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당신은 왜 제가 한국말을 공부하러 못 가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당신은 저와 결혼했지만, 저는 당신이 좋으면 고르고 싫으면 고르지 않을 많은 여자들 중에 함께 서 있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

이는 베트남 신부 '후안마이'씨가 남편의 폭행에 숨지기 전날 밤,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다짐하며 쓴 편지의 내용 중 일부이다.

일용직을 전전하던 한국인 장씨는 전 재산을 털어 국제결혼업체를 통해 베트남신부 '후안마이'씨를 맞이했다.

그러나 신혼생활을 시작한지 두 달째가 되던 어느 날, 술만 마시면 아내에게 공격적으로 변하던 장씨의 폭행에 '후안마이'씨는 즉사했다.

이 사건은 2007년,한국사회에서 가정폭력을 당하는 이주여성의 실상이 처음으로 알려진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3년 후, 우리나라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여성 탓티황옥씨(20)가 한국에 온 지 1주일 만에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편 장씨(47)는 10년 넘게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물을 복용해오던 정신분열증 환자였고 결혼중개업체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돈을 받아 발빠르게 결혼을 성사시킨 것이었다.

이 사건이 있은 후,정부는 뒤늦게나마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중개업체에 대한 단속과 관리를 강화하고 베트남을 비롯한 특정 국가의 국민과 결혼하려는 내국인은 국제결혼에 관한 소양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국제결혼에 대한 폐해는 병력이나 장애 등 정상적인 혼인 여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결혼을 강행하고 가족부양이나 자녀양육, 성적 도구 등의 이유로 국제결혼을 악용함으로써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 여성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초혼, 재혼, 장애인 환영"이라는 결혼중개업체들의 현수막은 이러한 여건들을 역이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전체 국제결혼 중 한국인과의 결혼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는 캄보디아에서는 한국 남성과의 국제결혼 과정에서 자국여성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한때 '한국인과의 결혼을 금지한다'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결혼의 비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타국 여성들을 마치 물건 수입하듯이 취급하고 있는 우리들의 태도와 이주한 여성들을 무시하고 비인간적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파국으로 몰아넣는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이다.

권기선 생글기자(충북 매괴고 2년) kwon.pros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