각각 없애기로 했다.

?? FTA란 무엇인가

1947년 만들어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제1조는 한 나라에 제공하는 시장개방 내용(양허)을 다른 모든 회원국들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최혜국 대우'(MFN) 원칙은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칙에도 예외가 있는데 바로 FTA(Free Trade Agreement)다.

FTA를 체결하면 차별화한 시장개방 혜택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관세 철폐다. FTA 체결 국가들은 대부분의 상품을 교역할 때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

관세가 없으면 수입 상품의 가격이 싸지기 때문에 당연히 수요가 늘어나고 이는 곧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

요즘에는 상품 외에 서비스나 투자가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많이 담긴다.

1995년 이후 전 세계 FTA 체결 건수는 연평균 12건에 달하고 있다.

FTA 체결국 간 무역 비중은 세계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1999년 처음으로 칠레와 FTA 협상을 시작했다.

현재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인도 등 16개국과 FTA를 발효시킨 상태다.

한국이 인도와 맺은 협정의 이름은 FTA가 아니고 CEPA(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라고 한다.

하지만 CEPA는 이름만 다를 뿐 FTA와 사실상 동일하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시장개방 등 FTA에 대한 반발과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CEPA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협정을 체결하는 두 나라 중 한 쪽의 경제 규모가 다른 쪽에 비해 많이 기울 때도 CEPA라고 많이 쓴다.

중국과 대만이 최근 체결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 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은 FTA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협상을 위한 큰 틀만 먼저 정해 놓은 다음 세부적인 논의는 나중에 하는 색다른 방식이다.

반면 FTA는 세부적인 부분까지 협상을 모두 끝낸 다음 협정문에 서명을 한다.

최근 한국과 미국 간에 불거지고 있는 자동차나 쇠고기 개방 논란처럼 나중에 벌어질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다.

FTA가 ECFA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협정으로 불리는 이유다.

서욱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