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위험성 크지 않은 침, 뜸같은 의료행위까지 막는건 부당"
반 "생명 다루는 의료행위는 면허있는 사람만 하는건 당연"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는 침구술이나 자기요법 등의 대체의학 시술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현행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9일 결정했다.
부산지법이 무면허로 침을 놓다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김모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사건에 대한 헌재의 최종 판단이다.
한의사가 아닌 사람은 침이나 뜸 시술을 할 수 없다는 의료법조항이 합헌으로 결정났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논란의 소지 없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이번에 심판의 대상이 됐던 것은 의료법 제27조다.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가에 의해 확인되고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는 국민보건에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고,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매우 중대한 헌법적 법익"이라고 합헌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헌재는 이 규정의 위헌여부에 대해 헌재 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의견을 제시했고 4명이 합헌의견을 내놓았다.
위헌의견자가 더 많았지만 위헌결정 정족수의 3분의 2(6명)에는 미달돼 어쩔 수 없이 합헌으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에 따라 정식 의사 이외의 진료행위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의료법 개정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의료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개정 찬성론, "다양한 의료행위에 지나친 일률적 금지를 적용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이 의료행위를 너무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특정 자격을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의료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일률적인 금지를 적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헌재 결정에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모든 국민은 의료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의료행위를 직업으로 선택할 자유가 있으므로 의료면허제도의 운영에 따른 기본권 제한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또 "침, 뜸, 자석요법같이 부작용 위험이 크지 않은 의료행위까지 비의료인이 시술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고 의료소비자의 의료행위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명의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면허 없이 의료행위를 했다고 해서 진료를 금지당하고 처벌까지 받은 적이 있는 구당 김남수 옹과 그의 지지자들도 의료법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침과 뜸 등 대체의학이 단지 현대의학으로 과학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의학을 말살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1962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폐지된 침구사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일본의 경우는 침구사 자격을 법적으로 인정하며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능력과 전문성을 검증받은 침구사를 양성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개정 반대론, "생명과 직결된 의료행위는 면허 있는 사람만 하는 것은 당연"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행위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의료법에 의해 면허가 있는 사람만이 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한의사협회와 의사협회의의 대표적 입장으로 이들은 침구사 제도가 폐지된 이유도 무분별한 침구사들의 활동으로 국민건강이 위협받게 되는 상황을 막고자 취해진 조치라고 강변한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이 의료법 조항에 전원일치의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바로 국민건강이라는 중차대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의학계는 뜸시술은 환자의 병증과 체질을 살펴 적합한 정도와 치료 기간을 결정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본래의 효능이 없는 것은 물론 당연히 회복할 수 없는 위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뜸시술은 특성상 환자에게 2도 이상의 화상과 화상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한의학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일반인의 시술은 매우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의사협회는 헌재가 과거의 입장과 달리 과반수의 재판관이 의료법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대해 "한방 의료의 전문성과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의 위험성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며 재판관들에게 격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 의료행위 세분화와 자격증 다양화 검토할 때
침구시술을 비롯한 대체의학에 입각한 진료행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다만 침구술의 효과가 나름대로 인정받고 있고 환자들의 접근성이나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엄격한 자격요건과 진료대상 등을 정한다는 전제하에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무자격자들이 날뜀으로써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아야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성에 따라 의료행위를 좀 더 세분화하고 그에 따라 자격증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합헌의견을 낸 김희옥 재판관조차 "제도권 의료행위 이외의 치료법을 의료행위에 편입하거나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적극적인 개선을 주문한 사실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풀이
◆침구술 = 동양의학에서 물리요법의 분야를 차지하는 것으로 침과 뜸으로 인체의 경혈에 자극을 줌으로써 효과적인 생체반응을 일으키게 하여 건강증진이나 질병치료에 응용하는 의술
◆과잉금지 원칙 =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제한의 최소성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판례와 학설에 따라 이를 위배할 경우는 위헌으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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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7월 29일자 보도기사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침구술과 자기요법 등의 대체의학 시술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현대의학이나 한의학에 속하지 않는 대체의학 치료법으로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헌재는 29일 무면허로 침을 놓다 기소된 김모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조항에 대해 부산지법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더 많았지만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6명)에 못 미쳐 결과적으로 합헌이 됐다.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가에 의해 확인되고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는 국민보건에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법적인 규제를 할 수밖에 없고,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매우 중대한 헌법적 법익"이라며 합헌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조대현ㆍ이동흡ㆍ목영준ㆍ송두환 재판관은 "모든 국민은 의료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의료행위를 직업으로 선택할 자유가 있으므로, 의료면허제도 운영에 따른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반 "생명 다루는 의료행위는 면허있는 사람만 하는건 당연"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는 침구술이나 자기요법 등의 대체의학 시술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현행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9일 결정했다.
부산지법이 무면허로 침을 놓다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김모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사건에 대한 헌재의 최종 판단이다.
한의사가 아닌 사람은 침이나 뜸 시술을 할 수 없다는 의료법조항이 합헌으로 결정났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논란의 소지 없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이번에 심판의 대상이 됐던 것은 의료법 제27조다.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가에 의해 확인되고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는 국민보건에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고,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매우 중대한 헌법적 법익"이라고 합헌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헌재는 이 규정의 위헌여부에 대해 헌재 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의견을 제시했고 4명이 합헌의견을 내놓았다.
위헌의견자가 더 많았지만 위헌결정 정족수의 3분의 2(6명)에는 미달돼 어쩔 수 없이 합헌으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에 따라 정식 의사 이외의 진료행위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의료법 개정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의료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개정 찬성론, "다양한 의료행위에 지나친 일률적 금지를 적용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이 의료행위를 너무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특정 자격을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의료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일률적인 금지를 적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헌재 결정에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모든 국민은 의료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의료행위를 직업으로 선택할 자유가 있으므로 의료면허제도의 운영에 따른 기본권 제한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또 "침, 뜸, 자석요법같이 부작용 위험이 크지 않은 의료행위까지 비의료인이 시술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고 의료소비자의 의료행위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명의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면허 없이 의료행위를 했다고 해서 진료를 금지당하고 처벌까지 받은 적이 있는 구당 김남수 옹과 그의 지지자들도 의료법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침과 뜸 등 대체의학이 단지 현대의학으로 과학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의학을 말살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1962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폐지된 침구사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일본의 경우는 침구사 자격을 법적으로 인정하며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능력과 전문성을 검증받은 침구사를 양성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개정 반대론, "생명과 직결된 의료행위는 면허 있는 사람만 하는 것은 당연"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행위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의료법에 의해 면허가 있는 사람만이 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한의사협회와 의사협회의의 대표적 입장으로 이들은 침구사 제도가 폐지된 이유도 무분별한 침구사들의 활동으로 국민건강이 위협받게 되는 상황을 막고자 취해진 조치라고 강변한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이 의료법 조항에 전원일치의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바로 국민건강이라는 중차대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의학계는 뜸시술은 환자의 병증과 체질을 살펴 적합한 정도와 치료 기간을 결정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본래의 효능이 없는 것은 물론 당연히 회복할 수 없는 위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뜸시술은 특성상 환자에게 2도 이상의 화상과 화상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한의학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일반인의 시술은 매우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의사협회는 헌재가 과거의 입장과 달리 과반수의 재판관이 의료법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대해 "한방 의료의 전문성과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의 위험성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며 재판관들에게 격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 의료행위 세분화와 자격증 다양화 검토할 때
침구시술을 비롯한 대체의학에 입각한 진료행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다만 침구술의 효과가 나름대로 인정받고 있고 환자들의 접근성이나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엄격한 자격요건과 진료대상 등을 정한다는 전제하에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무자격자들이 날뜀으로써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아야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성에 따라 의료행위를 좀 더 세분화하고 그에 따라 자격증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합헌의견을 낸 김희옥 재판관조차 "제도권 의료행위 이외의 치료법을 의료행위에 편입하거나 국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적극적인 개선을 주문한 사실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용어풀이
◆침구술 = 동양의학에서 물리요법의 분야를 차지하는 것으로 침과 뜸으로 인체의 경혈에 자극을 줌으로써 효과적인 생체반응을 일으키게 하여 건강증진이나 질병치료에 응용하는 의술
◆과잉금지 원칙 =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제한의 최소성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판례와 학설에 따라 이를 위배할 경우는 위헌으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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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7월 29일자 보도기사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침구술과 자기요법 등의 대체의학 시술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현대의학이나 한의학에 속하지 않는 대체의학 치료법으로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헌재는 29일 무면허로 침을 놓다 기소된 김모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조항에 대해 부산지법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더 많았지만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6명)에 못 미쳐 결과적으로 합헌이 됐다.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가에 의해 확인되고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는 국민보건에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법적인 규제를 할 수밖에 없고,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매우 중대한 헌법적 법익"이라며 합헌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조대현ㆍ이동흡ㆍ목영준ㆍ송두환 재판관은 "모든 국민은 의료행위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의료행위를 직업으로 선택할 자유가 있으므로, 의료면허제도 운영에 따른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