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두 달 전 한 정치인이 대학생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특정 직업과 관련해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한동안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이에 그가 속한 정당에서는 해당 정치인에게 징계를 내리겠다는 발표와 함께 당 의원들에게 '집단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실제로 해당 정치인은 소속 정당의 의원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명됐다.

하지만 그의 제명만으로 모든 일이 결말지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당에서 해당 의원 제명과 더불어 내렸던 조치인 '집단 성희롱 예방교육'에서도 드러났다.

물론 그날 실시된 교육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성희롱 예방교육 직후 다른 주제에 관한 특강에 나선 강사의 발언은 성희롱 발언 파문을 덮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 한 달간의 노력을 무색하게 했다.

그 강사는 강의를 시작하며 "원래 대학에서 파워포인트를 할 때는 관심을 끌기 위해 아름다운 여배우 사진을 넣는데 오늘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수많은 성희롱 발언과 뒤따르는 각계의 반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정치인들의 경우에는 '발언'뿐만이 아니라 여기자 성추행 같은 '사건'까지 저질러 신문이나 방송에서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이는 '아직도 뿌리 뽑히지 않은 남성 우월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남녀평등 사회에 한발짝 다가섰지만 내면적인 부분,즉 여성에 대한 사고방식과 사회적 인식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정치인들이 각종 유흥업소에서 향응을 대접받은 사건이 문제화되고 뉴스와 기사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모성보호관련법, 호주제 폐지 등 많은 의견들이 남녀평등의 실현을 위해 법제화되고 여러 번 개정됐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엘리트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계는 여성과 남성을 다른 차원에 놓고 다른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기성세대이기도 한 남성 정치인들은 무의식적으로,당연하다는 듯이 그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사무국장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번 성희롱 발언의 주인공을 이야기하면서 "그가 그런 발언이 문제화될 것이라고 판단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는 주변 국회의원이나 정치권 등 그 조직 구성원들이 이런 발언을 당연시하는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남녀 평등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몇몇 정치인들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에 대해 징계를 한다고 해서 결코 남녀 평등사회가 구현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각과 남성 우월주의 문화를 하루빨리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남녀평등사회를 향한 첫 발걸음일 것이다.

김민선 생글기자(창덕여고 1년) mia8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