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싸고 의술 수준 높아 美 · 유럽서 환자 몰려
[Global Issue] 아시아 의료관광 '허브'로 떠오르는 인도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병원 체인인 아폴로메디컬그룹은 지난 한 해에만 미국 유럽 등으로부터 6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다.

뇌 혈류를 개선해 다발성 신경경화증 환자를 치료하는 '해방 치료법'(liberation therapy)을 자체 개발한 덕이 크다.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 근육마비와 인지능력 상실 등을 일으키는 다발성 신경경화증은 현재까지 뾰족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중증질환.

프라탑 레디 아폴로 회장은 "환자들에게 치료법이 완전히 검증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인도,아시아의 글로벌 의료관광 허브로

싱가포르 태국에 이어 인도가 아시아 국가를 대표하는 글로벌 의료관광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의료비가 저렴하고 임상시험 규제가 적은 데다 의술 수준이 높고 직원들의 영어 소통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게 FT의 분석이다.

인도산업협회에 따르면,인도 의료관광 산업은 2~3년 내 연간 24억달러 규모로 팽창할 전망이다.

3억달러에 그쳤던 2003년의 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인도 의료관광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가격이다.

고난도 심장수술도 6000~7000달러면 가능하다.

미국(5만~7만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치과 치료도 절반가량 싸다. 임플란트 한 개를 심는데 600~700달러를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병원에서 근무하는 일반 사무직원까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편한 것도 인도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의료보험이 없거나 치료비가 넉넉지 않은 북미와 아시아 지역 중산층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 "(인도 뭄바이의 한 병원 원장)

⊙ 불임치료 내세워 미국 · 유럽에 러브콜
[Global Issue] 아시아 의료관광 '허브'로 떠오르는 인도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치료법 인증 규제가 덜 까다롭다는 것도 인도가 아시아의 대표적인 의료허브로 뜨는 배경이다.

국제적인 임상시험과 학회인증을 거친 치료기법으로만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선진국보다 빨리 새 의료기법을 체험해볼 수 있다.

중증 뇌질환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찾아 인도로 긴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엘리트 인도 여성의 난자 제공 서비스로 관심을 모았던 인도의 일부 병원과 관광회사는 아예 대리모까지 연결해주는 패키지 여행까지 개발해 선진국 불임부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인도는 불임치료 특화 등을 내세워 미국이나 유럽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인도 대형병원인 포르티스헬스케어는 인도 의료관광 시장의 규모가 지난해 380억달러에서 2013년에는 1009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덕분에 인도는 최근 '미국 네티즌이 가장 선호하는 아시아 의료관광 국가(미국 인카네이트워드 대학 조사)'로 꼽히기도 했다.

⊙ 자극받은 아시아 국가들 "우리도…"

최근 전 세계 의료시장에서 인도가 매력적인 국가로 급부상함에 따라 태국 싱가포르 등 기존 의료관광 선두 국가는 물론 말레이시아와 대만 등 후발 주자들의 의료관광 허브 경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아시아의 의료산업은 높은 가격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에 따라 공공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질병을 갖고 있거나 아예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 또는 유럽인들은 아시아 지역 병원을 찾는다.

FT는 "심장우회 수술,고관절 대체수술,치아 치료 등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경우 비용이 저렴한(아시아 지역 병원을) 곳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일례로 미국에서 13만달러가량의 비용이 들어가는 심장우회 수술의 경우 태국에서는 3만달러를 밑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의료관광 분야의 선두주자다.

주식시장에도 상장된 싱가포르의 최대 영리의료법인인 파크웨이 그룹은 자국에서 3개의 대형병원을 운영하며 의료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파크웨이는 말레이시아(11개) 중국(6개) 인도(2개) 브루나이(1개) 등 인접 국가들에서도 병원을 늘려가고 있다.

⊙ 의료관광객 유치에 뛰어든 말레이시아 정부

말레이시아의 경우 정부까지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민간의료 분야를 11개 국가 핵심개발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후 의료관광 병원에 대한 세제혜택,의료관광객들에 대한 입국절차 간소화,해외 우수의료인력 유치시 인센티브 부여 등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외국인 의료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이 2008년 같은 기간보다 12% 늘어나는 등 정부 투자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은 중국 본토 부유층을 상대로 의료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성형외과 등을 주선하는 대만의 의료관광 업체인 리온 관광은 '올 때는 엄마처럼,갈 때는 누나같이'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새미 옌 리온관광 매니저는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대만의 의료관광 산업은 급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에 최소 3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의료보험에 가입한 선진국 국민들의 경우 해외 병원의 저렴한 치료보다는 진료 위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의료관광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의료관광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려면 이들을 공략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의료허브 경쟁이 가열되면서 지난해 2470억달러였던 이 지역 의료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2년 40%가량 늘어난 34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망했다.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