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어느 한적한 오전시간 신촌 세브란스병원 ○○수술실.

수술실 내부에선 비뇨기과 수술이 한창 진행 중이다. 분명히 수술 중인데도 환자 곁에는 의사가 보이지 않는다.

과연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의사가 커다란 기계 앞에서 수술을 집도하고 있었다.

메스가 들려 있어야 할 그의 손에는 메스 대신 조이스틱이 들려 있다.

요즘 로봇 수술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귀에 낯설지 않다.

로봇 수술이란 의사가 수술용 로봇을 이용해서 수술을 집도하는 것을 말하며 수술용 로봇 개발의 효시는 다름아닌 걸프전이다.

전쟁중 의사가 부족해서 곤란을 겪던 미군은 '본국의 의사가 원격으로 로봇을 이용해 수술할 수 없을까'하는 착상에서 수술용 로봇을 개발하게 된다.

로봇수술이 사용된 지 채 10년이 안되는 만큼 로봇 수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존재한다.

더러는 로봇 수술이 개발돼서 서전(수술을 집도하는 의사 · surgeon)이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술용 로봇은 인공지능이 아니다.

로봇은 행위를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

또한 로봇의 움직임도 서전의 움직임에 의존한다.

따라서 일반인이 로봇을 통해 집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서전의 손기술이 수술 결과에 상당 부분 반영된다.

잘못된 인식은 이뿐만이 아니다.

흔히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두 수술은 서전이 제공받는 영상부터 차이가 있다.

복강경 수술이 평면적 영상이라면 로봇 수술은 입체적 영상이다.

마치 기존 2D영화를 3D로 보게 된 것과 유사하다.

이외에도 로봇수술은 복강경 수술과 달리 로봇 팔을 통해 원격으로 수술을 집도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언제나 새로운 것에는 장 · 단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로봇 수술도 예외는 아니다.

수술용 로봇 중 가장 널리 쓰이는 다빈치를 사용해 본 서전들은 수술용 로봇은 움직임을 매우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어 출혈을 최소화하고 수술 후 통증과 흉터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개복 수술에 비해 절개 부위가 작아서 수술 중 감염위험도 줄어든다고 덧붙인다.

특히 비뇨기과 수술시 로봇 수술의 경우 수술 부작용인 요실금과 발기부전이 최소화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로봇 수술 수요의 90%가 비뇨기과이다.

그러나 로봇 수술의 단점도 있다. 다빈치(일반적인 수술용 로봇) 한 대의 가격은 한화로 약 25억원.

게다가 10회 사용시 자동으로 작동 불가상태로 변해 400만원 상당의 소모품 교체 비용이 들어 로봇 수술 1회 집도시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약 1000만~2000만원이나 된다.

일반 개복수술의 가격이 300만~500만원인 것에 비하면 비용이 훨씬 비싸다.

혹자는 가격 대비 수술의 완성도가 미흡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로봇 수술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수술의 안전성과 수술 후 편리성이 알려지며 많은 환자들이 로봇 수술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14개 병원에서 18대의 다빈치 로봇을 사용 중이다.

특히 국내에 로봇 수술을 도입한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수술 1000례를 달성하고 그 중 수술 실패 사례가 없는 등 매우 긍정적인 전망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길게는 20년, 짧게는 10년 안에 동네 의원에서도 로봇 수술이 행해질 날을 기대해 본다.

최병진 생글기자(압구정고 2년) bjchoe21@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