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유교문화의 상징··· 한국 10곳 보유·세계21위
[Focus] '하회·양동 마을' 세계문화유산 됐어요!
경북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이달 초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유네스코(UNESCO · 유엔국제과학문화기구) 제34차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로써 한국은 석굴암 · 불국사,종묘 등 10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건수 기준으로 세계 21위다.

유네스코는 이번 회의에서

△핵폭탄 실험지로 유명한 중서부 태평양 마셜군도의 비키니 환초(고리 모양의 산호초)

△소림사가 위치한 '하늘과 땅의 중심' 중국 허난성 덩펑(登封) 일대 유적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17세기 운하 연결망 등 15곳의 문화유산

△키리바시의 피닉스 제도 보호구역 △러시아의 푸토라나 고원 등 5곳의 자연유산,그리고 미국 하와이 파파하노모쿠아키아 해양국립기념물 1곳을 복합유산으로 새로 지정했다.


⊙ 유교에 뿌리 둔 전통 씨족마을인 하회 · 양동마을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과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은 우리나라 전통 유교문화의 살아있는 상징 공간으로 손꼽히며,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씨족마을이다.

하회마을은 15세기 풍산 류씨 집안이 이주해 정착하면서 형성된 대표적인 혈연마을이다.

흐르는 강물이 마을을 섬처럼 둘러싸 마치 연꽃이 물에 떠 있는 형상의 하회마을에는 류성룡의 생가인 충효당(보물 414호),류성룡의 형인 류운룡의 종택(보물 306호) 등과 같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많은 고건축물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중요 무형문화재인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비롯해 국보급 문헌자료도 풍부하다.

양동마을은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가 모여 사는 마을로,여러 개의 작은 골짜기가 나란히 있는 물(勿)자형 터에 자리잡고 있다.

양동마을은 중요 민속자료 12점과 도지정 문화재 7점도 보유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이번 등재 결의안에서 하회와 양동은 주택,정자,정사(精舍 · 학문과 휴식의 공간),

서원 등 전통 건축물들의 조화 및 배치가 조선시대 사회구조와 독특한 유교적 양반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이런 전통이 오랜 세월 동안 온전하게 보존돼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또 예술 작품과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학술 및 문화적 성과물,공동체 놀이,세시풍속 및 전통 관혼상제 등 주민들의 생활과 신앙에 관계된 무형유산이 세대를 이어 전승되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우리 정부는 등재를 거부당할 위험을 안고도 과감히 모험을 한 끝에 10번째 세계유산을 등재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등재 후보지가 문화유산일 경우에는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라는 자문기구가 먼저 해당 유산에 대해 심사하는데,ICOMOS는 지난 6월 평가보고서를 통해 '등재 보류'(Refer) 판정을 내렸다.

하회 · 양동마을이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여러 미비점으로 인해 등재를 보류한다는 뜻이다.

특정한 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될 기회는 오직 한 번밖에 없기 때문에 통상 등재 보류 판정을 받으면 회의 전에 해당국은 등재 신청을 철회하고 다음 기회를 노리게 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신청을 철회하지 않고 두 마을에 대한 통합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ICOMOS의 지적을 해결,하회와 양동의 세계유산 등재에 성공했다.

⊙ 파괴로부터 인류 유산 보호
[Focus] '하회·양동 마을' 세계문화유산 됐어요!
세계유산은 1972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세계유산협약)에 의거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유산을 지칭한다.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현저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유산으로 △문화유산 △자연유산 △그리고 문화와 자연의 가치를 함께 담고 있는 복합유산 등이 있다.

문화유산은 유적 · 건축물 · 장소로 구성되는데,대체로 세계문명의 발자취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유적지 · 사찰 · 궁전 · 주거지 등과 종교 발생지 등이 포함된다.

자연유산은 무기적 · 생물학적 생성물로 이루어진 자연의 형태,지질학적 · 인문지리학적 생성물,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서식지,세계적 가치를 지닌 지점이나 자연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이 대표적이다. 복합유산은 영국의 성 킬다 섬처럼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이다.

세계유산위원회가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은 유네스코에서 선정하는 세계무형유산(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이나 세계기록유산(세계적인 희귀 저작물)과는 구별되며 별도로 관리된다.

세계유산은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 인간의 부주의나 약탈,자연재해 등으로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세계유산위원회가 매년 6월 전체회의를 열어 여러 국가들이 신청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중에서 선정한다.

선정 기준은 완전성,진정성 그리고 뛰어난 보편적 가치의 내재 여부 및 적절한 보존관리 계획 수립 · 시행 여부 등이다.

2010년 8월 현재 △문화유산 704건 △자연유산 181건 △복합유산 26건 등 151개국의 911건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44건) · 스페인(42건) · 중국(40건)이 3대 보유국을 이룬다.

이탈리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피사의 사탑이 있는 '피사의 두오모 광장' 등이,스페인은 마드리드의 '에스큐리알 수도원 유적','카세레스 구 시가지' 등의 유산이 있다.

우리나라는 석굴암 · 불국사,해인사 장경판전,종묘,창덕궁,수원 화성,경주 역사유적지구,고창 · 화순 · 강화 고인돌 유적,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조선왕릉,하회 · 양동마을 등 10건의 유산을 갖고 있다.

북한도 고구려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에 올라 있다.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해당 유산의 보호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과 지원이 높아진다.

유산의 등재는 한 국가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서도 작용하기 때문에 유산 소재 지역 및 국가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며 유산 보호를 위한 책임감을 높인다.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유산들은 세계유산기금으로부터 기술적,재정적 원조를 받을 수 있다.

또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방문객이 증가, 고용기회 및 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하회 · 양동마을의 경우에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소식을 듣고 1만5000여명의 관광객이 하회마을을 찾았고,양동마을에는 평소의 3배인 1500여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 나라 간 갈등도

이처럼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유산 등재를 둘러싸고 국가 간의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론 '단오절'을 놓고 벌인 한 · 중 간 기싸움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은 2005년 유네스코에 강릉단오제를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시켰는데,이에 대해 중국은 자국의 전통 명절인 단오절을 다른 나라가 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 "강릉단오제와 중국의 단오절은 풍습과 유래 등이 다르므로 한국에서 먼저 등재됐다고 해도 중국의 단오절이 문화유산으로 선정되는데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나 중국 측의 불만은 여전한 상태다.

또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영원히 세계유산이 되는 것도 아니다.

관리협약국은 자국에 있는 세계유산의 상태를 6년마다 WHC에 보고해야 한다.

WHC는 유적지들의 상태를 평가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조치를 내린다.

WHC는 2004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던 독일의 드레스덴엘베 계곡이 강 양쪽을 잇는 다리 건설로 역사적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며 등재를 철회하는 조치를 내렸다.

윤지연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인턴(한국외대 3년) tcv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