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결국 한 발 물러섰다.

16일 미국 실리콘 밸리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며 범퍼 케이스를 지급하고, 30일 이내 구입자에 한해서 환불도 해주겠다고 밝혔다.

아이폰4의 출시 이후 줄곧 안테나 문제에 시달려왔고, 지난 13일 미국 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컨슈머 리포트가 "아이폰4를 추천하지 않겠다"고 직격탄을 날리자 취한 조치였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오히려 역풍을 부르고 있다.

언론의 비판적 시각은 물론이고 경쟁자들은 협력하여 그를 손가락질하는 등 7.8%나 떨어진 애플 주가와 더불어 잡스로서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출시 전 주변인들의 충고를 듣지 않았고, 이후의 대응 역시 물귀신 작전 식이었던 잡스의 대책이 적절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추이를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현 시점만을 놓고 보았을 때 잡스의 애플은 '꿀 사과'가 아닌 '독 사과'였다.

그는 존경받는 CEO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세 가지 판단 실수를 범했다.

첫째, 지나친 자기 맹신과 디자인 집착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아이폰의 결함은 바로 전화 수신 방해 문제였다.

이는 안테나를 휴대폰 양 옆으로 붙여 색다른 디자인을 선보이길 원했던 잡스의 디자인 집착에서 비롯된 것으로 출시 전 이미 많은 전문가들에게 비판을 받았으나 고치지 않은 점이었다.

좀 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좀 더 유연하게 생각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발생 했을까?

둘째, 확실하지 못했던 대응 준비와 오만한 기자회견이 소비자의 기업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사용자의 불만이 처음으로 접수되었던 때에 미리 문제를 인정하고 신속히 대응했다면 현재와 같이 언론이 들끓지도, 소비자들이 반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치 늑장 대응과 적절치 못한 뒷수습으로 사건을 일파만파 커지게 했던 '도요타 리콜 사태'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사 출시 제품에 대한 불확실한 뒤처리와 이기적인 태도, 이는 모든 이가 알고 있던 '황제' 잡스의 모습이 아니었다.

셋째, 타사 제품까지 끌어들여 아군까지도 오히려 적군으로 만들어 버리는 결정적 우를 범했다.

한 기업의 리더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소양 중 하나가 바로 책임감이다.

잘못에 대해서는 깔끔히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 역시 이러한 책임감의 연장선에 있는 것인데 그는 이마저도 무시해버렸다.

기업에 있어 신뢰라는 것이 생명과도 같다는 것을 그는 몰랐던가?

이번 파동 역시 도요타 사건이 그러했던 것처럼 조금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잡스는 여전히 잡스이다.

큰 고비를 넘기고 다음엔 또 어떠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부활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재희 생글기자(광남고 2년) wjdwogml25@naver.com