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 담배 값 인상만큼 확실한 금연정책은 없다 "

반 " 서민부담 늘고 외국보다 담배값 싸지 않다 "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당국은 담뱃값을 8000원으로 올려야 선진국 수준인 30%대로 국내 흡연율이 떨어진다며 은근히 여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에 독이 될 것이라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금연정책의 평가와 향후 흡연율 예측'이란 보고서에서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담뱃값 인상, 담배광고 제한, 금연구역 지정 등 7가지 금연정책의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1995~2006년 국내에서 시행된 금연정책 가운데 남성의 흡연율을 낮추는 데 담뱃값 인상이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54.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대중매체를 통한 금연홍보 캠페인 32.9%, 금연구역 지정 9.3%, 금연치료 지원 3.4%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현재 2500원인 담뱃값을 8000원으로 올릴 경우 2010년 흡연율은 30.4%, 2020년에는 24.6%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계속 낮아지던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08년 말 40.9%에서 지난해 말 43.1%로 다시 상승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8.4%(2007년)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서로 또다시 재연된 셈이다.

정부가 아직 공식적으로 담뱃값을 올리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이와 관련된 논쟁은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론, "흡연율을 낮추는데 담배값 인상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흡연율 감소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은 구체적 정책 강화 계획의 부재와 목표치 결정의 근거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2007년 당시의 정책이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남성 흡연율은 46.7%에서 2010년 44.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담뱃값이 싸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사정에서 적절한 담뱃값은 6000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담배가격 인상과 관련, 이 부분은 공론에 부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 흡연율이 최근 높아지는데 담배가격 인상보다 확실한 금연정책은 없다"며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캠페인은 효과가 1회성에 그치고 담뱃값 인상은 비록 서민가계에 당장 부담이 될지 모르나 담배로 건강을 해칠 경우 서민가계에 더 큰 부담이 된다"고 주장했다.

담뱃값 인상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청소년층의 흡연을 줄이는 데 무엇보다 효과가 크다고 지적한다.

청소년기에 흡연을 시작하면 평생 끊기도 어려울 뿐더러 성인이 된 후에 흡연을 시작하는 것에 비해 신체 발달 등에도 훨씬 안 좋은 영향을 주는데 이를 상당히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그동안 우리나라 담뱃값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는 점을 들어 선진국 수준으로 담뱃값을 올려 흡연도 억제하고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기금도 조성하는 일석이조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 반대론, "서민 부담만 가중되며 현재 담뱃값은 외국보다 싸지도 않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서민경제가 아직도 어렵고,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담배값을 올리면 서민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며 "지자체 금연조례 제정에 따른 금연구역 확대, 발암성 물질 경고문구 표시,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 비가격정책이 시행된 지 불과 1~2년밖에 되지 않아서 실효성 여부를 따지기에는 이르다"며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경수 한국담배소비자협회 회장은 "지금 매년 점진적으로 2.2~3%에 가까운 흡연율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 현재 OECD가 염려했던 40%가 이미 무너졌으며 총 흡연율 37.8%라는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상당한 감소율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5년에서 10년 후에는 충분히 OECD의 30%에 가까운 흡연율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담배가격 자체가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국가들의 4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진국의 개인 소득은 우리나라와 3배 차이가 난다"며 "가격차가 나니까 값을 올려야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정 회장은 그동안에 담뱃값 1000원을 인상해서 얻어지는 1조600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별도의 예산으로 복지부가 집행하고 있는데, 복지부가 금연운동에 쓰고 있는 예산은 1.5%에 그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담뱃값 인상으로 더 거둔 세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담뱃값 인상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서민들의 필수 기호품인 담배 가격 인상은 결과적으로 순차적으로 다른 생필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담뱃값 인상 외에 여러 금연정책을 효과적으로 병행해야

이 논란은 담배가격을 올릴 때마다 똑같이 반복돼 온 것이다. 사실 가격 인상은 흡연율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가 있을 수는 있으나 문제는 흡연자들의 저항이 매우 거세다는 데 있다.

따라서 흡연율을 낮추는 데 담배가격 인상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복수의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

담배 가격도 일정 수준 인상하되 이와 함께 좀 더 효과적으로 금연을 실천할 수 있는 대책을 정부는 물론 지자체와 직장 등에서 다각도로 마련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금연 클리닉을 각 사업장이나 지역단위로 운영하고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담배판매 수익에서 의무적으로 충당토록 하는 등의 장치도 필요하다.

담뱃값 인상 논의가 반복될 때마다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그러나 매우 중요한 문제가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비흡연자의 혐연권 보장이다.

흡연자들은 "개인의 취향인 흡연에 대해 왜 정부가 왈가왈부하고 흡연자만을 봉으로 취급하느냐"고 항변한다.

하지만 흡연자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뿜어대는 담배연기에 비흡연자들은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까지 상한다는 중요한 문제를 간과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무고한 남의 건강을 해치는 행위를 하면서 개인 취향이니 내버려 두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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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7월8일자 보도기사

정부가 내년에 담뱃값을 500~1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담뱃값 인상은 2004년 500원이 인상된 이후 7년 만이다.

신문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흡연율 감소를 위한 금연정책 추진 방향' 문건에서 "국내 담뱃값이 선진국의 20~30%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2008,2009년 흡연율이 상승 추세로 돌아선 만큼 가격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인상폭은 2004년 이후 실질구매력이 25.6% 상승한 것을 감안해 500~1000원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는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5원 △부가가치세 227원 △국민건강증진기금 354원 △폐기물부담금 7원 등 모두 1549.5원의 세금 및 부담금이 부과된다. 복지부는 이 중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을 올릴 계획이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도 한국정책방송과의 대담에서 "서민의 부담을 우려해 담뱃값 인상을 억제해 왔지만 비가격 정책이 한계에 부닥쳤다"며 "내년에 담뱃값을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복지부의 인상 검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성인남성 흡연율이 최고 수준인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7일 발표된 '상반기 흡연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남성 흡연율은 42.6%로 미국(17.1%) 캐나다(20.3%)는 물론 프랑스(30%) 일본(40.2%)보다도 훨씬 높다.

이에 OECD는 최근 한국에 유난히 낮은 담뱃세를 인상해 흡연율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