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건전 '간' VS 경기부양 '오자와'···후텐마 등 외교현안에도 이견 보여
[Global Issue] 간-오자와, 총리직 놓고 격돌··· 日 정치·경제 어떻게 바뀌나
오는 14일 일본의 집권 여당인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간 나오토 총리(현재 당 대표)와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이 격돌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게 돼 있다.

때문에 오자와 전 간사장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총리가 교체된다.

민주당 대표를 뽑는 것을 뛰어넘어 사실상 일본의 '차기 총리'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이번 경선은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당내 최대 계파(약 150명)의 수장인 오자와 전 간사장은 의원 판세에선 앞서지만 국민적 지지도가 낮다는 게 약점이다.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휘말려 있어 국민지지도가 10%대에 불과하다.

반면 간 총리는 당내 지지기반은 약하지만 70%대의 여론 지지를 받고 있다.

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은 지난 1일 각각 선거 공약을 발표했다.

간 총리가 재정건전화와 고용 창출을 강조한 반면 오자와 전 간사장은 과감한 경기 진작책과 복지정책 강화를 내세웠다.

때문에 시장에선 간 총리가 당선되면 국채 발행을 억제해 국채값이 올라가고,오자와 전 간사장이 이기면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본다.

'국채의 간,주식의 오자와'란 신조어도 나왔다.

이번 경선에서 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일본의 국정운영과 경제정책 방향은 크게 바뀔 전망이다.

⊙재정건전 '간'vs 경기부양 '오자와'

균형재정을 중시하는 간 총리는 일본이 처한 재정위기를 극복하고 복지재원을 확충하기 위해선 현행 5%인 소비세를 10%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세 인상에 대해선 여전히 당내 거부감이 강하지만 노다 요시히코 재무,오카다 가쓰야 외상 등 지지그룹 내에서는 밀어붙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반면 오자와 전 간사장은 국민들이 싫어하는 세금 인상을 내세울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소비세 인상을 논하기 전에 우선 행정과 예산 편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부터 줄이는 게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간 총리를 몰아붙였다.

지난해 8 · 30 총선(중의원 선거) 때 민주당이 제시했던 각종 선심 공약을 그대로 이행할지 여부도 선거 쟁점이다.

중학생 이하 자녀를 가진 부모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자녀수당,고속도로 무료화,농가호별 소득보전제도 등이 그런 공약이다.

간 총리는 재원 확보가 여의치 않은 만큼 공약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반면 오자와 전 간사장은 작년 총선 공약의 전면 실시를 주장한다.

민주당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한 정권 공약을 재원이 여의치 않다고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예산 낭비를 줄이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할 뿐 재원 조달에 대해선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후텐마 등 외교 현안에도 차이

외교의 최대 현안인 후텐마 문제 등 대미 관계에서도 양측은 많이 다르다.

간 총리는 미 · 일 동맹을 중시해 당초 미국과의 약속대로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내 나고시로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이 대등한 미 · 일 외교를 외치며 미국과 삐걱거리다 붕괴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에 관한 미 · 일 전문가 협의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이전을 추진 중이다.

보고서에는 나고시 헤노코와 인근 바다를 매립해 활주로를 짓는다는 내용과 구체적인 대체시설의 위치와 공법에 관한 설명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자와 전 간사장은 후텐마 미군 기지를 오키나와 밖 또는 해외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일변도 외교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미국과의 동맹도 중요하지만 일본의 미래 이익을 위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측불허의 접전 예상돼

대표 재선을 통해 '본격 정권'으로서 거듭나려는 간 총리와 정치생명을 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오자와 전 간사장의 격돌은 예측을 불허하는 접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대표 선거는 소속 국회의원 412명(중의원 306,참의원 106명)과 지방의회 의원 2382명,당원과 서포터 등 34만2493명이 참여하는 경선 방식으로 치러진다.

전체 투표권의 3분의 2가량을 갖는 국회의원들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당내 최대 그룹(약 150명)을 이끄는 오자와는 하토야마 전 총리 그룹(약 60명)과 하타 그룹(약 20명)의 지원을 받고 있다.

간 총리 진영은 자신의 그룹(약 40명)을 비롯해 마에하라 그룹(약 40명),노다 그룹(약 30명)이 가세하고 있다.

구 민사당계(30명),사민당계(30명)는 관망하고 있다.

당 소속의원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 · 참의원 초선들의 표가 승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지방의원,당원 표도 무시 못할 변수다.

당원 표 판세에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자와를 크게 앞서고 있는 간 총리 측이 다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에 강한 오자와 전 간사장이 어떤 수완을 발휘해 표를 끌어모을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간 진영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너무 잦은 선거…경제는 뒷전

최근 일본 경제는 엔화 급등과 주가 급락으로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달 25일 미국 뉴욕시장에서 엔화는 15년 만의 최고치인 달러당 83엔대까지 뛰었다.

엔고 여파로 닛케이 주가 역시 지난달 24일 간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9000엔 밑으로 떨어졌으며 사흘 연속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내에서는 이 같은 악재가 선거에 신경이 쏠린 현 정부의 안일함 때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당 대표 선거에서 떨어지면 총리직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간 총리가 금융시장보다는 자신의 정치운명이 걸린 선거에 정신이 팔렸다는 것.게다가 민주당 내 최대 계파 수장인 오자와 전 간사장까지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간 총리가 시장 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달 말 초선 의원들과 마라톤 간담회를 가진 것도 표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걸핏하면 선거가 돌아오는 일본의 비효율적 정치시스템 탓도 크다. 4년 임기 중의원과 6년 임기 참의원(절반씩 3년마다 선거) 등 양원제인 일본에선 선거가 잦다.

최근 4년간 중의원 선거와 참의원 선거 두 번 등 모두 세 번의 큰 선거가 있었다.

사카모토 에이지 니혼게이자이신문 편집위원은 "선거로 일본이 침몰하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이유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