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대상으로 재화 만드는 학문…도전정신과 창의력 필요"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나의 대학전공 ⑬ 정소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장-자원공학
정소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자원공학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자원공학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마치고 프랑스 오를레앙대에서 박사학위(암반공학)를 받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았고,현재 한국암반공학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자원공학 전문가다.

정 본부장은 "1990년대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전 세계 자원개발 산업이 암흑기를 맞았지만, 2000년대 들어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발전이 자원 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며 "특히 OECD 전체 인구(11억3000만명)의 두배가 넘는 24억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인 만큼 에너지 및 광물자원의 전 세계 소비량은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3배에 달해도 모자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예측 때문에 자원공학 전문가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젊은 학생들의 도전을 권했다.


▼ 자원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대학에 진학할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좋은 전공이지만 공부를 하다 보면 더 좋은 전공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이왕이면 범위가 넓은 전공이 좋겠다고요.

자원공학은 외국의 경우 한 개 단과대학에서 가르칠 만큼 내용이 폭넓은 학문입니다.

지질학을 기반으로 하는 자원지질학,물리학을 기초로 한 물리탐사,화학에 기반을 둔 지구화학탐사,재료역학 열역학 동역학 등을 기반으로 하는 암석역학 등이 모두 자원공학의 일부입니다.

게다가 자원경제학도 있고요. "


▼이 전공이 자신의 적성과 어떤 점에서 맞았는지.

"자원공학이 연구하고 다루는 분야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스케일이 엄청나게 큽니다.

광산에 가보면 100t짜리 트럭들이 다니는데 바퀴 크기만 해도 웬만한 자동차보다 큽니다.

광산은 지표면에서 지하로 1㎞ 이상 시추를 합니다.

이런 웅장한 스케일이 인간 능력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매력을 느꼈습니다.

저는 자원공학 중에서도 자원개발 분야의 하나인 암석역학을 전공했는데 신이 만들어 놓은 땅의 비밀을 풀어 인간이 필요로 하는 광물을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채굴하는 것에 대한 학문입니다.

땅속은 같은 곳이 하나도 없죠.

그래서 늘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는 점이 제 적성과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


▼이 전공의 장점은.

"공부할 때는 어렵지만 폭 넓은 전공을 가지고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선 고등학교 때 자기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죠.

자원공학과에 들어오면 다양한 세부 전공을 접할 수 있고,심지어 인문학과 계통인 자원경제학까지 접할 수 있어 자기 적성에 맡는 세부 전공을 찾아 갈 수 있습니다.

또 자원개발이 광물이나 석유를 찾아서 개발하고 처리하는 전체 시스템을 포괄하는데다 경제성 평가까지 하다 보니 전체적인 안목을 갖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요즘 화두로 떠오른 통섭형 인재를 키우는 데 가장 적합한 학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자원공학을 전공한 뒤 보람 있었던 일은.

"흔히들 우리나라의 산림녹화가 경제발전의 결과라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산에 있는 나무를 가정의 난방과 취사용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우리의 산은 현재 북한의 산처럼 민둥산이었습니다.

석탄을 채굴해 이를 대체한 이후로 산에 나무가 조금씩 울창해졌습니다.

이처럼 자원개발이 우리의 산림녹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데 자부심을 가집니다.

요즘의 자원공학도는 주로 해외자원 개발에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자원개발연구를 통해 우리 기업의 자원개발에 일조하고 우리의 자원영토를 조금씩 넓힐 때 큰 보람을 갖게 됩니다.

예전처럼 선진국의 수탈적인 자원개발이 아니라 공정한 자원개발을 통해 자원보유국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점도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


▼자원공학과를 선택하려는 학생들에게 해 줄 조언은.

"자원공학은 땅을 대상으로 재화를 만드는 학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곳이 아프리카 오지일 수도 있고,남미의 고산지대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3D 직업'일 수도 있지만,그런 곳에서 기회가 생기고 미래가 열립니다.

학문적 지식뿐 아니라 강한 정신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한 도전정신과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스스로가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라면 자원공학은 여러분을 성공의 길로 이끌 것입니다. "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


"세계를 무대로 자원개발 주인공이 되세요"

⊙ 자원공학과 출신 엔지니어에게 듣는다

자원공학 엔지니어들은 국내 · 외 자원개발 현장을 누비고 있다.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옛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졸업생 두 사람의 얘기를 소개한다.

⊙ 서영빈(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E&P사무소)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나의 대학전공 ⑬ 정소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장-자원공학
"E&P(Exploration & Production · 자원개발)엔지니어의 꿈을 키워보세요. "

서영빈씨는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99학번)와 석사과정(석유가스공학 연구실)을 마치고 미얀마 양곤에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E&P사무소의 석유공학팀에서 저류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저류 엔지니어는 유전과 가스전의 개발 및 생산단계에서 생기는 각종 문제를 공학적 원리를 이용해 해결하고,경제성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찾는 일을 한다.

또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석유나 가스의 매장량을 산출하거나,생산량을 예측하고,유정의 시추 및 유지보수 계획과 경제성 분석 등의 업무도 맡는다.

서씨가 일하는 미얀마 E&P사무소에는 한국 직원 30명을 포함, 세계 각국에서 온 120여명의 엔지니어들이 2013년 중반부터 하루 5억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기 위해 각자의 전공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미얀마 가스전은 작년 11월 상업성을 선언하고 본격 개발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서씨는 "에너지자원 개발의 최전선에서 자원공학도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며 "E&P 엔지니어의 꿈을 키워보라"고 조언했다.



⊙ 신용덕(SK에너지 석유개발사업부)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나의 대학전공 ⑬ 정소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장-자원공학
"세계를 무대로 역동적인 자원개발의 주인공이 되세요"

신용덕씨는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99학번)와 석사과정(에너지시스템공학부)을 마치고 SK에너지 석유개발사업부에서 해외유전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신씨는 "자원개발사업은 세계가 무대인 역동적인 산업분야"라며 "2008년에 입사해 첫해에만 해외출장을 4개국 7차례나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자원공학 엔지니어들이 뛰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모셔갈 정도로 자원공학 전공자들의 인기가 높은 만큼 자원개발의 주인공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신씨는 슈퍼컴퓨터가 최초로 적용된 민간 분야가 자원공학의 E&P산업이라며 자원공학이라면 낡은 학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오해라고 설명했다.

슈퍼컴퓨터는 기상예측과 E&P산업에 처음 적용됐는데,기상예측은 군사작전상의 필요도 컸던 만큼 진정으로 슈퍼컴퓨터가 적극 활용된 것은 E&P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는 "슈퍼컴퓨터를 비롯해 수학 통계학 컴퓨터공학 경제학 등의 최신 기법들이 적용되고 있는 첨단분야인 자원개발에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해 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