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자율고 지정은 특권·경쟁교육으로 귀결될 뿐"

반 "교육감 말한마디로 자율고 취소되는 건 부당"

진보성향인 김승환 교육감이 이끄는 전북도 교육청이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두 학교는 전임 교육감 임기 말인 지난 5월 말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를 거쳐 자율고로 지정됐다.

도 교육청은 해당 학교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 취소 여부를 발표키로 했다면서 취소 사유로 학교법인 측의 법정부담금 납부 불확실성과 불평등교육의 심화 등을 들었다.

또 "취소 시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교과부와 협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50여개 학교가 지정된 자율고 지정이 취소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줄곧 자율고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혀온 김 교육감은 전임 교육감이 1년 전 두 학교의 자율고 지정을 거부했다가 퇴임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지정한 데 대해서도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오는 10월 원서접수를 시작해 내년 첫 신입생을 받을 계획인 두 학교는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율고는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도입됐다.

서울지역은 내신 50% 이내의 응시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거쳐 신입생을 뽑고 다른 지역은 내신만으로 선발하거나 교과과목과 관련된 심층면접을 보기도 한다.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취소 찬성 측 "자율고 지정은 특권 · 경쟁교육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전북교육청 측은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에는 교육감이 자율고를 지정할 때는 교과부장관과 반드시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지만 취소할 경우에는 아무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취소는 교육감 단독으로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자율고 취소 건과 관련해 교과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변호사로부터 '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자문을 얻었고, 이를 근거로 취소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율고 취소는 시 · 도교육감의 고유 권한이라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군산과 익산 자율고 반대 시민대책위와 전주시민회 등은 김 교육감의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전북 익산과 군산 자율형 사립고 반대 공동대책위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김 교육감이 이들 학교의 자율고 지정을 취소하기로 한 것은 전임 교육감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은 것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자율고 지정은 특권교육, 경쟁교육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교과부는 김 교육감의 이번 결정에 어떠한 압력을 행사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주시민회도 "남성고와 중앙고의 재정 상황이 자율고를 운영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며 "두 학교는 자신들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자율고 지정을 스스로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취소 반대 측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만 가중시킨다"

교과부는 전북교육청의 자율고 지정 취소를 초중등교육법 위반으로 보고 즉시 시정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북교육청이 시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교과부 직권으로 도 교육청의 결정을 취소한다는 방침이다.

학부모나 시민단체 중에도 취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익산발전시민대책위는 "교육감 개인의 생각(교육관)과 다르다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정된 자율고를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시행도 해보지 않고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측해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전북 교육의 수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판단이다"고 주장했다.

전북교총도 "신입생 입학설명회 등을 앞둔 상황에서 자율고 지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전북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율고가 이미 지정됐고, 국가 차원에서 권장하는 사안인 만큼 원래 방침을 수용하되 운용상의 문제점이 있으면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도 성명을 내고 "자율고와 학업성취도평가 등의 제도가 교육감 말 한 마디에 취소되거나 폐지되는 것에 대해 학부모들은 할 말을 잃었다"며 "교육감의 역할은 민선으로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법과 규정, 절차에 따라 공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 관련 법령에서 명확히 규정해 논란 소지 없애야

자율고가 필요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각자의 교육이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이다.

또 자율고 지정이나 취소를 전적으로 해당 교육청에 맡겨둘 것인지 중앙 정부가 관여할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정책에는 찬반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런 찬반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가장 합리적인 쪽으로 정책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세워진 정책에 대해서는 일관성을 갖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교육 관련 제도는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정책 결정에 신중해야 하고 일단 결정된 정책은 신뢰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이전 교육감의 정책을 바로 후임 교육감이 뒤집어도 되는지, 그에 따른 법적 근거는 있는지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점에서 모두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차제에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여론을 수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에 관련 규정을 반드시 정비해 이런 혼란을 막아야 할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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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8월 2일자 보도기사

진보성향인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이끄는 전북도교육청이 2일 지난 5월 말 자율형 사립고(자율고)로 지정된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에 대해 이의 지정을 취소하기로 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도 교육청 그러나 6일까지 해당 학교의 의견을 수렴한 뒤 9일에 자율고 지정 취소 여부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이 두 학교는 최규호 전 교육감이 퇴임 직전인 지난 5월 말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를 거쳐 자율고로 지정했다.

자율고는 지난해 도입돼 지금까지 전국에서 48개 학교가 지정됐으며, 지정이 취소되기는 이번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주재봉 전북도교육청 기획관리국장은 이날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남성고와 중앙고의 자율고 지정에 문제가 있어 이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취소 사유로

△학교법인 측의 법정부담금 납부의 불확실성

△고교 평준화 정책에 미치는 영향

△불평등교육의 심화 등 3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지정 취소 결정에 앞서 6일까지 해당 학교 측의 의견을 수렴하고,

9일 교육감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해 발표하겠다"며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오늘 해당 학교에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해당 학교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남성고와 중앙고는 각각 5일과 28일 예정대로 입학설명회를 할 예정이어서 학교 측의 신입생 모집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이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자율고 지정 및 취소가 교육감 손에 달려 있지만 초중등교육법에 교과부와 협의하도록 하고 있어 자의적으로 취소할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혀 교원평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등에 이어 또 한번 갈등을 빚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