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과감한 재정 개혁…제조업 경쟁력 키워 빠른 경기 회복
[Global Issue] 햇살 드는 스웨덴 경제… "과거 경제위기에서 교훈 얻었다"
유럽 각국이 경기 침체와 재정적자라는 두 가지 악재로 허덕이지만 스웨덴에는 딴 나라 얘기다.

스웨덴은 다른 유럽 국가들이 겪는 공통된 악재가 없다.

경기 침체와 재정적자를 모두 잡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경기 침체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며 오히려 경기 과열 우려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돌입한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스웨덴이 튼튼한 재정과 제조업 경쟁력 덕에 올 2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 성장률을 보이며 경기 침체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 초 스웨덴을 강타했던 경제위기 당시 미리 실시했던 재정개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경기 침체 이후 꾸준히 자체 경쟁력을 키워온 스웨덴 대기업들도 경기 회복의 일등공신이다.

⊙ EU에서 가장 낮은 재정적자 비율

스웨덴 국가통계국은 이날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잠정치인 3.6%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유럽연합(EU) 27개국 중 동유럽의 신흥 국가인 슬로바키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EU 평균(1.9%)의 두 배가 넘는다. 최근 빠른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인근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다.

안데르스 보리 스웨덴 재무장관은 "스웨덴 경제에 따스한 햇볕이 비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경기 과열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7월에 이은 것으로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두 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 조치다.

스테판 잉베스 중앙은행 총재는 "스웨덴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고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AFP통신은 스웨덴의 경기 회복은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금융위기 이후 GDP의 5%가 넘는 자금을 투입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스웨덴은 지난해에만 인프라 확충 등 경기부양책으로 450억크로나(약 7조원)를 썼다.

스웨덴은 금융위기 이전까지 재정흑자 비율이 GDP 대비 3%에 육박할 정도로 튼튼한 재정상태를 유지했다.

실탄이 넉넉한 덕에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펼쳤지만 스웨덴의 국가 재정은 건재하다.

지난해 재정적자로 돌아섰지만 그 규모는 GDP 대비 0.5%로 EU 27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 과거 경제위기에서 교훈을 얻다

이처럼 재정이 건전한 이유는 1990년대 실시했던 강력한 재정개혁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유럽 각국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올 들어서야 연금 개혁 등 사회보장 지출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다.

반면 스웨덴은 15년 전에 과도한 복지문제에 메스를 가하기 시작했다.

1993년 스웨덴은 사회보장 지출에 따른 후유증으로 재정적자가 GDP 대비 12.3%에 달했다.

당시 스웨덴의 사회복지 지출은 GDP 대비 39%로 유럽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사회복지제도 개선을 통해 재정수입을 확충했다.

퇴직 연령을 상향 조정하고 조기 퇴직자의 연금 수급액을 감축했다.

게다가 지급액 기준도 퇴직 전 마지막 15년 동안 평균에서 취업기간 전체 평균으로 연장하는 등 과감한 개혁 정책을 실시했다.

공기업 민영화 정책도 단행했다.

통신,우편,석유,철도 등 주요 기간산업을 담당하던 35개 공기업을 민영화시켰다.

게다가 조세수입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등의 정책을 통해 국가채무 및 재정적자 증가를 미리 막을 수 있었다.

스웨덴은 사회복지 지출 축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현재 스웨덴의 조세 국민부담율은 절반에 육박한다. 이 같은 과감한 정책을 실시한 덕분에 스웨덴은 1990년대 후반부터 흑자재정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스웨덴은 이후 재정흑자 목표를 'GDP 대비 2%'로 정하고 정부 지출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꾸준히 재정상태를 관리해 왔다.

이처럼 미리 국가재정을 튼튼하게 관리한 덕분에 경제위기를 잘 견뎌냈다는 얘기다.

⊙ 대기업이 경기 회복 주도

스웨덴은 총인구가 900만명에 불과할 정도로 내수시장이 작은 반면 수출 의존도는 GDP의 80%에 달한다.

스웨덴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들도 대부분 수출 주도형이다.

이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 침체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2008년 1820억달러에 달한 수출은 지난해 1550억달러로 15% 감소했다.

그러나 올 들어 자동차와 정밀기계류 등 제조업의 빠른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2008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발렌베리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일찍부터 아시아 지역 위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등 강한 경쟁력을 키워온 덕분에 수출이 다시 빠르게 늘면서 스웨덴 경제도 급속히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에릭슨 사브 아스트라제네카 SEB 등 업종을 망라한 다양한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발렌베리그룹은 스웨덴의 대표적인 명문가문인 발렌베리가(家)가 경영하고 있다.

스웨덴 전체 GDP의 30%와 스웨덴 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는 대기업이다.

김 위원은 "스웨덴 대기업들은 1990년대 경기 침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경쟁력을 키워왔다"며 "연구 · 개발(R&D)과 인재 교육에 꾸준히 투자한 것이 불황을 견뎌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스웨덴의 전체 GDP 대비 R&D 투자는 3.7%로 EU 평균(1.8%)보다 두 배나 높다.

R&D 강국으로 손꼽히는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이 같은 높은 R&D 투자 덕분에 스웨덴의 특허 출원 건수는 EU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자율적인 통화 정책도 경상수지 흑자를 꾸준히 유지한 배경이다.

스웨덴은 2000년대 이후 매년 약 20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 중이다. 스웨덴은 EU의 일원이기는 하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국가는 아니다.

스웨덴 화폐인 크로나 환율은 유로화 출범 이후 줄곧 유로당 9크로나 초반대를 유지해 왔다.

낮은 통화가치 덕에 유로화 사용 국가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강경민 한국경제신문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