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82엔대까지 오르자 외환시장 개입
일본 정부가 지난 15일 외환시장 전격 개입을 선언했다.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2004년 3월 이후 6년6개월 만이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이날 환율 관련 기자회견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시장에서 엔화를 풀고 달러를 사들이는 식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일본 정부의 발표가 있은 직후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엔화값은 달러당 한때 82.92엔까지 치솟다가 순식간에 84.49엔까지 떨어졌다.
엔화값이 급락하자 주가는 크게 올랐다.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日經)평균주가는 전날보다 217.25엔(2.34%) 상승한 9516.56엔에 마감했다.
9500엔을 회복한 것은 약 한 달 만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현재의 엔화 강세 행진이 장기화되면 일본 경제가 다시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 日정부,'엔고 방어 나섰다'
일본 경제가 현재 안고 있는 핵심 문제는 엔고와 디플레이션(경기침체로 인한 물가하락)이다.
엔고는 수출의 발목을 잡고,디플레는 내수를 망가뜨린다.
그 결과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0일 시중 초저금리 자금 공급 규모를 종전 20조엔에서 30조엔으로 10조엔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엔화 강세 금융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도쿄증시의 주가는 31일 개장하자마자 9000엔 선이 깨졌다.
전날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대책에 따라 158.20엔 오른 9149.26엔으로 마감했던 주가가 150엔 이상 빠지면서 출발한 것이다.
주가는 계속 내리막을 걸어 이날 8824.06엔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보다 무려 325.20엔 떨어진 것이다.
지난달 25일의 연중 최저치(8845엔) 기록도 갈아치웠다.
전날 달러당 85엔대 초반을 유지했던 엔화 가치도 1엔 가까이 올라(엔 · 달러 환율 하락) 달러당 84엔대 초반으로 뛰었다.
주가 폭락과 엔화 강세는 금융완화대책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전날 발표된 일본은행의 초저금리(연 0.1%) 대출자금 10조엔(약 140조원) 확대와 정부의 고용 증대 · 소비 진작 대책은 모두 오래전부터 언론에 보도된 내용 그대로였다.
알맹이가 전혀 없다는 푸념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결국 일본 정부는 14일 민주당 대표 경선이 끝난 다음 날인 15일 오전 엔고 방어를 위한 정부 개입을 발표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이 달러당 82엔대로 치솟자 일본은행을 통해 '엔화 매도,달러 매수'식으로 시장개입에 나서며,엔화값을 장중 85엔대까지 끌어 내렸다.
엔화값은 올 들어 5월까지 달러당 90엔 안팎에서 움직이다 6월 말 88.5엔,7월 말 86.5엔,8월 말 84.6엔 등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간 나오토 총리가 유임될 경우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투자자들이 엔화를 사들인 것이 기폭제가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엔화값이 1995년 4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79엔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 개입 배경은
일본 정부는 최근 여론과 산업계로부터 시장개입 압력을 줄곧 받아왔다.
기업들은 수출 채산성이 떨어진다며 아우성이었다.
엔화값이 1엔 오르면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연간 300억엔, 혼다는 170억엔, 소니는 20억엔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기업들은 당초 올해 엔 · 달러 환율을 92엔 안팎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짰다.
엔고로 인한 수익 저하를 막기 위해 일본 기업들은 외국에서 가격을 올리는 등 대책을 내놨다.
실제 소니는 미국,유럽 지역에서 판매하는 컴퓨터 새 모델의 가격을 최근 올렸다.
또 미쓰비시중공업은 선박을 수주할 때 결제통화를 엔화로 하는 거래를 늘렸다.
현재 일본 기업들은 거래의 40%가량을 엔화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엔화 가치 변동에 대한 영향을 거래 상대방이 지게 하는 것인 만큼 마냥 확대할 수만은 없다.
미국이나 유럽의 공조 없이 일본 정부 독자적으로 개입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다.
자칫하면 아무런 효과 없이 시장 자율성만 해칠 수 있으며,국제금융시장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찍힐 수도 있다.
결국 기업들이 살기 위해서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일본의 생산과 고용, 투자, 소비에 악영향을 미쳐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경기 활성화와 고용 안정으로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시장의 불안심리 차단을 위해 시장개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일본 정부는 엔화값이 달러당 100엔대에서 움직이던 2004년 초 3개월간 47차례에 걸쳐 14조8000억엔의 시장개입을 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03년에는 한 해 동안 32조엔을 퍼부은 적도 있다.
⊙ 향후 전망은
하지만 이번 개입이 일본 단독으로 이뤄진 만큼 어느 정도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노다 재무상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나 이번 개입은 일본 단독으로 취해졌다"며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 때문에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며 환율 변동은 경제 및 금융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등이 자국 환율 약세로 수출 확장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엔고 저지 움직임을 반가워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수출 주력상품인 자동차와 전자제품 시장에서 일본의 경쟁 상대인 한국과 대만 등도 일본의 엔고 저지 움직임이 달갑지만은 않다.
2년여 전 엔화가 미 달러화 대비 19% 절상됐을 당시 한국 원화는 상대적으로 달러화 대비 5% 절하됐는데 이 같은 환율 효과로 한국의 당시 2분기 성장은 7% 이상을 기록한 반면 일본은 1.5%의 성장을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외환 투자전략가인 션 캘로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위안화가 아시아 통화의 기준통화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도 일본의 개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지연시키거나 보다 완화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국내 연구소들과 해외 투자은행들은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이 중장기적으로 원 · 달러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에 대해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이달 말 1150원,올해 말 1140원으로 전망하고 있고 씨티그룹과 노무라도 올해 말 1150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하락폭을 더 크게 잡아 9월 말 1100원으로 떨어진 뒤 연말엔 1075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4분기에 평균 1142원 수준으로 하락하고 내년엔 평균 1110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소는 원화 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데다 경상수지 흑자 및 달러 약세 기조 등으로 원 · 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도 본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원 · 달러 환율이 적정 환율(1070~1110원) 쪽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단기적으론 외환당국이 1160원 수준에서 미세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당분간 현재 수준의 환율을 유지시키면서 향후 흐름을 지켜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장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jas@hankyung.com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2004년 3월 이후 6년6개월 만이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이날 환율 관련 기자회견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시장에서 엔화를 풀고 달러를 사들이는 식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일본 정부의 발표가 있은 직후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엔화값은 달러당 한때 82.92엔까지 치솟다가 순식간에 84.49엔까지 떨어졌다.
엔화값이 급락하자 주가는 크게 올랐다.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日經)평균주가는 전날보다 217.25엔(2.34%) 상승한 9516.56엔에 마감했다.
9500엔을 회복한 것은 약 한 달 만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현재의 엔화 강세 행진이 장기화되면 일본 경제가 다시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 日정부,'엔고 방어 나섰다'
일본 경제가 현재 안고 있는 핵심 문제는 엔고와 디플레이션(경기침체로 인한 물가하락)이다.
엔고는 수출의 발목을 잡고,디플레는 내수를 망가뜨린다.
그 결과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0일 시중 초저금리 자금 공급 규모를 종전 20조엔에서 30조엔으로 10조엔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엔화 강세 금융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도쿄증시의 주가는 31일 개장하자마자 9000엔 선이 깨졌다.
전날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대책에 따라 158.20엔 오른 9149.26엔으로 마감했던 주가가 150엔 이상 빠지면서 출발한 것이다.
주가는 계속 내리막을 걸어 이날 8824.06엔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보다 무려 325.20엔 떨어진 것이다.
지난달 25일의 연중 최저치(8845엔) 기록도 갈아치웠다.
전날 달러당 85엔대 초반을 유지했던 엔화 가치도 1엔 가까이 올라(엔 · 달러 환율 하락) 달러당 84엔대 초반으로 뛰었다.
주가 폭락과 엔화 강세는 금융완화대책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전날 발표된 일본은행의 초저금리(연 0.1%) 대출자금 10조엔(약 140조원) 확대와 정부의 고용 증대 · 소비 진작 대책은 모두 오래전부터 언론에 보도된 내용 그대로였다.
알맹이가 전혀 없다는 푸념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결국 일본 정부는 14일 민주당 대표 경선이 끝난 다음 날인 15일 오전 엔고 방어를 위한 정부 개입을 발표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이 달러당 82엔대로 치솟자 일본은행을 통해 '엔화 매도,달러 매수'식으로 시장개입에 나서며,엔화값을 장중 85엔대까지 끌어 내렸다.
엔화값은 올 들어 5월까지 달러당 90엔 안팎에서 움직이다 6월 말 88.5엔,7월 말 86.5엔,8월 말 84.6엔 등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간 나오토 총리가 유임될 경우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투자자들이 엔화를 사들인 것이 기폭제가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엔화값이 1995년 4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79엔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 개입 배경은
일본 정부는 최근 여론과 산업계로부터 시장개입 압력을 줄곧 받아왔다.
기업들은 수출 채산성이 떨어진다며 아우성이었다.
엔화값이 1엔 오르면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연간 300억엔, 혼다는 170억엔, 소니는 20억엔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기업들은 당초 올해 엔 · 달러 환율을 92엔 안팎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짰다.
엔고로 인한 수익 저하를 막기 위해 일본 기업들은 외국에서 가격을 올리는 등 대책을 내놨다.
실제 소니는 미국,유럽 지역에서 판매하는 컴퓨터 새 모델의 가격을 최근 올렸다.
또 미쓰비시중공업은 선박을 수주할 때 결제통화를 엔화로 하는 거래를 늘렸다.
현재 일본 기업들은 거래의 40%가량을 엔화로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엔화 가치 변동에 대한 영향을 거래 상대방이 지게 하는 것인 만큼 마냥 확대할 수만은 없다.
미국이나 유럽의 공조 없이 일본 정부 독자적으로 개입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다.
자칫하면 아무런 효과 없이 시장 자율성만 해칠 수 있으며,국제금융시장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찍힐 수도 있다.
결국 기업들이 살기 위해서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일본의 생산과 고용, 투자, 소비에 악영향을 미쳐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경기 활성화와 고용 안정으로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시장의 불안심리 차단을 위해 시장개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일본 정부는 엔화값이 달러당 100엔대에서 움직이던 2004년 초 3개월간 47차례에 걸쳐 14조8000억엔의 시장개입을 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03년에는 한 해 동안 32조엔을 퍼부은 적도 있다.
⊙ 향후 전망은
하지만 이번 개입이 일본 단독으로 이뤄진 만큼 어느 정도의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노다 재무상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나 이번 개입은 일본 단독으로 취해졌다"며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 때문에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며 환율 변동은 경제 및 금융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등이 자국 환율 약세로 수출 확장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엔고 저지 움직임을 반가워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수출 주력상품인 자동차와 전자제품 시장에서 일본의 경쟁 상대인 한국과 대만 등도 일본의 엔고 저지 움직임이 달갑지만은 않다.
2년여 전 엔화가 미 달러화 대비 19% 절상됐을 당시 한국 원화는 상대적으로 달러화 대비 5% 절하됐는데 이 같은 환율 효과로 한국의 당시 2분기 성장은 7% 이상을 기록한 반면 일본은 1.5%의 성장을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외환 투자전략가인 션 캘로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위안화가 아시아 통화의 기준통화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도 일본의 개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지연시키거나 보다 완화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국내 연구소들과 해외 투자은행들은 일본 정부의 시장개입이 중장기적으로 원 · 달러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 · 달러 환율에 대해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이달 말 1150원,올해 말 1140원으로 전망하고 있고 씨티그룹과 노무라도 올해 말 1150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하락폭을 더 크게 잡아 9월 말 1100원으로 떨어진 뒤 연말엔 1075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4분기에 평균 1142원 수준으로 하락하고 내년엔 평균 1110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소는 원화 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데다 경상수지 흑자 및 달러 약세 기조 등으로 원 · 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도 본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원 · 달러 환율이 적정 환율(1070~1110원) 쪽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단기적으론 외환당국이 1160원 수준에서 미세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당분간 현재 수준의 환율을 유지시키면서 향후 흐름을 지켜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장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