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공정한 사회'의 기준은 무엇일까?](https://img.hankyung.com/photo/201008/2010081930431_2010082072771.jpg)
이 대통령은 이날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라며 공정 사회야말로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 · 실천적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소금융 햇살론,대기업과 중소기업,노사협력 등의 상생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에서 커지고 있는 분야별 격차를 해소해 모두가 잘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후반기 국정운영 청사진으로 내세웠지만 사실 이는 많은 정치가들이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들어가면 다소 복잡한 논쟁이 벌어진다.
공정은 바로 정의라는 철학 주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의론'의 저자 존 롤스는 정의의 기준을 아예 '공정(fairness)'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의의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세상 사람들은 이미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베일에 가린 상태'를 가정해야 한다는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정한 기준을 정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설명이다.
정의를 보는 시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강조하는 공리주의,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자유주의,그리고 미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고대 철학자 등을 들 수 있다.
자유주의는 다시 평등을 강조하는 존 롤스주의자(liberalist · 점진적 자유주의자)와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로버트 노직주의자(libertarian · 급진적 자유주의자)로 구분하기도 한다.
공리주의자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들며 개개인이 얻는 만족감(효용)이 최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보았다.
철학자들이 정의의 기준으로 자유를 제시한 것은 18세기 이후 부터다.
18세기 이전의 철학자들은 정의를 미덕으로 판단했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고 보았는데 이때 마땅히 받을 자격이란 바로 미덕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바람직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영광과 포상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상은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자유가 강조되면서 바뀌었다.
임마누엘 칸트 이후 철학자들은 정의란 시민들의 권리와 관련되는 것으로 미덕과 같은 주관적인 견해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고 보았다.
개인의 삶은 개인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고대 철학자들이 주장했던 미덕을 정의의 잣대로 삼는 시각이 18세기 이후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공동체를 강조할수록 이러한 기준이 두드러진다.
마이클 샌들 하버드대 교수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자신은 미덕을 선호한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미덕을 기준으로 정의를 판단하는 방법은 일견 직관적이어서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가 미덕을 정하고 판단하기 위해 개입하기 시작하면 개인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경우 전체주의 국가로 흘러갈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8 · 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제시한 것을 계기로 정의의 개념과 역사 등에 대해 4,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